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큰 관문, 상견례

99일 만에 결혼하기 프로젝트

by 자몽까는언니
결혼 2개월 전

결혼을 급하게 준비하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 우리 둘 다 자영업자다. 일에 지장이 가지 않게 하면서 동시에 초스피드로 결혼을 준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우리는 그때를 돌이켜서 생각하면 아직도 깔깔거리고 웃는다. 미쳤었다고 하면서 말이다. 우리 둘의 데이트 다운 데이트는 교제한 지 2주 만에 막을 내렸다. 대신 결혼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TF팀의 업무 파트너처럼 ‘신속하고 완벽한 결혼’이란 하나의 목표를 향하여 2마리의 경주마가 되어 앞만 보고 질주했다. 둘 만의 여유 시간을 몹시 보내고 싶었지만 결혼 준비의 스케줄 dead line이 줄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모님께 남자친구를 정식으로 소개해드렸고 결혼 장소와 날짜도 정해졌으니 이제 내가 그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릴 차례였다. 아버님께서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기에 어머님의 허락만 받으면 비로소 우리의 결혼이 양가의 허락 하에 공식적으로 확정이 되는 것이었다.


예비 시어머니와 첫 만남

어머님과 나의 첫 만남은 식사 대신 호텔에서 티타임으로 이루어졌다. 약소하게나마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예의인 것 같아서 남자친구와 함께 백화점에서 어머님께 드릴 선물을 샀다. 약속 당일 아침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만나기 직전부터 무척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어떤 분일까?’ 궁금함과 떨리는 마음으로 경직이 된 채 호텔 로비에서 남자친구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들어갔다.

어머님을 처음 뵙는 순간 깜짝 놀랐다. 평소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을 정도로 인상이 매우 좋으셨고 아름답기까지 하셨다. 내가 어쩜 이렇게 운이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서로 간략하게 인사하고 다과를 먹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담소를 나누었다. 우리 모두 말 수가 많은 편이 아니어서 자리에서 금방 일어났다. 감사하게도 어머님께서 나를 보시고 ‘예뻐서 마음에 든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이로써 예비 시어머님의 최종 허락까지 받게 되었다. 양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은 우리는 가장 먼저 예식장에 예약금을 입금했다. 이어 바로 양가 상견례 날짜를 잡았다.


대망의 상견례

아침 드라마를 보면 상견례 자리에서 얼굴 붉히고 상상을 초월하는 시나리오로 전개가 되면서 극의 갈등이 최고조가 된다. 현실에서는 어떨까? 상견례라는 단어는 내게 설레면서도 조금의 두려움을 주는 단어였다.

양가 부모님들께 인사를 드린 지 5일 만에 양가 상견례가 이루어졌다. 결혼이 2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일사천리로 모든 것이 진행되었다. 이미 모든 굵직한 결정들이 이뤄졌기에 상견례 자리에서 특별히 서로 의견을 조율하거나 바라는 것 없이 양가 직계가족이 모여 즐거운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남자친구의 식구들 모두 다 인상이 좋아서 새삼 내가 복이 참 많고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께서는 옛날옛적 어머니와 당신의 결혼 담을 이야기하셨다. 당시 미국 유학생이던 아버지가 방학 때 한국에 들어와서 양가 부모님 소개로 우리 어머니를 만나서 2개월 만에 식을 올리고 둘이 되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는 내용이었다. 아버지의 미국인 친구가 우리 어머니를 보더니

Short time, good result!

라고 말했다고. 우리는 모두 그 말을 듣고 깔깔거리고 웃었다. 이 문구는 이후 우리가 청첩장을 만들 때 마무리 문장으로 사용했다. 우리 부모님도 초스피드로 결혼하셨는데 나도 그렇게 결혼을 하게 될 줄이야.

그렇게 양가 가족이 웃으면서 식사하고 상견례를 순조롭게 마쳤다. 상견례를 마치니 결혼을 한다는 것이 실감 났다. 이제 양가가 모두 만나 합의를 보았으니 진정 결혼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결혼 본격 준비!

청첩장을 만들려면 웨딩사진이 필요한데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업체를 정해야 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신부들은 보통 웨딩플래너를 섭외해서 플래너와 함께 결혼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만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었다. 나 혼자 검색해서 알아보고 진행해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변 지인들 중에 막상 플래너 없이 결혼을 진행한 친구를 본 적이 없었다. 남들이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어 플래너를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았다.

막막한 와중에 다행히 친한 언니를 통해 플래너를 소개받기로 했다.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무척 궁금했는데 왜 인지 모르겠지만 기대보다는 불안한 마음이 더 컸다. 무엇 때문인지 나는 플래너와 함께 결혼준비를 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드는 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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