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에는 단계가 있었다. 내가 하고싶은게 아니라 잘하는 게 중요하더라.
우리가 무엇인가 시작할 때 붙는 단서 중 하나는 바로 좋아하는 일이다.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한다는 명제는 언제나 나를 움직이는 동기였다. 그렇기에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은 도전이자 꿈이다. 하지만 사업에서 언제나 경계해야 하는 것은 바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것이 맞다. 처음 순수하게 취직이 안돼서 회사가 나를 찾지 않는다면 내가 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후에는 회사에 입사하면서 나의 일을 스스로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이 커졌다. 조금씩 일이 늘고 거래 규모가 커지다 보니 조직이 필요했고 사람을 채용하며 제대로 된 일이 시작되었다. 조직을 갖추면서 책임감이 늘어났고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는 것에 대해 한계를 느꼈다.
좋아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내가 평소 하고 싶은 일이었어, 정말로 원하는 일이야, 너무나 즐거워, 내일이 기대가 된다는 말을 자주 했고 실제로 일 자체가 즐거웠다. 매일매일 새롭고 짜릿한 상황의 연속이면서 동시에 적당히 긴장도 만들어지다 보니 재밌었다. 내가 만들어가는 일이라는 것이 이렇게 재밌구나를 느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 보면 마치 내가 조물주처럼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하나의 과정을 만들어가는 희열을 느끼는데, 때로는 성취감에, 때로는 보람에 그리고 때로는 한 번에 회수되는 보상이 그 이유다. 그러한 사업의 매력으로 나는 계속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조직이 생기 고나니 내 인생의 책임감도 한결 무거워졌다. 조직의 규모에 비례해 사업의 구조도 성장하지만, 그간 나는 일을 가볍게 대했고, 조직원 역시 일의 연장으로서 단순 비즈니스 관계이자 업무의 도구로서 여긴 적도 있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돈과 물질적 보상이라고 생각했고, 규모와 매출이 늘어나면 이에 대한 보상이 그들의 동기에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성과와 보상이 늦어지면서 처음 계획했던 일들이 조금씩 틀어졌고, 이러한 상황에서 기약 없는 희망만 제시하고 물질적 보상으로만 설명했던 것이 독이 되어 돌아왔다. 아무런 희망과 기대가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살길을 찾아 떠나는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모두가 떠나고 난 뒤,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서로 비전을 공유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물질적 보상체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는 하는 일에 대해서 상호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 성장해야 하는데, 비전과 명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사장이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것이 과연 그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갖게 할까 생각해야 한다. 사장이 하고 싶은 일에 고용된 직원은 사장의 의사 결정에 따라 그들의 역할과 가능성이 좌지우지된다. 또한 처음 논의하지 않은 새로운 일이 덧붙여지면서, 성장은커녕 계속해서 수습하고 메꿔주는 역할로만 남는 기분이 들 수 있다. 합의된 일과 업무 분할에 따른 진행, 그리고 비전에 대한 공감을 통해서 성취하고 보람을 느끼는 과정이 부재한 조직은 와해되거나 처음 의도와 완전히 다른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나는 망하기 직전에서야 깨달았다. 너무 늦었나 싶었지만 그때라도 깨닫지 못했다면 여전히 제자리에서 적당히 움직이고 운영되는 사업으로 사장놀이 중이었을 것이다. 또한 계속해서 교체되는 직원들만 탓하며 나 역시 오만에 빠져 변화를 만들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사업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일 보다 잘하고 가능성 있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 만약 내가 지금 정체되어 있다면 한 번 살펴봐야 한다. 지금 나는 과연 좋아하는 일만 하고 있는 것인가, 고객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전히 성장할 수 없다.
물론 모두의 사례라고 할 순 없다. 정말 좋아하는 일로 성공하고 성장하는 사람도 많다. 운과 실력과 노력과 인력과 모든 것이 잘 맞았을 테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고 애써서 보여주기 식 사업과 규모의 확장, 인정받기 위한 욕구 등이 뒤엉키면서 성장의 한계와 위기에 봉착했다. 그제야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구분할 수 있었다. 잘하는 것 역시 나의 가능성이라고 인지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잘하는 일을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사업성과 때문이다. 잘하는 일은 돈을 벌어 온다. 나는 내가 잘하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사업 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때로는 누군가가 좋게 평가하는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인정하는 것은 기분 좋은 말이 아니라 차별점이 눈에 보여서 일 수도 있다. 여전히 차별화 포인트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누군가의 의견을 물어도 좋다. 그러니 잘하는 것을 찾아서 발전시켜야 한다.
만약 사업적 비전과 방향이 내가 잘하는 것과 적합하다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그렇게 기회를 만들고 현금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상황이 되었을 때 내가 잘하는 것 중에서도 좋아하는 것을 연결해 시도해도 늦지 않는다.
나는 어릴 적 교육자가 되고 싶었다. 교사를 꿈꿨다기보다 누군가를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일을 꿈꿨다. 누군가가 나의 말에 감동하고 방향을 설정하고 무언가 성취하는 것에서 보람을 느꼈다. 그래서 진로를 고민하다 교육대학원을 진학하고 교사 준비를 하다 박사 과정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러한 배움과 기술이 당연하게 생각되어 사업은 꿈도 못 꾸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정말 잘하는 일이 매출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사업성 평가를 재검토하게 되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산업에 뛰어들었을 때 빠르게 메인 스트림으로 올라서길 바랐지만, 실제 성향과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이후 발 빠르게 콘텐츠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리포지셔닝 했다. 그 결과 콘텐츠 교육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고, 지금도 수많은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콘텐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을 하는 중이다.
수많은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콘텐츠의 활용 방법과 수익모델에 대한 점검을 하고 있다. 가능성을 통해 돈을 벌 수 있게 만드는 일을 하는데, 이는 내가 그동안 많은 실패를 겪으면서 느낀 결과를 공유함으로써 서로 공감대를 얻기에 만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미디어자몽은 콘텐츠 교육 분야에서 수많은 창작자들을 만나고 육성했다. 그중 누가 더 큰 성장을 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교육 철학과 내용은 그들이 콘텐츠와 콘텐츠 외 분야에서 활동할 때 분명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실패의 경험과 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콘텐츠 창작자에게 성공의 지름길보다는 실패를 줄여나가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실용적인 태도와 내용은 모두 경험에서 우러나와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 있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덧 잘하는 일이 좋아하는 일이 되었다. 그리고 성과가 나오며 더 큰 그림과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더욱 간결한 사업 모델을 위해 노력 중이다.
김건우.
*부끄럽지만 실패를 통해 더 나은 사업가가 되기위해 기록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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