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이 받은 분수

홀로서기에 관한 소고

by 장경

워싱턴 대학의 심리학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존 M. 고트먼은 대인 관계에 관한 100편이 넘는 논문을 썼으며, <행복한 부부, 이혼하는 부부>라는 책으로 유명하다. 그는 결혼생활에 관해서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진실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결혼생활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갈등은 결코 해결될 수 없으며, 70%에 가까운 갈등은 죽을 때까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각 개인의 가치관, 인생관은 절대 변하지 않으니 상대방을 각자 독립된 개체로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1923년에 발간 된 책으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고 하는 <예언자>에서 칼릴 지브란은 <결혼에 대하여> 라는 편에서 이렇게 말한다.


신의 고요한 기억 속에서 조차

너희들은 함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함께 있되

너희들 사이에 공간이 있도록 하라

그래서 천국의 바람들이 너희들 사이에 춤추게 하라


함께 서 있으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영적인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듯이

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관계에서도 거리가 필요하고, 독립이 선행하는 것이다. 독립은 관계에서 밀려나는 고립이 아니다. 참된 독립을 할 수 없는 이들이 혼자만의 공간에 처해졌을 때, 자신의 삶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방만하고 나태해지면서 망가지는 것이다.

또한 참된 독립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함부로 관계에 뛰어들다보니, 가장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끼리도 장미의 전쟁을 벌이며 날선 가시로 서로 상처주고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거리니, 우리 사회가 전쟁터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자립할 수 있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의존하거나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을 원망하거나 상처 주지 않는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필요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는 부부생활에서부터 직장생활까지 모든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결국은 각 개체 간의 관계다. 우리는 자신만의 고유성을 유지하며 각자의 길을 가면서 함께 호흡하고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것이지 하나가 되려고 해서는 안 되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


참된 독립은 혼란스럽고 폭력적인 가면놀이에 빠져 있는 우리 사회에서, 깨어 있는 정신으로 자신의 내면을 오랫동안 충실하게 가꿔온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며, 우리는 그러한 길로 가야 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 화합하되 하나가 되지 않는다)이라고 했다. 20세기는 강제적인 동일시를 강요당하는 시대였다. 유태인이거나 반유태인이었다. 공산주의자가 아니면 자유주의자였다. 21세기에 들어 이제 우리는 부동(不同)의 분산과 화(和)하는 연결통합으로 향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정신이, 바로 각기 다른 고유한 개체로서 화합하는 화이부동의 덕목이다.


신유학의 창시자 정자와 주자가 제시한 성리학의 핵심 개념 중의 하나가 이일분수(理一分殊)다. 절대적 이치는 하나며 개체는 그것을 나눠 가지는 것이다. 전체 대열을 볼 수 있어야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법이니, 고유한 분수를 안다는 것은 자신의 운명을 안다는 것, 자기가 진정으로 무엇인지를 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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