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amun Apr 17. 2023

알고리즘을 타버렸다요

초심

*촌스러움 주의 


네덜란드 시간으로 새벽 6시, 계속해서 울리는 푸시 진동음에 잠이 깨버렸다. 잠결에 폰화면을 끄면서 '뭐가 어쩌고 1000을 돌파'했다는 문구를 봤던 것도 같다. '요즘 광고성 알림들이 문제라니까'라고 생각하며 다시 포근한 베개 위에 머리를 묻었다. 광고성 알림이 뜰만한 어플이 없었음에도. 

내가 쓴 글이 다음 메인페이지에 올랐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그때부터 2시간 정도 뒤였던 것 같다. 메인에 올라간 글은 네덜란드 음식문화에 대해 내가 느낀 점들을 써놓은 글이었다. 


https://brunch.co.kr/@zamunubida/8


브런치에 발을 디딘 지 어언 8일 차. '좋아요' 알림 하나에 가슴이 설레고, '구독'알림 한 번에 호흡곤란을 느낄 정도로 심장이 뛰었던 나에게, 갑자기 '조회수 1000을 넘었습니다'라는 알람은 정말이지 현실감이 없었다. 겨우 메인페이지에 글 하나 올라갔다고 이렇게 들뜬 내 모습이 나도 조금은 '촌스럽나'싶지만, 그래도 좋은 걸 어째. 하지만 신나는 마음은 잠시, 곧 내가 올린 글에 대해 슬며시 걱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쓸 때는 즐겁게 썼던 글이지만, 여러 사람의 눈에 보인다고 생각하니 문득 내가 놓친 것들은 없는지 불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슬그머니 폰을 들어 내가 올린 글을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 역시나, 너무 완벽한 내 글이었다... 는 무슨, 아주 엉망진창이었다! 


'이 문장 왜 이렇게 조잡해! 아이고, 이건 너무 유치하잖아...' 등등의 생각이 내 뇌리를 수없이 스쳐 지나갔다. 그런 와중에도 조회수는 끝없이 올라 10000을 향해가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패닉에 빠질 것 같아 일단...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정처 없이 집 앞 숲도 한 바퀴 돌고, 마트에서 이것저것 장도 보고, 시내에 나가서 사람들 구경도 하다 보니 서서히 내 맘속에 들떠있던 부분도, 침울해져 있던 부분도 사근사근 정돈되어 가는 것이 느껴졌다. 시내에서 우연히 학교친구를 만나 카페에 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조심스럽게 '브런치'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본인은 외국인이라 한국에서 사용하는 '브런치'라는 포탈이 뭔지는 몰라도, 네가 만든 결과물을 많은 사람들이 봐준다면 그것 자체로 너무 좋은 거 아니냐며, 커피는 자신이 사겠다고 카드를 꺼냈다. (구두쇠로 유명한 더치 사람들의 일반적인 경제관념을 생각하면 누군가에게 뭔가를 사기 위해 지갑을 연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나를 너무나도 감동시켰다.) 


친구말도 맞았다. 브런치를 시작했던 목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다. 내가 겪은 크고 작은 일들을 글로써 풀어내면서 사람들과 즐겁게(!) 공유하는 것이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였다. 완벽하고 싶지만, 인생이란 그리 내 의도대로 완벽하게만 흘러가지는 않는 것이다. 애초에 완벽하고자 했다면, 내가 브런치를 시작할 수 있었을까. 때문에 마음의 부담은 철저히 내려놓기로 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저런 그날그날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지속적으로 자유롭게 풀어가는 것, 그것이 내가 브런치에 임하는 각오이자 목표이다. 

 

아, 근데 글을 마무리하면서, 갑자기 이런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촌스러운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나버렸다... 

뭐, 어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