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주희 Aug 01. 2016

결혼식 계기로 만들어가는 인간관계

실제의 삶으로 들어가기 스스로 상처받지 않기 위한 관계 정리.

가차 없는 컷오프 1     

초등학교 졸업식 때 강당은 울음바다였다. 우리들은 그때까지 살아온 반 평생을 함께 한 친구들이었고 그 세계 말고 다른 세계는 알지 못했다. 중학교 졸업식보다, 고등학교 졸업식보다 12살, 13살밖에 안 된 나이에 6년을 다니던 초등학교 졸업식은 슬픔이라기보다 두려움이었던 것 같다. 그 뒤로 전학을 경험하기도 하고 절교? 같은 걸로 친구관계를 자의 반 타의 반 마무리하기도 해보니 인간관계라는 것도 어찌 보면 참으로 허무한 구석이 있다. 이런 경험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관계에 의존하는 삶은 얼마나 위태로운가? 

모든 인간은 자기 두 발로 서서 자기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 때 그때만이 어떤 관계에서도 상처받지 않고 아니 덜 받고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인간은 자기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 엄마로도 살고 아내로도 살고 직업인으로도 살고 회사의 구성원 동창모임의 일원의 모습도 있지만 어느 쪽으로도 치우침 없이 스스로로써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왜? 영원한 것은 자기 자신뿐이니 말이다. 동창이고 회사 직원모임이고 어떤 모임이든지 모임엔 전성기가 있기 마련이다. 회사나 학교 등 그룹 내에서 몇몇 친구들끼리만 함께 여행 다니고 어울리며 자기들처럼 살지 못 하는 친구들을 욕한다. 

“도대체 왜 그러고 사는지 모르겠어?” 비판을 쏟아내지만 그런 채점은 어떤 기준으로 누가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닌가?

     

남을 기준으로 나를 채점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나 친구들 기준으로 또 허황된 잣대로 나를 채점하지 말아야 하고 그런 행동을 하게 되면 적어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초등학교 졸업식 때 우리는 엉엉 울었지만 그때의 친구들을 기억이나 할까? 초등학교 때 공부 잘 한 친구, 운동 잘 한 친구, 예뻤던 친구, 또래보다 컸던 키의 친구 등 모두들 지금 그런 모습을 유지하고 살고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고 사실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지금 주변에 똑똑해 보이는 친구, 돈 잘 벌고 잘 나가는 것 같은 친구, 야무지게 돈 많은 남자를 잘 잡아서 결혼하는 친구, 옷을 예쁘게 입는 친구, 잘 노는 친구가 모범답안 같기도 하고 그렇게 행동하지 못 하는 내가, 그렇게 갖추지 못 한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며 나와 함께 하고 있는 내 연인까지도 초라하게 보는 것만큼 바보 짓은 없다.  

     

지금까지 학교로 맺어진 인연이나, 직장으로 맺어진 인연으로 인간관계가 환경에 의해 만들어져 왔다면 이제 진짜 어른이 되는 첫 관문인 결혼식 이후부터는 스스로 만드는 관계, 스스로 형성해나가는 관계를 주도적으로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 나와 세계관이 다른 친구라면 과감히 멀리할 줄 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랑 맞지 않으면 거리를 두면 그뿐이다. 그 친구를 미워할 필요도 없고 욕할 필요도 없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주변의 잣대에 맞춰 스스로를 재거나 혹은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주변의 잣대로 인해 불편해지는 일들이 많다. 단순히 금전적인 것뿐 만이 아니다. 남의 기준에 맞춰 결혼을 치르다 보면 무엇보다 본인이 불행해진다. 남들은 남일뿐이다.     

상담을 해보면 단골로 많이 나오는 얘기들이 

“나는 그냥 예식장도 괜찮은데 주변에서 보기에... 좀 그렇지 않을까요?”

“나는 심플한 드레스가 좋은데 주변에서 보기에 좀 초라하지 않을까요?”

“웨딩촬영 원래 안 하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그러다간 하도 후회한다고 해서요”

이런 얘기들이다. 주변에서 보기에 좋든, 나쁘든 우리 둘이 사는 것이다. 그냥 예식장에서 했어도 비용 좀 더 들여서 화려한 호텔에서 했어도 축하할 사람은 하고 뒷말할 사람들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혼식 날 정신이 없고 모두들 앞에서는 다들 축하만 해주는 터라 신경 쓰일 틈도 없다. 허니문 다녀오면 생활에 빠지느라 더욱 기억도 안 나는 일이고.

심플한 드레스가 초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본인들 취향이 그런 것이다. 화려한 옷은 자칫 촌스러울 수 있다. 심플한 옷은 수수할 수는 있지만 촌스러움은 방지할 수 있다. 얼마나 큰 이점인가. 웨딩촬영은 언제나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반반의 선택이다. 웨딩촬영을 생략해서 100만 원 정도를 줄이고 그 돈을 허니문 쪽으로 혹은 면세점 쇼핑이나 가구 가전 쪽으로 썼다면 어땠을까? 전문 사진작가에게 제대로 찍은 평생 보기만 해도 뿌듯한 인생 샷을 건졌다면 그 100만 원이 과연 아까울까?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듣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봐 라는 이유 말고 본인의 기준과 이유를 갖고 직접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1캐럿의 반지를 하고 200만 원짜리 예복을 하고 500만 원짜리 수입 드레스를 입고 매일매일 그것들로 너무 행복해 심장이 터질 것 같으면서 친구에겐 “그냥 대충 골랐어, 이 정도는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고 해서...”라고 얘기하는 친구는 시험공부 안 하고 잠들었어 라고 얘기하던 고등학교 때 얄미운 친구보다도 훨씬 나쁘다. 괜히 부러워하고 그 친구처럼 못 하는 상황을 원망하며 곁에 있는 애꿎은 애인 잡지 말고 그냥 그런 친구를 당신의 인생에서 컷오프 해버릴 시기이다. 정신건강에 해로운 친구를 붙잡느라 놓치는 것보다 그런 친구 하나를 놓치는 게 당신의 인생을 훨씬 풍요롭게 할 것이다. 너무 매정하다고? 아니, 그 친구에게는 누군가를 상처 줄 한 번의 기회를 뺏는 것일 뿐 큰일이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셀프웨딩?스스로 만드는 결혼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