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예물

99일 만에 결혼하기 프로젝트

by 자몽까는언니

결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게 된다. 아무래도 목돈이 크게 들어가고 양가 가족들과 엮여있기 때문에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 다행히 신랑과 나는 결혼을 준비할수록 서로에 대한 확신이 더욱 강해졌다. 어려운 상황이 생겨서 함께 해결해 나갈수록 신랑의 듬직함에 더욱 믿음이 갔다. 특히 신랑은 내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다 맞춰주려고 했다. 그는 늘 나를 존중해 주었다.


예물은 어디까지가 맞는 걸까

예물에 대한 로망이 크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오래전부터 꼭 갖고 싶은 게 있었다. 결혼할 때 좋은 시계를 받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 물론 나와 잘 맞는 좋은 사람 만나는 게 제일 중요하지만 여자 마음이란 게 막상 또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좋은 사람한테 좋은 선물도 받고 싶은 거다.

예비 신랑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결국에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웃으며 시계는 비싸면 가격이 무척 올라가는 아이템인데 얼마정도 하냐고 물어보았다. 8년 전부터 무척 가지고 싶었던 모델이 있었는데 그 제품이 정작 얼마인지는 몰랐다. 일단 가격부터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계는 값이 꽤 나가기 때문에 매장 방문 전부터 긴장이 됐다. 아무래도 한 번 구매하면 오래 사용할 물건이다 보니 실수하지 않고 클래식한 스타일로 잘 고르고 싶었다. 내가 가지고 싶은 모델이 비싸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매장을 방문했다. 8년 전부터 무척 가지고 싶었던 그 모델은 아쉽게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값이 많이 나갔다. 그가 가격을 그가 들으면 놀랄 것 같았다. 해당 브랜드의 다른 모델들도 예뻤기 때문에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자 다른 제품들도 착용해 보았다. 미리 마음에 드는 모델을 몇 개 점찍어 두었다.

여담이지만 참 신기한 것이 예물 값이 꽤 나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웨이팅이 길다는 점이었다. 웨이팅 때문에 지체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예물을 고르는 과정에서 에너지 소모가 상당했다. 평소에 이런 곳을 가지를 않으니 매장에 들어갔을 때 모든 물건이 다 예뻐서 고르기 어려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상시에 좀 봐둘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화점마다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조금씩 달라서 한 군데만 보고 덜컥 구매할 수는 없었다. 최소 2-3개 백화점을 돌아보고 신중한 구매를 해야 될 것 같았다. 몹시 지쳤지만 예식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다른 백화점들도 방문해서 물건들을 둘러보았다. 역시 같은 브랜드여도 백화점마다 갖고 있는 모델들이 조금씩 달랐다. 서비스로 달랐다. 그렇게 나는 혼자 사전 답사를 마쳤다.


모르겠으면 결혼한 친구들에게 물어봐라

결혼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하나같이 예물에 대한 아쉬움이나 불만이 있었다. 시어머니가 해주시는 대로 받아서 비싼 예물을 잘 착용하지도 않고 장롱에 고이 모셔두게 되는 케이스가 제법 많았다. 괜히 결혼 전에 잡음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원하는 것을 말하지 못했다는 케이스도 꽤 있었다. 주변에서는 결혼 후에는 잡은 물고기가 되기 때문에 선물을 받기가 어려우니 결혼 전에 선물 받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아 말해주었다. 게다가 아이가 태어나면 그때는 정말 많은 돈이 양육비로 나가서 나를 위한 선물을 해줄 여력이 없으니 갖고 싶은 것은 무조건 결혼 전에 장만해야 된다고 이야기해 줬다.


사전 답사를 모두 마쳤으니 이제 예비신랑에게 말을 할 차례였다. 작년의 나였다면 아마 말을 못 꺼냈을 수도 있다. 혹여나 말을 꺼냈더라도 부담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단념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올해 스스로 약속한 게 있었다. '이기적인 여자가 되자'였다. 결혼을 하면서 마음에 드는 시계만큼은 꼭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델을 선물 받는다면 그에게 고마운 마음이 영원히 남을 것 같았다. 나는 예비신랑에게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반지는 받지 않아도 좋으니 시계는 꼭 좋은 거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고민되는 얼굴로 한참 있다가 어떻게 반지를 안 할 수 있냐며 그래도 반지는 작은 거라도 하자고 내게 말해주었다. 무척 고마웠다.


끝없는 욕망

다이아 반지에 대한 로망은 없었다. 굳이 꼭 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와 함께 매장을 둘러보았다. 막상 매장을 둘러보면서 이것저것 손에 착용해 보니 마음이 달라졌다. 이래서 마릴린 몬로가 다이아는 여자의 ‘Best Friend’라는 노래를 불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롱한 다이아를 보니 이것도 시계와 함께 몹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랑은 예상치 못한 예물 비용에 적잖게 당황했지만 이내 내 마음을 이해해 주었다. 그는 가능하면 내가 갖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은 모두 다 해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내게 모두 다 선물해주었다.


영원히 간직될 '고마움'

결혼을 하고 시계를 볼 때마다 신랑에게 무척 고맙다. 여자로서 대우받고 사랑받는 느낌이 든다. 이 행복감은 내가 처음 겪어보는 감정이다. 내가 가장 갖고 싶었던 그 모델을 고집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신랑도 행복해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뿌듯해한다. 곰돌이 푸 같은 우리 신랑이 정말 사랑스럽다. 다행히 예비 신랑이 물건을 고르는 안목과 센스가 탁월해서 물건을 고르는 내내 무척 든든했다. 신랑이 아니었으면 예물을 고르는데 애를 먹었을 것 같다.

결혼 후 그가 내게 그랬다. 예물을 고르면서 '이 여자가 내가 결혼할 여자인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말이다. 결혼을 한다면 가능하지만 연애였다면 이렇게까지 해주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고 말이다. 예물 때문에 예비부부들이 많이 싸운다는데 다행히 우리 커플은 예물을 준비하면서 감정이 상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예비 신랑에게 무척 고맙고 앞으로 평생 그에게 잘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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