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가 부부 갈등을 해결하는 법

사랑과 전쟁, 가정의 평화를 고민하다

by 장경

사랑과 전쟁, 가정의 평화를 고민하다


새 천년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나는 이제 막 한국에서 불붙기 시작한 인터넷 사업 분야 중, 웹(web)에서 온라인으로 심리상담 콘텐츠를 제공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당시 유수의 명문 대학을 졸업한 심리학 박사님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 분들과 다양한 교류를 하고, 재미있고 실험적인 여러 심리학 콘텐츠들을 함께 생산하면서 많이 배웠고, 일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흥미로운 학술 세미나를 진행해나가는 것 같은 즐거운 나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그때의 시간들은 이후에도 나에게 오랫동안 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그 분들이 공적인 장소에서나 사적인 장소에서 아무렇지 않게 던졌던 심리학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나에게는 삶을 통해서 실험해볼 수 있는 다양한 화두가 되기도 했다.


그 중에서 이 글의 주제와 관련해서 기억나는 일화 한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스튜디오에서 웹사이트에 등록할 선생님들의 프로필 사진 촬영을 마친 후, 뒤풀이가 있었다. 한창 건강이 좋았던 젊은 시절이라 주량이 센 편이었던 나는 선생님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비우고 마지막 선생님이 남아계실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앞자리에 앉은 선생님은 나보다 연배가 꽤 많으셔서 당시 이미 대기업에서 과장급 직위를 가진, 전문 상담가로 활동하고 계신 분이었다. 나이는 많으셨지만 길게 파마를 한 머리칼, 달걀형의 갸름한 얼굴에 깊은 지혜를 담은 맑은 눈을 가진 선생님은 나이를 무색케하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결혼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고, 선생님은 나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선생님은 국내 최고 명문대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하고 결혼을 한 심리학 전문가였지만, 자신의 결혼 생활이 초기에는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이야기 했다.


다른 사람의 가정생활에 관한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전문 상담가가 정작 자신의 문제는 풀지 못했던 것이다. 중이 제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처럼 의사가 자기 병은 못 고치는 격으로 숱하게 접했던 고민이 자신의 것이 되었을 때는 그 매듭을 풀기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신혼 초기에 1-2년은 남편과 치열한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선생님은 역시 지혜로운 분이었던지라 결국은 그 전쟁 같은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쯤되면 당연히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나는 남은 생맥주를 들이키고 물었다.


“어떻게 해서 해결된 겁니까? 애가 생겨서?”


“아뇨. 애는 한참 뒤의 일이고요. 어느 순간 갑자기 어떤 깨달음 같은 것이 생겼어요.”


“깨달음?”


“예. 남편이 없어도 내가 행복할 수 있겠구나라는 깨달음이요. 그 날 이후로 모든 것이 편해졌어요. 남편과의 관계도 좋아졌구요.”


그 선생님의 셀프 처방은 역설적이면서도 단순한 것이었다. 내 행복이 상대방에게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상대방에게도 좀 더 온화하고 합리적으로 대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미명하에 상대방에게 의존하고 있지는 않은가? 결국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 때, 서로가 독립된 존재라는 것이 선행될 때, 행복한 공동체 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관계에 있어서 얼마나 독립적인 태도와 능력을 갖고 있는가? 우리가 참된 관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홀로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이 홀로 선다는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개념으로 확장할 수 있고,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자신만이 받은 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