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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gnus 창 Mar 04. 2017

Oculus, 엉성한 모방의 실패작.

조사를 제대로 했어야지ㅋㅋㅋ

2016년, WMC(World Mobile Congress)에서 가장 박수갈채를 받은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VR(Virtual Reality)입니다.


5G기술도 있었지만, 우리같은 비전공자 입장에서는 "그냥 인터넷이 더 빠른 것"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저도 저기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취업 준비 중이었을 때라........


VR이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5G와는 반대로 일반 사람들이 확실히 "이건 대박"이라고 느낄만한 기술이었기 때문입니다.


VR과 관련해서도 KT, SONY 등 수많은 업체들이 주목받았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던 업체가 Oculus입니다.

저도 2016년에 처음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업이 당시에는 그렇게 잘나갔다고 하더군요.


Oculus는 Mark Zukerburg가 CEO를 맡고 있는 Facebook의 자회사입니다.

Mark Zuckerburg입니다. 2017년 Forbes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인물' 순위에서 9위를 기록했습니다.


Facebook의 자회사인만큼, 자금력은 엄청나죠.

Mark Zukerburg가 홍보를 해준만큼 Facebook의 어마무시한 푸쉬를 받았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SKT와 협력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오른쪽은 Mark Zuckerburg, 왼쪽은 고동진 삼성 무선사업부 사장입니다. 자사의 VR을 위해 Mark Zurkerburg는 삼성의 제품을 홍보했습니다.


실제로 초기 판매량도 우수했는데요.

2016년 4월, 일반 소비자용 VR HMD(가상현실 헤드셋) 'Oculuis Rift'를 정식 출시할 때에는 599달러(약 70만원)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팔 정도 였습니다.

하지만 1년이 다 되어가는 2017년 초, Oculus는 'VR 선도기업'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HTC의 Vive입니다.


오히려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HTC 'Vive'와 SONY의 '플레이스테이션 VR'에도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VR의 선도주자인 Oculus가 왜 이렇게 몰락한 것일까요?
왜 제가 제목을 <Oculus, 엉성한 모방의 실패작>이라고 한 것일까요?


이 두 질문이 오늘 포스팅의 주제입니다.



Oculus가 실패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가격입니다.

IT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Wall Street Journal, IT조선 등 수많은 매체의 기사들을 구독해오면서 Oculus에 대한 기사를 구독해왔는데요.

역시 Oculus 제품의 문제점은 '가격'이었습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가격은 599달러였습니다.

한화로 70만원이구요.


그리고 말이 70만원이지, 제대로 구동하려면 최소 100만원 이상의 컴퓨터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실질적으로는 170~200만원 가량이 소요된다는 것입니다.


그만한 킬러 콘텐츠(해당 기기를 사서 이용할 만한 가치를 제공하는 콘텐츠)가 있으면 모를까.

VR기기 자체가 이전에는 없던 것으로 Oculus의 경우에는 콘텐츠도 플레이스테이션 만큼 많지도 않습니다.


또한 높은 가격대가 소비자들의 분노를 일으킨데에는 다른 원인이 있었는데요.

애당초 Oculus는 Oculus Rift 출시 전에 350달러의 가격을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Oculus가 자사 제품의 가격을 599달러에 출시해버리니 소비자와 개발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고, Oculus 플랫폼을 떠나게 된 것입니다.


두 번째, 폐쇄된 플랫폼 및 개발 환경입니다.

Oculus는 Apple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의 플랫폼만 사용할 수 있었는 자체적인 VR 생태계를 구축하려 하였습니다.

개발자용 버전(DK, DK2 등)을 300달러로 팔았던 것도 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었습니다.


하지만 폐쇄적인 플랫폼과 개발환경은 '독'이었습니다.

게임 개발사들 입장에서는 자사 게임의 수익을 늘리기 위해 다른 플랫폼으로도 활용하고 있는데, 그것까지 막아버린다는 것은 "너 돈벌지 마, 걍 우리의 노예나 되도록 해"라는 것과 같은 의미였던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steam이 있습니다. Steam은 Window, Mac 등 다양한 운영체제에 게임을 팝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리니 세계 최대의 온라인 게임 플랫폼 'Steam'을 운영하는 Valve Corporation는 Oculus 진영을 탈퇴하였으며, Oculus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습니다.

후에 Oculus는 Oculus의 경쟁사인 HTC와 손을 잡아 'Vive'를 출시하였습니다.

Steam도 Vive로 갈아탔습니다.


물론 대형 개발사들의 참여 비중 자체는 아직 Oculus가 여전히 높지만, 대작 콘텐츠의 경우에는 개발기간이 보통 깁니다.

StarCraft2가 무려 6~7년이 걸린 점을 고려해보십시오.

당장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찾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컨텐츠가 부족한 Oculus를 살까요? 아니면 대작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많은 인디 개발사들이 제작한 게임들을 확보한 Vive를 살까요?


세 번째,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확장성입니다.

'HTC Vive'에 비해 떨어지는 확장성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전용 콘트롤러와 룸스케일 센서를 출시된 HTC Vive는 현장감, 공간감과 상호 반응 등의 측면에서 Oculus Lift보다 더욱 뛰어난 가상현실 몰입도를 제공합니다.

HTC Vive는 앉아서도 서서도 가상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같은 4월에 출시된 Oculus Rift는 VR 헤드셋 제품만 먼저 출시되었습니다.

입력장치는 가상현실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XBOX용 콘트롤러가 전부였습니다.

Oculus는 XBOX 컨트롤러가 전부였습니다. 초기에.


2016년 말에서야 전용 콘트롤러가 출시되긴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출시된 직후를 따져보면, 의자에 앉아 한정적인 VR 경험을 제공하는 Oculus Lift와 달리 HTC Vive는 일어서거나 앉는 것은 물론, 센서 범위 내에서 이동도 가능합니다.

전용 콘트롤러는 가상현실 속 오브젝트와 상호 반응이 가능해 더욱 현실적인 가상 경험을 제공합니다.

저도 이 사진을 보고 혹 했다는.......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VR 경험의 범위가 훨씬 넓다보니 '가능성'과 '다양성'도 더욱 크고 넓을 수 밖에요.


실제로 미국의 게임 및 미디어 부문 시장조사기관 'Super Dat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HTC Vive는 VR 콘텐츠 개발이나 연구 부분의 판매량이 더욱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16년 3분기만 해도 전체 판매량이 Oculus Rift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지만 4분기에 이르러서는 역전해 오히려 Oculus Lift보다 2배가량 더 많이 팔렸습니다.


네 번째,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Oculus는 3년여에 걸쳐 미국 게임기업 ZeniMax Media와 소송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Zenimax가 승리했습니다.

여기서 치명적인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지금껏 Oculus가 선보인 VR 기술 및 제품의 상당수가 ZeniMax의 기술에 기반한 것이고, 이를 Oculus가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포장한 정황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Oculus는 항소할 입장을 밝혔으나, ZeniMax가 제시한 증거가 워낙 확고한 상황이라 최종 판결을 뒤집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또한 시장 전망도 부정적입니다.

사기쳐서 만든 제품에다가 개발사들한테는 "야, 무조건 우리 플랫폼만 써"라고 하는 Oculus를 누가 좋게 생각할까요?



Oculus가 실패한 이유로 위 4가지 이유로 들었는데요.

저 원인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폐쇄된 플랫폼 및 개발환경", "확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격이야 그만한 콘텐츠(예로 들면 킬러 콘텐츠)가 있으면 납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Steam마저 Oculus 진영을 탈퇴한 마당에 Oculus에는 그만한 콘텐츠도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VR 활용도는 대부분 게임입니다. 48%인데요. 그렇기 때문에서라도 게임 컨텐츠를 재빨리 확보했어야 했습니다.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저 포함)들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Steam이 게임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회사인지요.

Steam 플랫폼에는 약 7400개가 넘는 게임들이 있고, 2014년에는 활동 유저만 1억 명을 돌파하였습니다.

Oculus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Steam을 잡았어야 했습니다.

Steam 유저수는 나날이 급증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기기까지 포함하면 엄청나게 늘어나죠.


그런데, Oculus만의 VR시장을 만들겠다는 욕심에 엄청난 惡手를 두었습니다.

언론에서는 Oculus가 Apple의 전략을 모방했다고 하니 여기서는 Apple의 사례로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Steve Jobs가 1997년에 Apple에 돌아올 당시에는 Apple이 사실상 망하기 직전이었습니다.

여기다가 Microsoft와 법정공방이 벌어지고 있던 터라 사실상 현금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Steve Jobs는 이 때에 Microsoft와 협상하게 되는데요.

협상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Microsoft는 1억 5000만 달러의 Apple의 무의결권 주식을 매입하고 최소 3년간 보유한다. 또한 Microsoft는 5년간 Microsoft office와 Internet Explorer의 매킨토시 버전 개발을 지속하고, 최소한 Window에서와 같은 빈도로 새로운 버전을 출시하기로 한다."
Microsoft와 협력할 것을 여기서 선언했습니다. 별수 없는 상황이었죠.


동시에 Steve Jobs는 Mac World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우리는 Apple이 이기려면 Microsoft가 져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Apple과 Microsoft 사이의 경쟁을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Microsoft와 협력하면 Apple은 다시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Apple은 이 산업에 엄청나게 위대한 기여를 할 수 있고, 건강을 되찾아 번영을 이어 갈 수 있습니다."


결국, Apple 자사의 제품에 Microsoft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게 함으로써 최소한의 점유율을 지킴은 물론 회사를 존속시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후에도 Apple은 개방적인 전략을 취했는데요.

가장 대표적으로 오늘날의 Apple을 있게 만들어 준 제품인 iPod입니다.

지금은 Window에도 iTunes를 설치할 수 있으나, iPod이 출시되었을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무조건 Apple에서 만든 컴퓨터에서만 iTunes가 구동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Steve Jobs한테 "이건 너무 위험해"라고 지적하였으나, Steve Jobs는 듣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Steve Jobs는 iPod가 정말로 위대한 제품이기 때문에 Window 사용자들이 자사의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걸?


Apple은 2001년 연말 세일기간에 12만 5000대의 iPod를 팔았지만, 그 다음 두 분기에 판매실적은 모두 6만 대 이하로 내려앉았습니다.

사실상 망한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결국 Steve Jobs도 백기를 들고 Window용 iTunes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승인하였습니다.

iPod가 Window 시장에 들어오자, 그 결과는 폭발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미미했으나 Window용 iTunes를 개발한 이후 폭증했습니다.
2003년 6월에서 2005년 말까지 1200만 대의 iPOD이 팔린 것입니다!!
2007년 말까지 Apple은 약 1억 대의 iPOD을 판매하였습니다!!


첫 출시되고, Window용 iTunes를 만들기 전인 2003년 6월까지 iPOD 판매량이 100만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이때 와서야 폐쇄적인 환경의 폐해를 알게된 Steve Jobs는 이렇게 말합니다.

"Apple은 생태계 속에서 비즈니스를 합니다. Apple은 다른 협력사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다른 협력사들도 Apple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서로 해가 되는 관계는 이 업계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서는 자체 플랫폼만 강조하면 안된다는 것을 Steve Jobs는 깨닫고 있었던 것입니다.

폐쇄적이라도 폐쇄적이지 않은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이제 Oculus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Oculus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콘텐츠를 확보했어야 했습니다.

그 대상이 바로 Steam이었습니다.

하지만 Oculus는 자사 플랫폼 시장이 극소함에도 불구하고, 개발사들이 자사의 콘텐츠만 구매하도록 하였습니다.

먼저 시장을 키웠어야 했는데, 그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발사들을 위협한 것입니다.


게다가 경쟁사인 HTC가 앉은 것 외에 여러가지 행위로 VR을 체험할 수 있도록 소비자들을 배려했음에도 불구하고, Oculus는 전혀 배려하지 않았습니다.

밀린다 싶으니까 그때서야 제품을 공개했지요.

iPhone, iPad 등 제품들을 내놓으면서 빠르게 컨텐츠를 확대시킨 Apple에 비해서는 한참 부족한 행동이었습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과연 Oculus는 Apple의 전략을 모방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전혀 아니죠.


그래서 제가 제목을 [Oculus, 엉성한 모방의 실패작]이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그럼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까요?

좋지 않습니다.


최근 Oculus는 자사의 Oculus Rift 통합패키지의 가격을 기본 패키지 가격인 598달러로 인하했습니다.

할인 금액만 200달러인데요.

통합패키지가 799달러였음을 감안한다면, 무려 200달러나 할인한 것입니다.


Oculus 기본 패키지 역시 100달러 인하되었습니다.

그만큼 상황이 안좋았던 것이죠.


경쟁사도 가면갈수록 강해지고 있습니다.

2020년까지 VR시장은 계속 커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Oculus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제시한 HTC Vive 외에도 4개월이나 늦게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 VR은 이후 4개월동안 Oculus Rift와 Vive를 합친 것 보다도 많이 팔려나갔습니다.

여기다가 모바일 VR 시장에서도 성능과 조작성 등을 더욱 업그레이드한 Google의 'Day Dream'도 올해 출시된다고 하니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입니다.

전 Oculus가 이미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예상이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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