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촬영용 드레스’ 고르기

99일 만에 결혼하기 프로젝트

by 자몽까는언니
드레스 투어, 친정엄마와 꼭 동행하기

드레스샵에 계약금도 걸어놓았겠다 이왕 예산을 초과해서 진행하는 만큼, 마음에 쏙 드는 드레스를 골라서 스튜디오 촬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마침 동갑내기 사촌이 몇 년 전 결혼 할 당시 나와 같은 드레스샵을 이용했기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촌의 말을 들어보니 그녀 역시 샵에서 추천해 주는 드레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결국 어머니와 함께 방문해 본인이 원하는 드레스를 지정해서 보여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엄마가 옆에 있으면 아주머니 입김으로 요구하기가 편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아무리 전문가의 추천이더라도 나와 어울린다는 보장이 없으니 방문 전에 미리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몇 개 골라서 역으로 제안하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반드시 엄마랑 같이 가라고 조언해 주었다. 경험자의 말을 들으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사촌의 조언을 듣고 나는 밤새도록 해당 업체에서 바잉 하는 브랜드 리스트를 전부 정리했다. 해당 브랜드들 사이트에 전부 들어가 마음에 드는 디자인들을 스크랩했다. 어떤 제품이 바잉이 되었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어 최대한 많이 스크랩을 했고 무려 50장의 PPT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비장한 마음으로 PPT를 출력해서 예약된 날짜에 드레스 샵을 다시 방문했다. 샵에서는 내가 만든 50장의 PPT를 보고 표정이 어두워지고 아무 말 없이 없어서 조금 무서웠다. 지금 드는 생각인데 업체 인스타그램에만 들어가도 충분하다. 그들이 바잉 한 드레스 위주로 홍보하기 때문에 검색하는 데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 절약이 되기 때문이다.



촬영용 드레스 고르는 날 헤어데모도 같이 해봐라

여담으로 드레스샵을 방문하기 전에 메이크업샵에 들러서 헤어데모를 받았다. 드레스 상담 때 처음으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내 모습을 보고 거울 앞에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어서 촬영용 드레스를 고르러 갈 때는 미리 샵에서 헤어라도 데모를 받자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옛날 스타일의 클래식함을 좋아한다. 요즘 유행하는 단정한 스타일은 왠지 나랑 안 어울릴 것 같았다. 본식 날 클래식하면서 약간의 복고풍이 가미된 풍성한 업스타일을 해보고 싶었다. 이러한 여신 헤어스타일이 나와 잘 어울리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추가비용을 내더라도 헤어데모를 받기로 한 것이다. 이것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 본식 날 공들여서 연출한 헤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정말 속상할 것 같기 때문이다.

당시 헤어데모 참고 사진

메이크업 샵에 들어갔을 때 태어나서 처음 보는 낯선 풍경에 압도당했다. 그 넓은 공간에 가운을 입고 명찰을 달고 있는 신랑 신부들로 가득했다. 전국에 있는 모든 신랑신부들이 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것만 같았다. 우리나라가 혼인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북적였다. 국내 최고 명성이 있는 메이크업 샵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유명한 샵에서 신부헤어는 처음 받아보는 거라 무척 기대되고 설레었다. 실장님은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상담을 하며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사진을 실장님께 보여드렸더니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극구 말리셨다.

신부님 이 머리 하시면 잘못하면 나이 들어 보여요.


난해한 스타일이라고 하시는데 예상치 못했던 실장님의 반응에 실망했다. 나는 아무리 봐도 여신 헤어스타일로 보였고 연출이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도 않았으며 무엇보다 나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다시 한번 간곡하게 이 스타일로 꼭 데모를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실장님은 내키지 않아 하시면서도 나의 완강함에 한숨을 쉬며 알았다고 대답하셨다.

헤어 선생님을 배정받았다. 내 머리가 꽤 긴데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연출하려면 머리를 추가해야 된다고 하셨다. 추가비용을 내면서 머리를 완성시켰다. 완성된 나의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 기대와 달리 여신 포스가 나지 않아 실망스러웠다. 어쩌면 내 얼굴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가 완성될 즈음 어머니가 샵에 도착하셨는데 다행히 어머니는 내 머리를 보더니 예쁘게 잘 되었다고 칭찬해 주셨다. 어머니의 칭찬을 받으니 나름 괜찮게 된 건가 싶은 긴가민가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 모녀는 헤어숍을 나와 드레스 샵으로 향했다.



잘 모르겠을 때에는 전문가의 의견을 따라라

드레스샵 대표님은 내 머리를 보시고 경악을 금치 못하셨다. 결혼식 날 이렇게 헤어를 하는 신부가 어디 있냐며 혼주 머리 같고 나이 들어 보인다고 난색을 표하셨다.

헤어데모를 받은 모습

베테랑인 대표님이 무척 화가 나신 표정으로 이건 아니라고 하니 정말 아닌가 보다 싶었다. 그 자리에서 머리를 다 풀어주셨다. 순간 정신이 혼미했고 자신감도 잃어버렸다. 그래도 데모를 미리 받아보았으니 망정이지 본식 날 이런 해프닝이 있었다고 상상하면 생각만으로 끔찍했다. 그렇게 뭐가 뭔지도 모른 채로 샵에서 입혀주는 드레스들을 정신없이 입기 시작했다. 입어보는 드레스마다 모두 내가 생각했던 스타일이 아니어서 당혹스러웠다. 그렇게 조금 시간이 흘렀을 때 예비신랑이 도착했다. 처음부터 드레스 입는 모습을 보이기가 부끄러워서 늦게 오라고 했는데 그렇게 하길 참 잘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드레스를 입으면 체형과 피부톤의 장단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그런 모습을 보일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게다가 초반에 멘탈이 나간 나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남자친구가 도착했을 때 나는 핑크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는 나를 보자마자 예쁘다고 감탄을 해주다. 나의 기운을 북돋아주려고 과하게 칭찬을 해주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드레스를 모두 입어본 후 그 자리에서 촬영용 드레스를 총 3-4벌 골라야 했다. 무얼 입어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감이 서지 않았다. 남자친구는 아까 보았던 핑크 드레스를 꼭 고르라고 강하게 추천했다. 나는 그 드레스에 확신이 없었지만 그가 ‘나를 위해서 입어줘’라고 부탁하는데 고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다음으로 엄마와 예랑이 모두 예쁘다고 했던 네이비 실크 드레스도 골랐다. 그 드레스는 두 사람 모두 만장일치로 예쁘다고 했기 때문에 안 고를 이유가 없었다. 남자친구와 엄마가 없었다면 나 혼자서 단 한 벌도 고르지 못했을 것 같다. 두 사람이 함께 있어줘서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예비신랑이 골라준 핑크 드레스
만장일치였던 네이비 실크 그레스

문제는 가장 기본인 흰색 드레스를 골라야 하는데 마음에 쏙 드는 것이 없어서 골치가 아팠다. 어깨장식이 마음에 들면 치마 실루엣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식이었다. 대표님께서는 기본 스타일의 풍성한 화이트 드레스 1개, A라인 드레스 1개를 고르라고 추천해 주셨다. 촬영용 드레스는 본식용 드레스와는 달리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드레스를 골라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결국 흰색 드레스 2벌은 샵 대표님의 추천 드레스로 결정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서둘러서 마무리 지어버렸다.

마음씨 좋은 예비신랑은 내가 너무 예뻤다고 계속 나의 기를 세워줬다. 샵에서 드레스를 입혀주는 실장님들이 이렇게 호응 좋은 신랑은 처음 본다며 그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다. 결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이 싸운다는데 한 번의 다툼 없이 항상 내 자존감을 올려주는 그를 보며 점점 더 신뢰가 갔다. 게다가 드레스를 고르며 그가 미적 감각이 나보다 뛰어난 것 같아 그에 대한 호감이 더 올라갔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며 결혼을 준비했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 신부의 변덕도 무죄!
원하는 것이 있으면 눈치 보지 말고 모두 말해라.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다. 여자로 태어나서 인생 전체를 통틀어 단 하루 공주이자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날이다. 게다가 결혼만큼 살면서 많은 돈을 쓰게 되는 일이 없다. 그런 만큼 후회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하고 변경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변경해야 한다. 신부는 그렇게 해도 된다. 결코 유난을 떠는 것이 아니다.


촬영용 드레스를 고르고 며칠 뒤 네일숍에 방문했다. 드레스 샵을 다녀온 이후 내내 좌불안석이었다. 내 머릿속은 온통 드레스 생각뿐이었다. 웨딩 촬영에서 가장 기본이자 시그니처인 화이트 드레스를 마음에 쏙 드는 것으로 고르지 못하고 분위기에 휩쓸려 얼떨결에 정한 것 같아 속상했다. 네일을 받으며 샵 원장님과 수다를 떨다가 드레스 투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드레스 입은 사진 보여주세요.


네일숍 원장님이 드레스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셨다. 평소에 나는 드레스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라 내가 셀렉한 드레스를 보여 달라는 네일숍 원장님에게 무척 고마웠다. 어색한 얼굴로 찍힌 사진들을 보여드리는 게 부끄러웠지만 일단 모두 보여드렸다. 원장님은 내가 고른 드레스와 탈락시킨 드레스를 모두 찬찬히 보시더니 한 마디 하셨다. ‘이 드레스를 빼고 대신 이거를 넣으세요. 이걸 메인으로 하고요.’ 원장님은 드레스를 입을 때 소매를 다양하게 바꿀 수 있고 튜브탑의 경우 연출을 다양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본인의 예전 웨딩촬영 사진들을 보여주시며 치마랑 소매 등을 다양하게 연출이 가능함을 알려주셨다. 촬영날 드레스를 입혀주는 이모님이 다양하게 연출을 도와주는 소품들을 챙겨 온다고 알려줘서 안심이 됐다. 이런 중요한 정보를 왜 드레스 샵에서는 안내를 안 해주셨을까? 인생을 살다 보면 뜻밖의 인물이 내게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번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셀렉했던 화이트 드레스를 다른 디자인으로 교체할 수 있을지 드레스 샵에 문의했고 다행히 가능하다고 답변을 받았다. 네일숍 원장님의 설명을 듣고 드레스를 교체를 하고 나니 결과적으로는 매우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면서 총 4벌의 드레스 모두에 만족감이 들었다. 촬영용 드레스를 고르면서 드레스를 보는 안목이 한 단계 생긴 것 같아 뿌듯했다.


TIP 1. 드레스를 많이 입어보는 것은 민폐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많이 입어봐야 한다. 입어보고 싶은 스타일이 있으면 최대한 많이 입어보았으면 좋겠다. 단, 추가 금액이 발생할 수 있으니 엄선해서 입어보길 추천한다. 샵에서 추천하는 드레스들 중에 입고 싶지 않은 스타일들은 사양해야 한다. 추천해 준다고 얼떨결에 입어봤다가 개수가 넘어가서 정말 입어보고 싶은 드레스에 추가금액을 써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TIP 2. 드레스를 셀렉했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교체할 수 있다. 결혼이 처음인데 어떻게 실수 없이 완벽하게 잘 고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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