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준비하면서 가까워진 사이

99일 만에 결혼하기 프로젝트

by 자몽까는언니
모바일 청첩장에 들어가는 스튜디오 촬영

적어도 결혼 1개월 전에는 모바일 청첩장이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웨딩 사진이 필요했다. 최대한 빨리 스튜디오 촬영예약을 잡은 것이 결혼날짜로부터 약 50일 전이었다. 워낙 인기가 많은 스튜디오라서 예약이 어려웠지만 감사하게도 웨딩드레스숍 원장님의 부탁으로 스튜디오 대표님께서 휴가 일정을 빼서 우리 커플을 특별히 촬영해 주셨다. 마치 우리의 결혼을 하늘에서 돕는 것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었다.


촬영에 앞서서 대표님과 간략한 미팅이 있었다. 대표님은 촬영 때 많이 하게 될 포즈들을 미리 알려주시면서 대략 이러한 느낌으로 연출이 될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자연스러워 보였던 웨딩사진들이 알고 보니 어려운 포징의 결과였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사전에 포즈에 대해 설명 들었던 것이 촬영 당일 날 도움이 많이 되었다.

촬영 D-day 날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까지 샵으로 갔다. 샵에서 메이크업과 헤어를 모두 마치니 복도에 드레스 이모님이 대기하고 계셨다. 시간이 촉박한 와중에 예쁘게 입혀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지만, 처음 보는 분에게 내 벗은 몸을 보이면서 드레스를 입는 것이 민망했다.



드레스가 이렇게 불편할 줄 몰랐다. 숨을 쉬기가 어려워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예쁜 핏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해보려고 했으나 불편해도 너무 불편했다. 이동을 위해 차에 들어가 앉으니 코르셋 와이어가 등을 어찌나 찌르던지 마치 등에서 피가 나올 것만 같았다. 무거운 드레스를 이고 지고 촬영장 안으로 들어가 대기실에 앉으니 벌써부터 엄청난 피곤이 몰려왔다. 시작도 전에 지쳐서 집에 가고 싶어졌다.

오전 9시에 촬영이었는데 아직도 촬영을 시작하기 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힘든 걸 어떻게 모든 신부들이 감당했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소파 위에 널브러진 나를 이모님이 보시더니 박수를 치며 ‘신부님 일어나세요! 벌써부터 지쳐서 쓰러져있으면 어떡해요!’라고 소리치며 다가왔다. 정신이 번쩍 들어서 척추를 펴고 고쳐 앉았는데 죽을 맛이었다. 새벽부터 샵에서 꽃단장하고 드레스 입는 데에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것 같았다. 그렇게 넋이 반쯤 나간 상태에서 오전 9시 반부터 촬영이 시작되었다. 대표님이 지시하는 대로 미소 지으며 몸을 비틀고 시키는 대로 포즈를 취했다. 세상에나! 신부 촬영포즈는 너무 힘들었다! 대표님은 내게 어떻게 그렇게 포즈를 잘 취하냐며 신기해하셨다. 필라테스 강사가 직업인 것이 빛을 발하는 시간이었다.


서른여덟에 난생처음 찍어보는 커플사진

우리 둘 다 커플 사진은 난생처음 찍어보는 거라 긴장됐다. 예비신랑과 얼굴을 가까이 맞대고 오랫동안 서로를 마주 보며 웃거나 포옹을 하며 사진을 찍는데 연애기간이 짧아서인지 처음에는 좀 어색했다. 꽤 친하다고 생각했는데도 커플사진 촬영은 우리 사이에 또 다른 느낌을 줬다. 그렇게 우리 커플은 가까워서 결혼을 준비하는 사이가 아닌, 결혼을 준비하면서 더 가까워지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러한 방법이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좋았다. 나 같이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은 이렇게라도 진행을 시켜야 결혼이 가능한 것 같다. 결혼할 사람이어서 가까워지는 것이 설레고 좋았다.


내 사진의 결과물은 어떨까? 몹시 궁금하면서도 걱정됐다. 현장에 있는 모든 직원들이 너무 예쁘다고 감탄해 주셨는데 내 기운을 북돋아 주려고 과하게 띄워주는 것 같아서 어색했다. 대표님께서 중간중간 결과물의 원본을 보여주셨다. 다행히 예상했던 것보다 사진이 잘 나와서 안심이 됐다. 나도 웨딩드레스를 입으면 여느 SNS 속 신부들과 마찬가지로 신부 같아 보인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했다.

촬영 중간중간 헤어 변형을 하거나 드레스를 교체할 때 액세서리를 바꿔가며 골라야 하는데 결정장애가 있는 나에게 이 과정은 정말 난해했다. 다행히 이모님께서 경험이 많으셔서 각 드레스에 맞는 액세서리를 잘 골라주셨다. 셀 수 없이 많은 인원들이 우리의 촬영을 도와주었다. 마치 연예인이 되어 케어받는 느낌이었다. 총 4벌의 드레스를 입고 여러 가지 콘셉트로 찍어야 했기 때문에 계속 시간에 쫓기며 촬영을 이어갔다.


오전 9시 30부터 시작된 촬영이 해가 질 때까지 이어졌다. 오후 5-6시 즘에는 많은 스테프 분들이 현장을 떠난 상태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우리 커플이 다른 팀에 비해 꽤 오래 촬영한 거라고 하셨다. 대표님께 무척 감사했다. 그렇게 새벽부터 저녁까지 우리는 오만가지 포즈를 취하며 최선을 다 해 촬영을 끝마쳤다. 원본도 좋은데 보정본은 얼마나 좋을지 생각만 해도 무척 기대가 되어 설렜다. 밤늦어서야 촬영이 끝났다. 현장에는 그 많던 직원들은 모두 안 보이고 대표님, 나, 남자친구, 이모님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촬영을 마치고 스튜디오 대표님은 살면서 이렇게 비싼 헤어메이크업 하는 일이 많지 않으니 들어갈 때 인생 네 컷을 찍고 들어가라고 말씀해 주셨다. 몸은 지쳤지만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는 행복감에 에너지가 솟아났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예비신랑과 순댓국 한 그릇 먹고 인생 네 컷까지 찍었다. 이렇게 우리의 소중한 추억이 또 하나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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