11월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올해도 이제 슬슬 저물어간다.
찬바람이 불면서 스산한 기운이 주변을 맴돌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나와 좋아하는 카페에서 한잔하는 즐거움은 언제나 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상상력을 발휘해 가공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작가가 있는 거겠지? 나는 여전히 막연히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글쓰기를 시작하면 마구잡이로 떠오르던 상상들은 갑자기 휘발되고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는 일이 익숙해졌다.
어떻게,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멋진 소설의 명문장 도입부를 기대하고 멋들어지게 글을 써봤지만 실상 내면의 고백밖에 할 말이 없다.
그조차 기분이 좋거나 답답하거나 등 감정에 휘둘리면서 분출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얼마 전 친구를 만나 나부터 챙기라는 말을 들었다. 여전히 사장의 숙명으로 그 달 그 달 월급과 지출을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기에 지금도 나를 챙기라는 말은 배부른 소리에 지나지 않았지만, 생각해보니 나는 나의 인생을 얼마나 챙기고 성장시키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는 그저 하루 한 달 일 년을 버티며 살아갈 뿐이었다.
그럼에도 꿈이 있기에 행복하고 발전하기에 즐거웠다. 지금도 여전히 재밌지만, 남은 건 망가지고 있는 육체인듯하다.
나는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음악가도 하고 싶다. 여전히 줄 끊어진 기타는 내 방에 덩그러니 놓여서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지만, 몇 달간 제대로 기타를 잡아본 적이 없다. 예전에 사용하던 키보드도 창고에 꺼내어 가져왔지만 손도 못 대고 울리지 않는 건반만 간간히 누르면서 과거의 재능을 회상하는 정도이다.
예술가가 되고 싶었지만 사업가가 되면서, 나를 위한 일이 아닌 고객을 위한 일에 익숙해져 간다. 남들에게는 멋들어진 현재 모습만 보이며 고객을 위한 일을 해야 한다고 위치지만 정작 내면은 내가 하고 싶은 생각과 활동으로 돈을 벌고 싶기도 하다.
잠깐 짬을 내어 글을 쓰는 시간도 자주 있을법하지만 사실 일 년을 돌이켜볼 때 몇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특히 이른 아침에 나와 카페에서 여유 있는 시작을 맞이하는 것도 많지 않다. 그렇기에 지금 시간이 소중하다.
언제나 미래를 위해 살았다. 미래를 위한 희생이 당연하다 생각했고, 작은 회사는 특히 더 그래야 해 등으로 당위성을 주변에 인식시켰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한 적도 많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바뀌고 있다. 중요한 건 언제나 현재였다.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 현재 행복하지 않은 상황을 계속 되풀이하면서 내 분수에 넘치는 일들로 현재의 나를 희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또한 내 주변 가족, 친구, 동료들 또한 그러한 희생을 강요하거나 당연시 여기면 안 된다.
불편하고 불합리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에 미안함을 가져야 한다.
항상 이런 식이다. 상상력을 발휘하고 멋들어진 상황을 연출하며 글을 쓰고 싶었지만 생각의 방향은 언제나 일과 조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나는 파이어족이 될 수 있을까? 어떠한 상황으로 행복한 미래의 현재를 만들 수 있을까?
즐거운 인생을 시작하고자 한다. 새로운 변화에 맞춰서 현재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 어쨌든 11월도 어김없이 찾아왔고 올해도 슬슬 저물어간다.
이른 아침 짬 내서 작성한 이야기가 내 인생에 커다란 돌이 되어 울려 퍼지면 좋겠다.
김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