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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mun Apr 10. 2023

네덜란드 유학 입성기

호기심 하나로 늦깎이 학부유학을 떠난 자의 셀프인터뷰

 


33. 적지 않은 나이에 네덜란드 유학길에 올랐다. , 여기까지 이야기했을  사람들이 떠올릴 질문 옵션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기본뿌리는 이것일 것이다.


"왜 네덜란드인가?"


작은 질문들을 구성해 이 질문에 대해 좀 더 세세하게 답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


- 왜 늦은 나이에 유학길에 올랐는가?

 

정답은 단 한 가지, 호기심이었다.

(굉장히 뜻밖에) 대학 합격 통지를 받고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유럽학교는 나이도 어느 정도 고려대상에 들어간다고 풍문을 통해 들은 적이 있기에, 면접이 결정되었을 때도 이를 핑계 삼아 유럽여행이나 다녀오자는 마음가짐이었다.


익숙한 한국의 환경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나 자신을 노출시키면 과연 내 인생이 얼마만큼의 변환점을 맞을까? 아는 이 아무도 없는 환경에서 내가 얼마큼 잘 해낼 수 있을지 또한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많든 적든, 나는 나를 둘러싼 환경에 꽤나 의지하며 살아왔다. 경제활동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난 여전히 부모님의 집에서 살고 있었고, 그 집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 범주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했고, 그 사실이 솔직히, 좀 지겨웠다.


- 두렵지 않았나?


막연함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네덜란드라는 나라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튤립, 풍차, 대마초, 그리고 홍등가 정도로 평화로움과 환락적임의 상반되는 이미지였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내 예비동급생들이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술 한잔 하러 간 뒤풀이에서 대마초를 돌려 피는 것을 보고 뒤로 넘어갈 뻔하고, 꼰대 본능이 스멀스멀 올라오긴 했으나 (내가 너네 이모뻘이다, 자식들아!), 지금은 그들의 사생활의 일부분으로 '존중'한다는 명목하에 맹렬하게 못 본척하는 중이다.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대마초가 합법인 나라에서, '이 어린놈의 자슥들이! 그르믄 안대!'라고 외쳐봐야 나만 이상한 사람 되는 건 정해진 수순일 테니.


이러한 이미지와 상황들에도 불구하고, 내가 실제로 지낸 네덜란드는 굉장히 합리적이고 대체적으로 평화로운 곳이다. 이건 내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대마초가 이곳에서는 담배와 같은 기호식품으로 받아들여지고, 아주 어릴 때부터 대마초와 약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대마초 흡연을 합법으로 하되 네덜란드 국민들 자체적으로 어느 정도 마지노선을 정해둔 것 아닐까. 실제로 여기서 지내는 5년 가까이 네덜란드 국민이 아닌 외국인, 혹은 이민자들에 의해 발생된 마약이나 대마초 관련범죄가 발생되는 것을 본 적은 있어도, 네덜란드 사람에 의해 발생한 경우를 본 적이 없다(내가 본 것이 전부라고 하긴 어려우므로, 일반화를 시키는 것은 금물이다).


기차를 타고 도시를 살짝만 벗어나도, 풍차를 뒤로하고 양 떼들과 젖소 떼들이 들판에서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을 아주 쉽게 목격할 수 있으며, 내가 본 네덜란드 사람들은 의외로 작은 것에 기뻐하고 만족하는 삶에 가치를 두는 소박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장점만 있는 것은 절대 아니나, 이 부분은 이후에 차차 풀어내보도록 하겠다.


- 네덜란드라는 나라에 만족하는가?


네덜란드로 유학을 결심했던 시점에, 이에 대한 정보나 주변에 네덜란드로 유학을 간 사람이 전무했던 터라 걱정스러웠던 것에 비해 정말로 만족스럽다고 말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내가 가장 먼저 걱정했던 유럽국가의 느린 전산과 행정 처리속도에 대한 이미지가 180도 바뀐 것에 있다. 처음에 올 때, 네덜란드어를 거의 못했기 때문에 전산, 행정처리에 대한 부분이 가장 막막하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전산화된 행정처리 속도가 유럽국가 내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신속, 정확한 편에 속하며, 대부분의 행정부서가 치밀하고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다. 또한 네덜란드어를 못하는 Expat(국외 거주자)들이 유입이 굉장히 이전부터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네덜란드 국민이 아닌 외국인들에 대한 행정처리방식이 굉장히 능숙했다. (간혹 세금서류와 같은 공문서가 네덜란드어로 올 때는 간혹 당황스럽기는 하나, 우리는 구글이 모든 언어를 번역해 주는 스마트한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특히 네덜란드어와 영어는 굉장히 유사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언어이기 때문에, 구글 번역기를 네덜란드어에서 영어로 설정해 놓으면 완벽하게 번역해 주는 작은 기적을 누릴 수 있다.)


처음 네덜란드에 와서 은행계좌를 오픈할 때 놀랐던 부분도, 대부분의 은행원들이 능숙하게 영어로 응대한다는 것과, 영어로 제공되는 매뉴얼 등이었다. 물론 한국처럼 그 자리에서 간단하게 바로 계좌를 개설이 되는 건 아니었지만, 2~3일 정도 내에(내 주변을 보니 길게는 일주일정도 걸리는 듯했다) 계좌개설에서 카드발급까지 이루어졌다.


네덜란드에 오기 전에 가장 염려했던 부분은 인종차별에 관한 문제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부분에 대해서 네덜란드가 완전히 자유롭다고 하기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라는 나라 자체가 무역산업으로 성장한 나라인 만큼,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확실히 어느 정도 다양성이 존중되는 나라라고 말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겪은 네덜란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인들이 대다수인 유럽국가라는 틀에서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은 국가라는 것이었다. 만족과 불만족으로 나눈다면 간단하게 결론지어야 한다면, 나는 '만족'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를 일반화하기엔 내 주변엔 이에 불만족스러워하는 사람들도 많기에 이 이야기도 차차 풀어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가 살면서 가장 편하게 느낀 부분이기도 한데, 네덜란드 사람들은 '합리적, 실용적'을 빼면 시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부분에서 가능한 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작게 예시를 들자면, 현금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네덜란드를 처음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당황하는 부분이, no card를 붙여 둔 가게들이 꽤나 눈에 많이 띄는 만큼, 현금을 받지 않는 가게들이 많다는 것이다. 카드 수수료의 부담이 적지 않은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와 달리, 네덜란드 대부분의 가게는 단 돈 몇 센트라도 카드로 결제하는 것을 선호한다. 카드 수수료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결제하는 고객 입장에서도 편하고, 점주 입장에서도 위조지폐로 골치 썩을 일이 적어진다. 무엇보다도, 정부 입장에서는 카드 사용을 권장함으로써 국민들의 재산규모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입출금을 할 때도 네덜란드는 출금수수료가 무료인데, 한국과는 반대로 1년에 정해진 액수 이상의 입금에 수수료를 책정한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살면서 보니, 출금할 일이 입금할 일 보다 많은(슬프게도), 벌이가 크지 않은 학생인 내 입장에서는 유리하게 적용되는 정책이다.


이 외에도 네덜란드는 그저 유럽에 작은 베네룩스국가의 한 일원으로만 보기에는 생각보다 흥미진진한 요소가 무척이나 많은 나라다. 유럽국가의 일원이지만, 고전적인 옛 도시의 모습만을 기대한다면 네덜란드는 단연코 방문에서 제외되어야 할 첫 번째 나라가 될 것이다. 옛 건축물이 대다수인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다소 미래지향적인 현대 건축물이 많이 눈에 띌 정도로 현대지향적이며, 내가 이야기를 나눠 본 대부분의 더치 친구들은 자신의 나라가 다른 유럽국가들과 차별화되어 있다는 부분에 대해 꽤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클래식과 모던한 유럽을 동시에 경험하고 싶다면, 네덜란드는 단연코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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