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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희 Apr 29. 2016

셀프웨딩?스스로 만드는 결혼식!

등산이나 여행으로 결혼식을 대신한대도 why not?!

셀프웨딩이란 말이 요새 부쩍 쓰인다.

무슨 말일까? 셀프웨딩이란 것은 처음엔 스스로의 힘으로 직접 찍는 웨딩사진에서 시작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DSLR 카메라의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남들과 똑같은 웨딩사진을

굳이 비싸게 지불하면서까지 찍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젊은 커플들이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거리로, 공원으로, 까페로 나와서 웨딩사진을 찍은 것. 이것이 바로 셀프웨딩이다.

그러다가 드레스도 직접 준비하기에 이른다. 때로는 저렴하게 사거나 배워가면서 만들어 입기도 하고 청담동 고급 드레스샵 말고 아주 합리적이고 저렴한 가격에 대여 할 수 있는 사이트들도

많이 생겨났다. 부케와 악세사리도 직접 만들고 하나 하나 스스로 만드는 젊고 팔팔한 예비 신랑, 신부들이 많아진 것이다. 그러다 언젠 가부터는 결혼식, 장소, 식순, 사회나 주례도 직접 또는 우리 가족들끼리 만들어가는 결혼식도 점점 늘어가는 추세이다.



톱스타 이효리의 결혼식 사진을 본 적이 있나?

우리 시대 결혼식은 나의 부와 나의 명성, 나의 파워를 자랑하는 과시의 장이 되어 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일반인들도 정재계 요직에 있던, 혹은 있어 보이는 사람을 주례로 모시기를 원하고 예식 장소도 특급 호텔이나 호텔급 예식장들을 선호하고 있다. 그래서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예식 장소일 수 록 최소 8개월 이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예약이 불가한 상황이다. 연예인들도 물론 마찬가지... TV에서 언제 봤더라 가물 가물한 연예인들 조차도 호텔 결혼식이 기본이지 않는가? 그런데 톱스타 이효리는 제주도에 있는 본인의 집에서 소박하게 가족들과 결혼식을 올렸다. 원피스처럼 보이는 하얀 드레스에 머리는 내추럴하게 푸르고 생화로 만든 화관을 쓰고는 자전거를 타고 결혼식장인 집으로 가는 사진을 보았다. 신랑도 물론 한껏 힘을 준 턱시도 대신에 하늘색 자켓을 입고 활짝 웃고 있다. 철저히 비공개였다고 하여 상세한 내용은 잘 알지 못 하지만 이효리 그 결혼식에서는 재력이나 명성, 셀럽으로서의 그녀의 파워 말고 결혼식을 앞 둔 사랑스러운 신랑, 신부의 설렘... 그리고 가족들과의 함께하는 따뜻함이 보였다.



우리나라만이 예식장이라는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물론, 최근에는 한국에서 진출한 사업가가 라오스에 예식장을 지어서 돈을 벌었다고 하고

대만이나 또 다른 아시아 여기 저기에 예식장이 하나 둘 생긴다고는 하지만 전문적으로 결혼식만을 하는 공간인 예식장 사업이 우리나라 처럼 발전한 곳은 세계적으로도 드물 것이다.

예식장은 짧은 시간 동안 손님 대접을 하고 신랑 신부도 편리하게 효율적으로 결혼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효율성을 따져봤을 때의 말이다.


결혼식은 효율적이야 하는가? 생각해 볼 문제다. 엄마와 아빠의 소중한, 어린 줄 만 알았던 딸, 아들이 이제 성인이 되어 결혼식을 치르는 것 이다.

시간과 노고가 좀 들더라도 그러니까 효율성이 좀 떨어지더라도

가족 모두가 참여하는 그런 결혼이라면 어떨까?



이름을 대면 누구라도 알만한 명문대학교 교수님의 자제분 결혼식을 진행했던 적이 있다.

그 때 그 교수님은 직접 식순을 만들어서 주례 따로 없이 결혼식을 진행 하였다.

사회는 큰 삼촌이 보고 주례 대신 그 교수님의 가족의 역사를 이야기해 주셨다.

예컨대 우리 아버님은 고향이 어디셨고 청년시절 무엇을 하다가 우리 어머님을 만나 결혼을 언제 하시고 어느 고장에서 내가 태어났다. 그리고 난 어떻게 자라서 어떤 공부를 하고 무엇을 하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였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짝을 이루는 아들, 아무개를 낳았다. 아들이 중학교를 다닐 때 까진 우리 가족에게 어려운 시기가 있었지만 차차 우리 형편이 좋아져 지금까지 가족이 함께 있을 수 있었다...모 이렇게 말이다.

그 교수님은 결혼식에 하객수를 철저히 제한하여 정말 딱! 가족, 그리고 친지, 절친 정도만 모여 결혼식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모두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 여기 저기 눈물을 훔치는 분들도 있었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양가 집안, 가족의 역사를 결혼식때 공유한 것 이다. 지금까지 내가 본 결혼식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결혼식을 물어보면 주저하지 않고 이 결혼식을 꼽는다. 그런데 이 결혼식 효율성은 어떨까? 번거롭지 않았을까? 준비가 힘들 수 도 있었을 것 이다.


결혼식 컨셉을 봄소풍으로 잡은 커플이 있었다. 그래서 캠핑장 장소를 몇 시간 대여하여 결혼식을 한 것 이다. 청첩장은 봄소풍 초대장이 되었고 그림은 신랑이 직접 그리고 친구들과 노래하고 춤추며 흥겨운 결혼식을 만들고 두 사람은 캠핑카를 빌려서 2주 동안 전국일주를 하는 정말 소풍같은 허니문을 떠났다. 이들의 효율성은 어떠했을까?

어떤 커플은 평범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하지만 두 사람이 가족이 되는 첫 순간. 또 두 가족이 한 가족이 되는 그 첫 순간을 남들과 좀 다르게, 의미있게 또 두 사람만이 아니고 가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참여하는 결혼식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래서 혼인서약과 성혼선언문은 친정 아버지가 묻고 선포하고, 주례사 대신 시아버지가 축사, 덕담을 해주었다. 웨딩플래너로서 신랑, 신부를 도와 주던 필자가 축사를 대신 작성해 드렸던 기억이 난다. 그 날, 중요한 임무를 맡은 양가 아버님은 멋들어지게 턱시도를 차려 입으시고 나비 넥타이까지 턱! 매시고 꾸미셨다. 양가 어머님은 물론이고 말이다. 축사를 어찌 써야할지 몰라 고민 고민하시던 날들, 귀찮으셨을 것이다. 이렇게 요란하게 결혼식을 하자고 하는 아들, 딸이 원망 스러우셨을 수 도 있다.

그렇게 하자고 엄마, 아빠를 설득하고 자질구레한 식순부터 하나 하나를 준비하던 신랑, 신부도 마찬가지다. 귀찮았을 것이고 괜스레 일을 벌이나 싶었을 것이다.

전혀 효율적이지 않았다.


부산에 있는 한 신부는 결혼식때 니트 레이스로 뜨개질해서 만든 드레스를 입었다. 그 드레스를 만들어준 사람은 심지어 친정 어머니였다. 돈도 들었지만 몇 달동안 시간도 많이 걸렸다고 한다. 공을 들여 드레스를 만드는 어머니의 수고스러움도 컸겠지만 유행하는 멋드러진 드레스를 선택할 수 없는 신부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결론적으로는 트렌드에도 전혀 뒤쳐짐이 없는 근사한 웨딩드레스를 선물받은 신부님이 함박웃음을 지은 채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지만 말이다.

열거한 사람들. 결혼식에서 효율성보다는 스스로 만들어 특별하게 치루기를 택했던 신랑, 신부 그리고 그 가족들은 결혼식이 끝나고 어땠을까? 결혼식을 치러본 모든 사람들은 알 것 이다. 가족의 큰 행사, 그것도 형제, 자매, 자식 혹은 나의 결혼식이 치러지고 나면 몇 달을 혹은 몇 번의 명절을 지내는 동안 그 얘기를 얼마나 하게 되는지 말이다. 만나면 결혼식 얘기, 눈 마주치면 결혼식 에피소드, 그날의 패션, 하객, 누군가의 실수, 음식 등등 말이다. 그런데 그때 2시간 동안 예식장에서 짜놓은 식순대로 몇 천명, 몇 만명과 이름 석자만 다르게 결혼식을 올리고 주례자와 사회자까지 돈을 주고 섭외한 경우와 반대로 가족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고 협의를 해서 식순도 짜고 아버지들이 또 어머니들이 참여해서 함께 결혼식을 만들어 올린 경우는 어떻게 다를까?


우선 추억의 양이 완전히 다를 것 이다. 추억의 질도 다를 것 이다. 혼수를, 예단을 어떻게 해왔는지 집을 얼마짜리를 구했는지 그런 얘기 말고 축사, 덕담은 어떻게 할까? 누가 할까? 어머님들은 어떻게 참여할까? 이런 궁리를 서로 나누었던 가족들의 추억의 질 말이다.

초등학교때 학기초 환경 미화를 준비하면서 친해지는 것 처럼 말이다. 함께 의논하고 색종이도 오려 붙이면서 함께 하나의 행사를 겪어 내고 부쩍 친근해지는 그런 경험 누구라도 해 보았을 것이다.

그렇게 셀프웨딩은 스스로 만드는 우리만의 결혼식인 것이다. 요란하게 튀려고 철 없이 하는 게 아니라 가족이 되는 시작점에서 진정성을 갖고 의미 있게 공들여 만드는 시간이고 그래서 남는 것은 남들에게 없는 우리들만의 뿌듯한 추억인 것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또 번거로움 때문에 아직도 많은 부모님들은 결혼식을 얌전하게 예식장에서 하라는 대로만 진행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많은 신랑, 신부들이 주례없는 결혼식을 하고 싶은데, 혹은 셀프 웨딩을 하고 싶은데 부모님께서 반대하셔서 못하고 있다고 호소를 한다.

자, 만약 당신이 누군가의 부모님이 아니고, 지금보다 딱 30년 젊다면, 그래서 아직 인생의 쓴 맛을 보지 못 해 감각이 무뎌지지 않았고 살다 보면 부부생활도 다 비슷 비슷 해 진다는 것을 알지 못 하고 있다면. 나의 인생은 반짝 반짝 빛날 것 이다라는 믿음을 갖고 있을, 청년인 당신은 어떻게 결혼식을 준비할 것인가? 어찌보면 살면서 가장 반짝이는 청춘의 정점 같은 그 순간. 효율성과 편리함 만이 답은 아닐 것이다. 추억을 꺼내 보며 지내게 될 노년을 생각 한다면 더욱 더 그렇지 않을까 싶다.

물론 누구의 인생도 또 평범하디 평범한 누구의 시간도 모두 소중하며, 인생에는 정답이란 것은 없지만 말이다.


-주간동아 기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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