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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is Kunwoo Kim Sep 23. 2022

예술병은 버리고 사업놀이 그만하기로 했습니다...

기약없는 희망으로 모두가 지쳤고, 저는 현실주의자가 되었습니다

저 예술병은 버리고 사업놀이 그만하기로 했습니다...

기약없는 희망은 모두를 지쳤고, 저는 현실주의자가 되었습니다. 


매년 1월 1일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떠오르는 해를 보는 게 나의 30대가 되어 생긴 습관이다. 매년 새로운 기운을 받기 위해 피곤하더라도 습관이 되었고, 늘 희망에 가득 찬 한 해를 시작한다.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지만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희망을 품으라는 말에는 조금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일을 하면서 기분 좋은 일도 많았다. 순간의 선택으로 공간사업을 시작했는데, 나름대로 자리를 잡으면서 더 나은 순간을 기약하며 한 단계 전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의 도전은 어느덧 추억팔이가 되어 성공을 답습하면서 조금은 움츠려 드는 나를 발견한 적도 많았는데, 이러한 상황은 조바심으로 나를 옥죄었다. 그러다가 작은 성공을 경험한 내 입장에선 무언가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조금은 초조하게 적은 자본으로 큰 성공을 노렸던 것이 문제였다.


스튜디오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고 어느덧 고정적인 고객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주변의 추천 혹은 요청으로 공간을 확장하게 되었다. 성공모델이 부족했던 터라 무언가 빨리 만들고 싶어 좋아 보이는 건 다 갖다 붙였다. 콘텐츠 바람이 불 것 같으니 콘텐츠를 만들고, 독립서점이 유행하니 따라 했다. 소품들도 팔고 커피도 팔기 시작했다. 업의 본질이 무엇인가는 생각지도 못했고, 마냥 보덜리스(borderless), 통합 같은 새로운 개념을 들고 다니며 세일즈를 하기도 했다. 


실체 없는 본질, 이를 알면서도 매일매일 다 잘될 것이라는 말만 되뇌었다. 사실문제는 그러한 막연한 희망이 우리 삶을 얼마나 좀먹는가를 우리는 좀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는 이상을 가져야 하고 드넓은 꿈을 품어야 한다고 하지만, 또 다른 누구는 현실을 깨닫고 빨리 적응하거나 일어서야 한다고 말한다. 두 가지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하고 싶다. 


사업가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막연한 희망과 이상주의적 태도

잘되는것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구름위에서 내려온 기분이었다

지금 와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바로 막연한 희망이 주는 무서움이다. 나는 매일매일 하루하루가 잘 될 것이라고 되뇌었다. 오늘은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거야, 좋은 꿈을 꾸었어,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징크스 등등 희망찬 하루하루를 보내려고 했다. 유행하는 피그말리온 효과니 뭐니 하면서 스스로 좋은 일을 생각하기 바빴다. 하지만 문제는 희망찬 미래만 내다보다 오늘 나의 모습은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정신없는 희망을 되뇌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나니 거울 속의 나는 창백한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내일 희망을 위해 오늘 가장 중요한 걸 놓쳤다. 가장 중요한 시간과 관계를 미래의 희망을 그리면서  당연히 그것들이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살았던 것이다. 몇 번의 시그널이 있었지만, 우리에겐 희망찬 미래만 있고 지금 당장 행복한 현실이 존재하지 않았다. 벌여놓은 사업이 엄청나게 많은 상황에서도 그저 동료에게 떠넘기고 나는 앞으로 달리고 있었다. 책이 안 팔리면 담당자가 문제를 해결해주기만 바랐고, 나는 여전히 잘될 것이라는 믿음 하에 스스로 성취감에 취해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면서 떠벌리기나 했다. 저 대단하지 않아요?라고. 그러던 사이에 가족을 포함해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이 지치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 시작하기 도전에 지쳐 있었다. 


물론 희망이 주는 힘은 물론 크다. 내일을 기약하게 하고 나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 더 열심히 살게 해 준다. 그리고 희망의 대상이 정해지면, 더욱 열심히 노력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방법과 방향이 없는 막연한 희망은 내일을 위해 나를 오늘 희생시킨다. 나의 소중한 시간을 현재가 아닌 미래에 가서 자꾸 지금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한다. 나는 혼자 뛰어가고 있고 동료들은 떨어진 일들을 주워 담기에 걷기조차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면서 자꾸 시간과 체력은 나를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자몽 서점 철거가 시작되고 간판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손상된 벽체와 파손된 물품을 보면서 모든 게 신기루였으며 모든 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간신히 모든 것을 수습했지만, 그 사이 날아가버린 시간과 돈은 너무나 뼈아픈 경험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지금 나와 회사를 떠나버린 동료들이었다. 


결국 모든 게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다시 모든 것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의 상황을 바라보게 되었다. 늦었다고 할 때 가장 늦었다지만, 그때 깨닫지 못했다면 그 마저도 늦었을 거라 생각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은 잘못되었지만 다시는 소를 잃지 않기 위해서 자기반성을 하면서 외양간을 고치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하나 둘 잘못된 것을 고쳐보려고 했다. 


제일 먼저 바꾸기 쉬운 나부터 바꾸기로 했다. 가장 먼저 행한 것은 이상주의자에서 현실주의자가 되기로 한 것이었다. 꿈꾸는 듯 살았던 나였지만, 순식간에 망할 수 도 있겠다는 사업적 충격을 겪고 난 이후 모든 것을 다시 정비하면서 현실주의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동안 이상적으로 행해졌던 비즈니스는 사업 놀이였다. 보이기 좋아했고, 사소한 것에 인정받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기에 지출은 최대한 줄이면서 감상적인 일들은 줄여나갔다. 서점을 정비하면서 모든 거래처에게 잔금을 지급하며 사업 종료를 선언했고, 밀린 재고 처리와 선금 지급으로 빠르게 서점 업무를 종료시켰다. 뼈아픈 철수였지만, 이제는 성과와 성장을 위한 사업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의 예술병을 버리기로 했다. 그간 몇 년간 망하지 않았던 것은 유능한 동료와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게 때문이었다. 결코 나 스스로 잘나서 된 건 없었다. 


김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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