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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is Kunwoo Kim Sep 26. 2022

철학은 없고 취향만 쫓는 있어빌리티 예술병 극복하기

철학도 없이, 있어보이기 위한 모든 태도는 침몰하기 딱 좋은 자세였다

있어보이는 예술병에 걸려, 사업을 예술로 하는 임직원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나? 

철학도 없이, 있어보이기 위한 모든 태도는 침몰하기 딱 좋은 자세였다


사업을 예술로 하는 것이 왜 문제일까? 


일단 그들은 심미적이고 창조의 욕구가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것도 발견하면서 창조성을 극대화한다. 크리에이티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그들은 누구보다 조직문화와 조직 내 관계에서 누구보다 중요하고 필요한 사람일 것이다. 더군다나 예술과 힙한 트렌드를 쫓는 사람일수록 누구보다 더 유행에 민감하며 분위기를 전환시켜주는 조직원이 될 것이다. 


나 역시 오랫동안 음악활동을 하면서 창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수평적인 분위기와 창의적인 활동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그러나 생각보다 나 스스로는, 진짜배기 프로 아티스트와는 차원이 달랐다. 실제 나는 내가 무언가 이루어낸 건 별로 없었다. 따라 하기 바빴고, 보여주기 중심이었다. 그럴수록 빈약한 예술성을 감추려고 더욱 포장하고 아무것도 안 하면서 더욱 깊게 고민하는 척했었다. 


나를 포함해 예술적 마인드를 갖고 있는 임직원으로 구성된 우리 조직은 큰 문제가 있었다. 자가당착에 빠진 적도 많았으며, 적극적으로 개진해야 할 때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많았다. 


예술적 마인드를 보유한 조직의 세가지 문제점


일단 예술하는 임직원은 모든 면에서 속도가 안 난다. 그러니까 생각이 깊고 신중하며, 무언가 더 심미적으로 잘 구성하는 능력은 뛰어나나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집단에서는 속도감이 덜하다. 그러니까 직관적으로 빠르게 움직여서 타이밍을 맞춰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을 내리기까지 과정이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사소한 일에 집중하고 얽매여있다. 좋게 말하면 디테일에 강한 거지만, 실제 조직에서 중요한 우선순위가 있을 때에도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실제로 타이밍을 못 맞추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좁쌀에 광내듯 세월아 네월아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신만의 기준이 확고해 때로는 고집이 된다. 이는 모든 예술가 유형의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는데, 비즈니스 마인드라는 이야기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성공을 경험헀다 치면 이를 기준 삼아서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실제로 지금 그 상황 그 자리에서의 사소함으로 타협이 어려운 상황이 생긴다. 이를 좋게 해석하면 신념일 수 있지만, 다르게 보면 고집이 될 것이다. 


사업체는 민주적인 집단이 아니다. 때로는 리더가 정한 방향이 틀리더라도 서로 신뢰하고 밀어주면서 성공의 단초를 맛보아야 할 테지만, 가령 심미적인 인테리어 도안과 몇십만 원 차이 안나는 견적 두고 몇 날 며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실제 타이밍을 놓치는 것도 그러한 것이 될 것이다. 의견을 취합한다고 회의와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 과연 좋은 사업적 태도일까? 의문을 갖게 되었다. 왜 우리말을 경청하지 않는 거지 라는 의견이 나와선 안되지만, 그렇다고 몇 날 며칠 토론과 회의에 빠져든 조직이 되어서도 안된다. 모든 책임은 온전히 사장에게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실제로는 예술적 마인드는 가졌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창조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창의력이 뛰어나지만, 예술을 좋아만 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창의력이 뛰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자신이 창의적인 존재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스스로 창조보다 모방, 독창적이기보다는 어디선가 보거나 들어봤던 것들이 많다. 트렌디하다는 것은 이미 앞서간 문물에 대해서 많이 알고 이미 찾아보고 왔다는 것이지 창의적인 것은 아니었다. 좋은 사례를 발굴할 수 있지만, 스스로 예술가라고 느끼는 직원은 조직을 운영하는데 언젠가는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느꼈다. 


그렇기에 이러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을 완전히 뒤집었다. 함께 예술과 철학을 논하고, 사회구조와 현상에 대해서만 토론하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들을 바꿨다. 일단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양해를 구하거나 눈치껏 조직에서 나갔다.  그리고 그다음 나는 스스로 아티스트라는 생각을 버렸다. 그리고 평범한 소시민이자,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되뇌었다. 


스스로 낮추고 평범하다고 생각하며, 작은 성공에 만족하지 않으려고 했다. 보다 겸손하게 세상을 대하려 노력했다. 나이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배우려고 했고 찾아다녔다. 감사하게 조언과 피드백으로 작극을 주는 고마운 분들이 많았다. 고민을 듣고 해결해주려고 주변에서 노력도 많이 했다.

나는 이를 모토로 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찾아보면서, 스스로를 객관화했다. 낭만적인 태도보다, 미래를 위한 현실주의자가 되어갔다. 


이후 나는 나에게 해당되었던 예술병을 극복했다.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깨닫기 전에는 결코 극복할 수 없었기에, 그리고 모든 채용과정에서 기존 나와 같은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은 결이 맞지 않다고 판단하여 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 같이 일하면 대화가 통하고 즐겁네라고 생각하기보다,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인가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현실주의자와 능력중심의 채용으로 평범한 조직이 비범한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며 조직의 변화하는 순간을 경험하는 중이다. 


김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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