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되지 않으면 못 견디는 현대인과 카프카
평소에는 재벌의 부도덕함과 사람을 노예나 부속품 취급하는 대기업의 갑질을 욕하면서 정작 취업 시즌에 대기업 응시자수는 수백 대의 일의 경쟁률을 보인다.
대다수의 경우, 당장 취업하지 않는다고 굶어죽는 사회는 아니다. 남들보다 형편이 다소 어려울 뿐이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이르렀고, 저성장 시대이며, 가족 간의 유대도 끈끈한 사회에, 기대수명은 90에 육박한다. 이런 복합적인 요소들을 고려해 볼 때, 현재의 어려움을 견디면서 장기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것이 불가능하도록, 우리는 끝없이 비교와 경쟁을 강요받는 사회를 살고 있다.
그렇다보니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층들이 당장 어딘가에 소속되지 못하면 불안감을 느낀다. 어린 시절부터 학교라는 공동체를 비롯하여 조직생활을 하면서 뼈가 굵은 대다수 중장년층도 예외는 아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낙오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우리는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 한다. 공동체에서 밀려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끝없이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신이 공동체에 안착했는지, 몇 등 정도 인지 확인하려고 든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견딘다.
실존주의 작가로 유명한 카프카는 1883년 7월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그는 일생 중산층의 그럴듯한 삶과 작가의 길 사이에서 고민했다. 그는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였으나 한편으로는 가족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충실한 아들이고자 하였다.
하지만 자유롭고 예민한 작가의 정신은 그를 정상적인 삶을 살게 하지 않았다. 그는 3번 약혼을 했으나 모두 결혼에 실패했다. 엄숙하고 보수적인 아버지를 경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버지의 강인함을 동경했다.
법률대학을 나와 낮에는 보험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글을 썼다.
카프카는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1913년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탄식하듯 말했다.
“나의 모든 실존이 문학에 달려 있다. 나는 지금껏 이 길을 걸어왔다. 내가 만약 글 쓰는 것을 포기한다면 나는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보험회사를 14년 동안이나 근무했다. 그는 현실의 삶과 꿈꾸는 삶 사이에서 방황하며 신은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써야 한다라고 울부짖기도 했다.
그가 여기서 말한 신은 아마 그럴듯한 장식과 가구를 갖춘 집같은 존재, 혹은 어린 시절 자신의 안위를 보장해준 엄격한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한편으로는 그의 고통스러운 독백이 역설적으로 부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지하에서 카프카가 묻는 것 같다. “당신에게는 당신의 모든 실존이 달려 있는 그 무엇이 있는가?”
카프카의 <성(Das Schloss, 城)>이라는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한 연극을 본 적이 있다. 1922년에 쓴 이 작품은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이 작품 속에서 주인공 K는 토지측량기사로, 감독관으로 일하라는 요청을 받고, 성으로 간다. 성과 계약한 문서를 갖고 성으로 들어가려고 하나 마을 사람들은 지극히 경계를 할 뿐이다. 성에서는 K에게 조수를 두 명 보냈다. 그런데 그 조수 둘은 측량에 대해서 무지하다.
눈이 펄펄 내리는 마을을 전전하며 그는 성으로 들어가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성이 과연 나를 필요로 하는지 조차 알 수가 없다.
인근 마을에 머물며 성에서 불러주기를 기다린다. 약속은 계속해서 미뤄지고, 관공서에서는 이쪽에서 저쪽으로 계속 K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오고 가게 할 뿐이다. 엄청난 문서들의 향연만 있을 뿐 주인공의 입성은 결국 허락되지 못하고 주인공은 소외된 채 남겨져 있다.
K는 경계심 가득한 마을에서 한 여인을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한다. 원치는 않았지만 아내의 요청으로 학교에서 급사 일을 하면서 언젠가는 성으로 들어갈 것을 기다린다. K는 온전히 마을에 속하지 못하고, 성으로 들어가지도 못한 불확실한 존재로 떠돌며 성으로 꼭 들어가야 한다는 아득한 욕구에만 시달릴 뿐이다. 미완성된 소설처럼 K는 미완성된 채로 불안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굳이 정리하자면 현대사회의 규율화 되고 체계화된, 냉혹한 장벽 앞에 소외된 인간의 형상이다. 카프카가 던진 이러한 주제의식은 현대인들의 마음에도 깊이 와 닿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성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때로는 권모술수를 쓰고, 때로는 자신을 속이고, 때로는 자신의 신념과 다른 일에도 적절히 타협하면서, 어떻게든 성에 들어가려고 한다. 그 성에 결국 들어가지 못한다는 절망감에 우리들 중 일부는 극단적이거나 위험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낙오하지 않고 살아남은 이들도 늘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존재로 떠돈다.
왜 K는 자신이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