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변화의 핵심은 오직 하나.
지난주에 화제작 [옥자]를 시청했습니다.
칸영화제 평가나 언론의 평가를 그다지 중요하게 보는 입장은 아니라서, 별 기대하지 않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끝부분에 가서는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있었습니다.
제가 초반부까지만 해도 이 영화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이유는 "채식주의"를 주제로 다루었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스릴러물 같은 자극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제 취향 상 이 영화를 굳이 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끝부분에 가서는 저도 모르게 집중해서 보고 있더군요.
무엇보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개그코드, 이야기 전개방식 등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때와서야 "처음에는 야유소리, 마지막에는 박수소리"라는 평을 단 BBC의 평가가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이 외에도 [옥자]는 YouTube, Raddit 등 해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고, 영국의 가디언지를 포함한 유명 매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좋은 영화는 뭔가 통하는게 있나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칸영화제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배급사가 넷플릭스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영화는 영화관에서 먼저 개봉되고, 추후에 블루레이 버전으로 출시되는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옥자]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넷플릭스, 영화관으로 동시에 개봉되었습니다.
무슨 말인가하면, 처음 [옥자]가 개봉한 2017년 6월 29일에 굳이 영화관에 갈 필요없이 집에서 넷플릭스를 이용하여 관람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웹드라마 형식으로 인터넷으로 볼 수 있도록 한 방식이 존재해왔으나, 그것도 최신 영화를 영화관과 인터넷에서 동시 상영한 사례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 방식은 당연히 영화관 입장에서는 수지가 맞지 않았고, 우리나라에는 CGV, 롯데시네마를 제외한 군소규모의 영화관에서만 제한 상영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개봉한지 4주가 지났음에도 관람객 수는 약 30만 명에 불과하였습니다.
물론 이 30만명은 개봉한 극장의 면면을 고려해보면 선전한 것입니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극장으로만 보았을 때 [옥자]는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으나, 넷플릭스는 엄청난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The Wall Street Journal 2017일 7월 19일자 기사를 보시죠.
Netflix Inc. blew through its subscriber-growth estimate in the second quarter, showing that its big bets on original programming and international expansion are paying off, even as the streaming market gets more crowded. The Los Gatos, Calif, company ended the quarter with nearly 104 million subscribers globally. It added 5.2 million users in total, far more than the 3.2 million it had projected, as well as Wall Street's estimate of 3.5 million net additions. Revenue jumped 32% to $2.79 billion, while the company's operating profit margin globally was 4.6% down from 9.7% in the first quarter.
이번 2분기 때 넷플릭스의 구독자는 약 520만여명 증가하였고, 수익 역시 전년동기대비 32% 증가했다고 합니다.
물론 순수하게 [옥자] 덕분은 아니겠죠.
하지만 제가 여기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영화관이 꼭 필요한건가?
일반적으로 우리는 "모름지기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제맛"이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오늘날의 추세를 보면 과거의 관념이 바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굳이 사례를 들자면, 최초의 터치패드 식 휴대폰을 선보인 iPhone시리즈, 노트북의 등장 등등.... 오늘날의 모습을 보면 '카오스'입니다.
이 카오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고객친화적이라는 점 말이죠.
혁신적이라고 찬양받았던 iPhone만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전까지도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은 존재하고 있었지만, 디스플레이 화면이 좁았기 때문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었는데, 넓은 터치스크린으로 중무장한 iPhone으로 인해 휴대폰에 대한 관념 자체가 바꼈습니다.
이 외에 Tesla, Microsoft, Amazon.com, YouTube 등이 있는데요.
모두 변혁을 이뤄냈지만, 그 한 가운데에는 고객친화적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정말 신기하게도 영화관에 대해서는 이러한 변혁이 감지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영화관에서 문제를 일으켜도, 비난만 할뿐 어떠한 변화방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않았습니다.
가장 극명한 사례가 [군함도]입니다.
[군함도]가 이번에 비판을 받은 점 중 하나가 "영화관 측에서 너무 시간대를 몰아줬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적어도 제가 체감하기에도 그러하였습니다.
저는 지난주에 [군함도]를 관람하였었는데요.
황당했습니다.
다른 영화는 하루에 2~3개 시간대밖에 상영안하는데, [군함도]는 뭐... 하루 종일 상영하더군요.
그러다보나 제가 다른 영화를 보고자 했을 시, 정작 그 시간대에 상영하는게 [군함도]밖에 없어서 불가피하게 [군함도]를 보게 되었습니다.
정작 진짜 명작은 [덩케르크], [슈퍼배드3]였는데 말이죠.
제가 특히 화가 났던 부분은 "영화관이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특정 영화를 보라고 관객들에게 강요하냐"는 것이었습니다.
관람객들이 영화관에 가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자 함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런데, 영화관이 그것을 못하게 막아버렸습니다.
소비자주권을 침해한 것입니다.
그러면 당연하게도 영화관이라는 개념이 바껴야 하는거 아닌가라는 논평이나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데, 신기하게도 그런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 이번에 넷플릭스가 해답을 어느정도 제시해주었다고 확신합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한 이유를 설명하기 앞서, 넷플릭스의 기본적인 정책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가 지난번<미디어계의 프론티어, 넷플릭스(https://brunch.co.kr/@zangt1227/70)> 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궁금하신 분들은 위 링크에 들어가시면 됩니다.
넷플릭스는 기본적으로 정액제입니다.
한달 요금을 지불하고 나면, 해당 기간동안 넷플릭스에 포함되어 있는 콘텐츠를 무한정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TV, 스마트폰, 컴퓨터, 노트북 등 인터넷이 되는 곳이면 어디서든요.
게다가 넷플릭스에 자체 제작한 컨텐츠는 지역에 따라 일정을 조정해서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일자에 전세계 동시에 공개하는 방식입니다.
덤으로 자막과 같은 것도 당연히 딸려서 나오죠.
최근에는 넷플릭스가 자체제작 드라마를 공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아예 자체적으로 영화를 제작하여 웹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넓은 화면에 그냥 영화나 드라마 컨텐츠만 띄워놓고, 소비자에게 선택권(물론 본인이 원하는 것을 추천해주는 것은 있습니다)을 100% 제공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보니, 이만한 것도 없죠.
특히 영화관처럼 강제로 특정 콘텐츠를 볼 필요도 없고, 자기가 보고 싶은 시간대에 고화질로 볼 수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난번에 넷플릭스 포스팅 제목을 [미디어계의 프론티어, 넷플릭스]라고 지은 것이 이 때문입니다.
어쩌면 영화관계의 혁신 주체는 넷플릭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넷플릭스가 바로 영화관을 100% 대체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관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 외에도 여러가지 목적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변화는 외곽으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혼남, 혼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방금 영화관이 영화를 보는 것외에 여러가지 목적이 있다고 했는데요.
바로 커플이나 친구랑 노는 용도라는 것입니다.
모두가 커플이나, 친구랑 노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요즘에는 혼술, 혼밥족 등 혼자서 무언가 하는 것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영화를 보려면 대부분 조조시간대나 심야시간대에 보게 되는데요.
이 시간대가 사실 힘든 시간대입니다.
하지만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이 생기면?
굳이 영화관까지 갈 필요가 없죠.
거기다 최근 홈시어터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게다가 홈시어터 기본장비가 LG전자나 삼성전자가 내세우는 스마트홈의 일부인만큼 앞으로도 활용여지나 시장성이 보다 더 향상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외곽시장이 점차 커지고, 영향력이 커지게 되면 이 외곽시장이 곧 메인마켓인 영화관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마치 Amazon.com의 등장으로 유명 백화점들이 문을 닫게 된 것처럼요.
'설마?'하겠지만, 지금까지 추세를 보면 그 설마가 사람잡았습니다.
그런걸보고 '역동성'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는 크게 두 가지 과제를 갖고 있습니다.
지난번 프랜차이즈 관련 포스팅에서도 말했다시피, 뭐든 컨텐츠가 매우 중요합니다.
마케팅은 단순히 신기루를 형성할 뿐, 컨텐츠가 별로면 순식간에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이번에 [군함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콘텐츠가 훌륭했을지, 말지는 제쳐두고 마케팅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그 결과는 개봉 초기에 어마어마한 관객수를 동원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악평이 달리게 되면서 순식간에 관람객수 증가세가 약화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역시 기존에 훌륭한 컨텐츠를 보유하고는 있으나, 영화 분야에서는 아직 미약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제 개인 의견으로는 넷플릭스가 앞으로 영화 쪽으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보입니다.
본인들도 알고 있겠죠.
영화관을 제치게 되면 자신들이 미디어계의 Amazon.com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콘텐츠의 질을 정말 향상되게 되면, 굳이 비싼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시청자들이 알아서 홍보를 해줄 것입니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바이럴 마케팅이라고 합니다.
택시운전사나 왕좌의게임 등 성공작들을 보면 대부분이 극장에서 밀어주어서가 아닌, 관람객들이 자체적으로 홍보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인한 것이 컸습니다.
이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바로 콘텐츠가 중요합니다.
미국이야 홈그라운드이니 충분한 서버량을 갖추고 있겠지만, 해외국가들(예로들면, 한국, 일본, 유럽 등)의 경우에는 아직 서버량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최근 기사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 인터넷망을 사용한 가구에서는 넷플릭스를 보는데 아무런 어려움을 겪지는 않지만, 다른 인터넷망을 설치한 가구에서는 넷플릭스가 제대로 재생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 서버망을 어느 정도 안정시키냐가 앞으로 넷플릭스가 해외에서도 승승장구하는데 변수가 될 것입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넷플릭스를 위시한 플랫폼들이 영화관의 개념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것을 주제로 서술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극장이 100% 없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아직까지는.
하지만 이번 [군함도] 사태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저는 영화관이 과연 관람객들한테 자율적인 선택권을 제공하는 지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다른 소비재, 전자산업의 혁신과정을 보면 모두 이 의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 의문에 대한 반향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경우에는 메인마켓 밖, 외곽에서 점차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보이는데요.
그것은 상술한바와 같이 영화관에 방문하기가 부담되는 층을 노린 틈새시장일 것입니다.
최근 홈시어터 시장규모, 혼X족 규모가 커지는 것을 보면 충분히 성장성 있다고 보여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메인마켓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관 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겠지요.
물론 제 말이 100% 맞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변화의 움직임이 나올 것이고, 화재가 될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주역이 누가 될지, 그것이 정말 저한테 있어서는 흥미거리입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