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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mun Jun 13. 2023

직설과 무례함, 그 오묘한 경계

네덜란드 이모저모

처음 네덜란드에 왔을 때,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사실이 있다. 

네덜란드 사람들의 사전에 '입에 바른 소리' 따위는 없다는 사실. 


네덜란드 사람들 스스로 '솔직함' 더치인의 미덕이라고 자부심을 갖기도 하지만, 예의상 멘트가 절대 통하지 않는 극한의 민족이 더치인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함께 공부하던 독일 친구도 네덜란드 사람들의 직설적인 화법과 솔직함유럽 내에서도 명성(악명?)이 자자하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니.


좋게 말해, 말 한마디에 (지나치게) 진심을 담는다고 해야 하나.

(가끔 '작작했으면'하는 생각도 든다는 건 비밀.)


우연히 거리에서 오랜만에 학교 친구를 마주친 적이 있다.

같은 동네에 살다가,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간 친구였다.

반가움에 헤어질 때 인사차 '다음에 밥 한번 먹자'라고 이야기를 던졌는데, '그래서 언제?, 네가 올 거니?'라며 본인의 스케쥴러를 꺼내 들었던 그 친구.

예의상 한 이라는 그 한 마디를 끝끝내 하지 못하고 결국, 의도치 않게 기차로 1시간 반이 넘는 거리를 오로지' 한 끼'를 하기 위해 향해야 했다.

그 자리에서 '한국에서는 '다음에    먹자'라는 이야기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넌지시 했다가, 오히려 '그런 이야기를 네덜란드에서 함부로 하면 큰일 난다'라며 애정 섞인 일침을 놓아주었던  친구.


며칠 뒤, 친구의 충고에도 고치지 못한  '밥 한번 먹자(이 죽일 놈의 밥!)' 입버릇이 완벽하게 고쳐진 사건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우리가 따로 밥을 먹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해'라는 거절을 받고 만 것!

진심으로 밥 먹자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새삼 거리감 느껴지는 대답에 마치 데이트 신청이라도 했다가 거절받은 듯한 느낌이었다.(흑)

그렇게 지난 현재, 난 이제 한국에서도 웬만해서는 '밥 한 번 먹어요'라는 소리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혹여, 만에 하나라도, 길 가다가 아는 더치인을 만난다면, '우리 언제 한 번 밥이나 먹어요'라는 인사말을 함부로 헤어질 때 사용하지 않은 것을 권한다(적어도 진짜 함께 밥을 먹을 절실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상대방에 따라, 입에 바른 소리로 그들과 가까워지려는 시도는 좋은 시도일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상당한 고통을 남길 수도 있다.(내가 그랬던 것처럼)


'너 살 빠진 것 같아'라는 예의상 립서비스를 자주 입에 담는 사람도 부디 주의하시길. 

한국에서는 상대방에게 '고마워', 혹은 '어머, 아니에요~~'정도의 답변을 받겠지만, 네덜란드사람에게는 '해당사항 없음'이다.

앞에서 '고맙다'라고 말하지만, 그 뒤에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어느 부분이 어떻게 빠져 보이는지'까지에 대해서 상세한 설명을 기대할 것이므로. 이 대목에서 만약 마땅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우물거린다면, 당신은 '신뢰성 없는 그냥 나이스한 사람'이 될 것이다. 

별 것 아닌 작은 칭찬이지만, 이런 상황이 몇 차례 반복된다면, 영혼 없는 칭찬 몇 번에 오히려 객관성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낙인찍혀버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더치사람들이 하는 칭찬이나 조언은 대부분이 진실된 이야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본인의 객관성을 무한히 꽉꽉 눌러 담은. 

더치 사람들의 칭찬과 비판은 대부분이 놀라울 정도로 진심을 기반으로 하고, 반대로 비판 또한 감정이 섞이기보다 정확하게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이성적으로 풀어내는 행위에 가까운 것이다.


이들의 이런 언행이 무례하게 느껴진다면 해결책은 한 가지! 

마찬가지로 진실된 화법으로 대하면 된다. 

'이렇게 말했다가 이 사람 감정이 상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은 잠시 버려두고, 직설적이다 못해 앙칼지고 날카로운 내 모습을 발견해 보는 건 어떨까. 


타국살이는 고달프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구경하는 재미, 그리고 새로운 나 자신을 발견하는 재미만큼은 아주 '쏠쏠'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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