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gnus 창 Jul 09. 2017

한-미 FTA의 진실, 걱정마라.

이게 왜 이슈인거지? 목적이 있어 보이는데?

6월 28일~7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3박 5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처음엔 다들 불안하게 여겼습니다. 성향이 너무 달랐으니.


처음엔 다들 걱정하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前 대통령의 후계자라는 점도 있었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대화하자는 입장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취임 초부터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크게 "한-미 동맹 강화, 안보확립"이 가장 중요하였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충분히 성과가 있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공식 발표문에 "對북문제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라는 문구가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오죽했으면 자유한국당마저 이 부분은 높게 평가했을까요?
준비가 부족했던 것에 비하면 확실히 성과는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무조건 잘되기도 했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을 공개적으로 시사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로 지난주 월요일부터 지금까지 매일경제, 한국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메이저 언론사들은 한-미 FTA에 대해 적극 다루어왔는데요.

대부분이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도 이득을 충분히 보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정작 중요한 내용은 다 뺐다는 것입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국가재정, 무역수지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지조차도 의문입니다.

미리 결론을 내자면, 애당초 한-미 FTA는 이슈가 될 만한게 아니었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제가 왜 이렇게 확실하게 단언하는지에 대해 설명할 것입니다.



본 주제에 들어가기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중 오류부터 바로 잡고 넘어가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하였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한-미 FTA로 인해 재정적자 20조 달러를 지게 되었다. 따라서 한-미 FTA는 정말 어이없는(Tough) 협상이었다. 재협상을 시작하겠다"
한-미 FTA를 통해 한국이 이득을 본 것은 확실합니다. 물론 여기서 무기구입 건을 제외하고 나서요.


여기서 우리는 '20조 달러'를 잘보아야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쉽게 해석하자면 "무역적자(한-미 FTA) 때문에 재정적자가 났다"라는 것인데요.

경제학을 공부하신 분들이라면 모두 아시겠지만,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는 연관관계가 없습니다.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에 대해 쉽게 풀어보죠.

무역적자=무역수지(수출-수입)가 (-)일 경우
재정적자=재정수지(세입-세출)가 (-)일 경우


위 수식만 보면,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는 애당초 연관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특정 대기업이 생산물량을 해외 공장으로 돌려 생산하게 되면(비용절감 차원에서), 그 기업이 속해있는 국가의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해당 기업의 수익이 더욱 늘어나기 때문에 더 많은 법인세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역적자가 오히려 재정적자를 해소하는데 기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는 비례 관계가 아니며, 아무 연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무역 및 국가경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번 한-미 FTA에 대한 이해도와 재협상하는데 겪을 난관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알고 있는데도 그랬다면 답은 뻔하죠.

정치 퍼포먼스(Political Performance)라는 거죠.


아마 이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한-미 FTA의 실제에 대해 알아보십시다.

한-미 정상회담 중에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한-미 FTA로 인해 손해보고 있는 미국산 제품들로 자동차, 철강제품으로 들었습니다.

그러니 여기서는 크게 자동차, 철강제품을 들어 왜 한-미 FTA가 큰 이슈거리가 아닌지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자동차 분야입니다.

확실히 한국 자동차의 對미 수출량이 늘어난 것은 맞습니다.

2017년까지 지속해서 한국 자동차의 對미 수출량이 늘어났습니다.


2011년 한-미 FTA 협상을 시작했을 당시 한국 자동차의 미국 수출액은 89억3,700만 달러였습니다.

이후 5년간 수출 증가율은 79%로, 연평균 12.4% 증가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 자동차 산업이 한-미 FTA로 인해 엄청난 이득을 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애당초 미국이 한국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가 철폐된 것은 2016년 1월 1일입니다.

한-미 FTA 협의문을 봅시다.

먼저 미국 측의 자동차 관세에 대한 변경사항입니다.

"미합중국은 협정 이행 1년 차부터 이행 4년 차까지 기준 관세율 2.5%를 유지하고, 5년차 1월 1일부터 관세를 철폐한다"-[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에 관한 서한교환(제 1절 제1항 가호)]


다음으로 우리나라 측의 자동차 관세에 대한 변경사항입니다.

"대한민국은 협정 발효일에 기준관세율을 8%에서 4%로 인하하고, 협정 이행 1년차부터 이행 4년차까지는 4%를 유지하며, 5년차 1월 1일부터 관세를 철폐한다"-[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에 관한 서한교환(제 1절 제1항 가호)]


여기서 한-미 FTA의 5년차 1월 1일은 바로 "2016년 1월 1일"입니다.

즉,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 자동차는 한-미 FTA 체결이전의 미국이 부과하던 관세를 모두 납부했었다는 것이 됩니다.

한국 자동차의 對미 수출량이 늘어난 것과 한-미 FTA는 상관이 없었다는 거죠.


당연하게도 여기서 "그럼 한국 자동차의 對미 수출량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 자동차가 다른 브랜드들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높기 때문이죠.

실제로 현대-기아자동차의 주력 차종인 쏘나타, 아반떼, 투싼, 싼타페,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한국보다 700만~1,000만원 가량 싸게 팔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제네시스 G380 RWD는 한국에서는 5,363만원으로 팔고 있구요.

미국에서는 4,387만원으로 팔고 있습니다.


다들 느끼셨겠지만, 700만~1,000만원 가량 차이나는 건 어디까지나 현대-기아자동차가 그 가격대를 설정해서 미국시장으로 진출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행정부가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으면 현대-기아자동차에 과징금을 물렸어야지, 한-미 FTA를 재협상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비관세장벽도 비난했지만, 우리나라가 잘 방어해왔습니다.


게다가 어제 제가 포스팅한 내용만 보셔도 아시겠지만,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입액은 2013년부터 5년간 356%, 연평균 35.5% 증가해왔습니다.

건들고 싶어도 그만한 명분이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 철강 분야입니다.

작년부터 철강 제품군의 가격이 거의 폭락했었습니다.

중국이 자국에서 공급과잉된 철강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팔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공급과잉이 오게 된건 중국 때문이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미국의 철강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고, 작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중국, 한국, 일본의 철강업체들에 상계관세, 반덤핑관세를 부과해왔습니다.

철강은 원래 WTO체제에 의거하여 상계관세 등으로 자국이 피해볼 때에만 부과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여기에 대해 얘기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애당초 철강 제품군은 한-미 FTA에 포함되지 않은 품목이었습니다.


2004년, 철강제품군을 생산하는 국가들끼리 모여 "당해부터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를 모두 철폐하자"라는 데에 합의를 보았고, 바로 철폐되었습니다.

다만, 특정 국가의 공급과잉으로 철강제품가격이 폭락하여 다른 국가의 업체들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에 한해서 WTO체제 우루과이 라운드에 의거하여 상계관세, 반덤핑관세,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였습니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작년부터 중국산 철강제품에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지난 3월 포스코에서 생산하는 후판에 11.7%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매긴 데 이어, 4월에는 유정용 강관을 수출하는 넥스틸과 현대제철에 각각 24.9%와 13.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미국 뿐만이 아닌 인도, 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서 관세가 부과되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제의 80% 이상이 이미 규제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강에 일반관세를 메기려면 2004년 합의에 참여한 국가들과 재협상을 하여 조항을 바꾸어야 합니다.

한-미 FTA가 아니라요.
다시 말하자면 철강제품군은 애당초 한-미 FTA에 속하지도 않은 제품군입니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콕 짚어 말한 "자동차, 철강"이 애당초 한-미 FTA와 별 상관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따져보면 이번 한-미 FTA 외에도 군사부문의 무역액을 따져보면 미국이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더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다만 군사부문의 무역량은 공식적인 무역수지에 포함되지는 않습니다.

기밀사항이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가 미국산 무기의 최대 수입국입니다.


7월 3일,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2006년 방사청 개청 이래 작년 10월까지 우리나라가 도입한 미국산 무기는 총 36조360억원어치로 미국산 무기 1위 수입국에 랭크되었습니다.

미국산 외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되는 무기무역액을 합치더라도 한국은 무려 4위입니다.


특히 FTA 발효 이전과 이후를 보면 2011년에는 6,762억원이던 미국산 무기 수입액이 그 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5조원에 육박합니다.

차기 전투기(F-X) 사업, KF-16 전투기 성능 개량 사업 등 굵직한 국방 사업이 있었음을 감안하더라도 미국산 무기체계 수입이 7.4배나 껑충 뛴 셈입니다.


여기다가 향후 수리와 정비부품 비용으로 지속적인 지출이 전망되며, 추후 신무기를 도입할 때에는 한-미 군사동맹 체제하에서는 미군 무기 체계와 상호 운용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별 수 없이 미국산 무기를 구매할 것입니다.

금액만 따졌을 때에는 미국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셈입니다.



결과론적으로 보았을 때, 미국과 한국은 모두 한-미 FTA로 이익을 보았으면 보았지 결코 손해를 보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한-미 FTA 재협상'이 심각한 사안이 아닌 이유는 "체결되고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재협상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문기사만 보면 2013년 체결하고 난 뒤, 재협상이 없다가 이제 와서 다시 재협상하는 것으로 아시는 분들이 많은 듯 합니다.

매년 재협상해오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이전 정부였던 오바마 정부시절부터, 오바마 前 미국 대통령은 한-미 FTA가 한국 측에 유리하다며 지속해서 재협상을 보겠다고 했었습니다.

그리고 뒤에서 실무진협상이 지속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딱히 달라진 내용은 거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한-미 FTA는 단순한 경제적 협약이 아닌,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강하기 때문에 괜히 일을 크게 만들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입장에서 한-미 FTA를 통해 손해를 보고 있는 "서비스, 금융분야"를 물고 늘어져 버리니 미국 측에서도 쉽사리 양보를 받아낼 수 없었던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 중에는 금융인 출신이 매우 많습니다. 이들도 그 일부일 뿐입니다.
미국은 자본주의 국가입니다.
만약 금융, 서비스를 한국에 양보하면 금융가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무엇보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장관들 중 절반이 금융인 출신입니다.
저는 이번 한-미 FTA 재협상 논쟁도 결국에는 흐지부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한-미 FTA를 전면적으로 수정하자니, 시간이 너무 걸리는 측면도 있으며, 괜히 '한-미 동맹'이라는 오랜 동맹관계에 금이 갈 수 있으니 무모하게 나서리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행동이 '정말 모르거나', '정치적 퍼포먼스'으로 둘 중 하나라고 했는데요.

이쯤되면 아무래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재협상'을 외치는 것이 정치적 퍼포먼스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 어디인지를 살펴보면 답이 나옵니다. 'Rust Belt'라는 사실요.


대통령 당선되기 전부터 한-미 FTA를 비판해왔는데 그냥 가만히 넘어가버리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더욱 거세게 비난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결코 불리한 상황이 아닙니다.

오히려 잘만하면 그동안 만성적자였던 금융, 서비스 분야 측면에서 미국의 양보도 받아낼 수도 있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문제를 제기한 '한-미 FTA'의 실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정리하자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자동차, 철강 분야에서의 미국의 무역적자는 '한-미 FTA'와는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

또한 그동안 '한-미 FTA'는 체결 후에도 매년 협상해오고 있었던 것이었기 때문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한-미 FTA 재협상'은 그렇게 특별한 얘기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지금 이 포스팅을 쓰고 있는 중에도 도대체 왜 우리나라 언론들이 이 문제를 갑자기 제기하고 나섰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작 중요한 정보는 다 빼놓고 말이죠.


일반적으로 '한-미 FTA'를 포함한 국제조약이 개정되거나 재협상에 들어갈 때, 실무관료들은 기본적으로 공식 협정문을 제일 먼저 살펴봅니다.

그 후에 실제 데이터를 살펴봅니다.

그래야 협상전략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언론들은 '한-미 FTA 공식 협정문'을 전혀 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껏해야 '재협상'에 관련된 조항만 계속 인용해오고 있었습니다.

보통 협정이 체결되면 이런 식으로 협정문이 공개됩니다. 그것을 먼저 읽고 기사를 쓰든 해야 합니다.


저는 중요한 공식 협정문 조항을 살펴보지도 않고, 단순히 받아적기만 하여 사소한 일을 크게 만든 기자들이 과연 기자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표합니다.

제대로 취재 좀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현대-기아자동차여! 바꿔라!![대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