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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mun Apr 21. 2023

김치볶음밥을 좋아하는 네덜란드인

음식에 대한 오픈마인드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네덜란드는 정말 미식이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먼 나라다.

https://brunch.co.kr/@zamunubida/8

네덜란드 사람들의 음식을 대하는 태도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사람들이 음식을 하나의 예술로 대하는 것과 달리, 그저 살기 위해 하루에 3 챙겨 먹어야 하는 '행위' 가깝다. 그런데  가지 신기한 점이 있다. 음식을 '행위'로써 보는 대신 기본 전제,  '탄단지(탄수화물+단백질+지방)' 비율이 적절하다는 전제하에 음식을 받아들이는 범위의 폭이 생각보다 다는 . , 달고  음식뿐만 아니라, 맵고, 시고, 심지어  음식도 ‘맛없어라고 받아들이기보다, ‘, 새롭군하며 받아들이는 주변 더치 친구들의 모습은 확실히 그들이 빵과 치즈 이외 음식에는 보수적일 것이라는 나의 편견을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그저 어렴풋이 제국주의 시대에  축을 차지했던 나라로서 식민지배국이었던 인도네시아와 수리남 등의 문화를 접한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어설픈 나의 짐작일 뿐이지만.)


 학교 canteen(카페테리아를 뜻한다)에서 파는 무맛무취(정말 그랬다) 음식들에 아주 학을 떼고 있던,  학기. 원래 남의 떡이  크다고, 내가 다니는 학교의 학식 맛없게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일이, 바삭하다 못해 먹을 때마다 잇몸이 긁혀 부어오를 정도로 단단한 빵과 차게 식은 , 그리고 말라서 바짝 쫄아든 야채 등이 들어간 샌드위치를 5유로도 넘게 주고 먹어야 한다는 사실은 나를 절망에 뜨리기에 충분했다.  놀라운 샌드위치(!) 덕분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바쁜 와중에도 학생식당을 이용하기보다는 직접 도시락을  오는 길을 택했고, 제한된 고객님(?)들에 의해 운영되는 학생식당의 음식 퀄리티는 당연하게도 점점  질이 낮아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 커피 한잔 즐기러  canteen에서 나는, 맡아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무려.. 김치볶음밥의 진한 향내를.


'아이고, 정말 한식이 너무 먹고 싶었나 보다..'


고향의 밥이 너무 그리워진 나머지 한국도시락을   한국학생이  냄새의 주범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크지 않은 학생식당에서 무려 ‘김볶 도시락으로   장본인은 정작, 네덜란드 학생이었다. 식어빠진 샌드위치정도나 파는 식당에서 나는 ‘김치볶음밥 향기가 다른 유럽사람들에게 향긋하기보다는 자극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한  염려와 달리, 신나게 ‘김치볶음밥 먹던  학생은 신기해하는 주변 더치 친구들에게  숟갈씩 나눠주는 자비를 베풀기까지 했다. ', 맞아.  한국인이었지?' 라며 나에게도 본인의 식량을 흔쾌히 나눠주는 친절을 베푸려는  네덜란드친구에게, 고맙지만 나는 이미 점심을 먹어서 배부르다며 정중히 거절해야만 지만. 짜고, 맵고, 새콤한  김치볶음밥의 맛을 낯설어하면서도 계속해서 어미새가 주는 모이를 받아먹는 아기새처럼 김치볶음밥을 먹는 네덜란드 학생들의 모습에 오히려 기겁한  나와, 예상외의 폭발적인 반응에 자신의 도시락을 반도 먹지 못한 '김치볶음밥' 주인이었을 . 이후, 나보다  한국요리에 해박한  친구와 이런저런 음식이야기를 하다가 친해졌고, 종종 아시아마켓에 같이 장을 보러 가기도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가 먼저 네덜란드인들은 음식에 대해 별로 엄격하지 않은 것 같다며 슬쩍 운을 띄웠다. 처음에 '우리는 혓바닥이 없거든'이라며 낄낄거리던 그 친구는 이윽고 진지하게 네덜란드 사람들이 음식뿐만 아니라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generous', 즉 관대한 편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모든 문화는 다 각자 다르고, 그 다름 만큼 각자의 아름다움이나 맛에 대한 기준이 다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것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우위를 가르는 게 의미가 없지 않냐며, 자기는 요즘 한국문화에 빠져있지만, 자신은 호기심이 많기 때문에 내년쯤이면 또 다른 문화에 빠져있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머리에 터번을 감고 일본 전통의상인 듯한 국적이 모호한 차림을 하고 학교에 나타났다.

(이 정도면 관대함이 거의 부처님 수준 아닌가?)


생각해 보면, 우리가 맛이 없다고 판단을 내리는 기준은 대부분 우리가 머릿속으로 상상한 이미지와 다를 때 일어난다. 아삭하다고 생각한 깍두기가 물컹하거나, 부드럽게 삶아졌다고 생각한 감자가 단단하거나 우리는 '맛이 없다'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어느 나라에서는 무를 물컹하게 먹는 게 익숙한 나라도 있을 수 있고, 감자를 단단하게 생으로 먹는 게 익숙한 나라도 있지 않을까? 한국 사람이라면, 물컹한 깍두기를 먹으면서 '맛있다'라고 느끼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하지만, 네덜란드사람들은 반대로 '이거 물컹해서 별로야'라고 하기보다는, '오, 무가 물컹하면 이런 맛이 되는군'이라고 하며 그릇을 비워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보는 관점에 따라 네덜란드인들은 맛에 무감각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좀 더 들여다보면 누구보다도 맛에 관해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 열려있는 민족으로 볼 수도 있다는 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더치 친구들이 선호하는 메뉴가 감자 아니면 파스타인 것을 보면,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선호하는 음식은 다른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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