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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is Kunwoo Kim 8시간전

나는 정말 열심히 했는데, 소송을 당했다.

허무하다. 바닥을 찍은 느낌이다. 다시 올라갈 수 있겠지?

매년 말일과 연초에는 다이어리에 기록 한 해의 마감과 새해의 다짐을 기록한다. 가장 즐겨하는 글쓰기이면서, 늘 아쉬움과 기대감을 동시에 전달하는 편이다. 자주 사용하는 말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듯 오늘도 내일과 다르리라. 작년과 올해가 다르듯 올해도 내년과 다를 것이다'이다. 


그렇게 긍정회로를 돌리며, 미리 사전에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갑작스러운 일이 닥칠 수 있기에 실은 순발력으로 돌파하고 늘 그 순간을 즐겼기에, 새로운 일이 벌어질라 치면 얼마나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 순간을 버티면서 넘어가곤 했다.


한편으로 버티는 것도 잘한다. 그러니까 존버하는 것이 내 인생의 특징 같은 건데, 실은 버티면서 일하다 보니까 기회도 만났고 실패도 만났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버티는 게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닌듯하다. 


남들이 피벗이라고 말하는 사업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온전히 나 자신을 갈아 넣어 만들었던 사업은 내 열정이사그라 들면서 한편으로 멀어지고 매출도 낮아지는 추세다. 열정이 사그라드는 건 너무나 많은 번아웃이 가득해서 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엄청난 일들을 해냈다. 규모의 확장, 조직의 확장, 매출의 증대 등 다양하게 경험하고 모든 것을 사업적 결과로 귀결시켰다. 뿌리가 깊지 않아도 하나하나 해내면 단단해진다고 착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현재 남은 건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자조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남들은 고평가해도 나는 스스로 저평가한다. 내가 이루어낸 것은 별거 아니라고 치부하는데, 나는 아직도 그게 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더 해야 할 더 잘되야 하는 마음이다. 


그러한 태도는 사실 스스로 자존감이 높음에도 겸손을 강요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계속해서 나는 나 자신에게 스스로 채찍질하면서 누구보다 중요한 나 자신을 갈아 넣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주위에 아름다운 풍경은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앞만 볼 수밖에 없는 말처럼. 


이것도 핑계일지 모른다. 스스로 그릇이 작고 한계가 있는데 애써 부정하면서 스스로 대단한 사람인양 착각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게 아닌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아직 결코 대단한 사람이 아닌 거는 확실하다. 더 큰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사업의 변화를 주면서 용역사업은 가급적 배제하고 자생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모든 사업장을 정리했고, 직원들도 떠나보냈다. 용역과 관련해 요청이 들어와도 거절하는 것과 동시에, 정말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중이다. 이 시기가 아니면 영영 용역사업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판다 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신규 사업을 찾아서 훨훨 날아갈 것이라는 상상과 달리 현실은 참혹했다. 아까운 거래처를 잃었고 실제로 근근한 생활이 이어지는 중이다. 많은 자산을 내다 팔았고 지금도 팔 궁리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파는 것은 동일한데, 그동안 팔지 않았던 게 뭐지 하다 보니 새로운 길이 보이기도 하더라. 


현금은 돌려야 해서 악조건으로 계약을 진행했던 게 화근이었다. 평소 자신 있던 사업이지만, 유례없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내 입장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물론 그 계약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없진 않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정말 두 달간 불철주야 열심히 했다. 갑작스러운 사건사고에 새벽에 나가기 일쑤였고, 멀 디먼 동네를 내 집 앞마당처럼 드나들었다. 하루에 8시간 운전만 한 적도 있고, 평균 2시간 거리를 매일같이 왕복하면서 하루하루 버티기를 시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민사소송뿐이다.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다. 상당 부분 증거와 말도 안 되는 트집으로 잔금 지급을 못 받은 채 오늘 소장이 날아왔다. 느낌이 쎄...할 때는 이유가 있다. 


예전부터 내 지론 중 하나는 내가 어려우면 남들도 어려울 것이다 인데, 상대방도 지금 어려운 싸움을 거는 거라 생각한다. 결코 지는 게임은 하지 않기에 나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이겨낼 것이다. 


열심히 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재밌어하던 일도 시시해졌고, 좋아했던 일도 이런 식으로 당하고 나니 의욕이 사라졌다. 게다가 일하다 다친 목디스크는 일상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중이다. 


늘 잘하는 모습, 잘되는 모습만 기록하고 싶지만 인생에 결코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나중에 복기하는 차원에서 오늘 심정을 기록해 본다. 외로움의 연속이고 고독함의 지속이다. 오늘 기준으로 난 바닥을 친 것 같다. 이제 올라설 일만 남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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