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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희 Sep 24. 2016

결혼식보다 더 중요한 그 후 일정

끝난 줄 알았지? 시작입니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결혼 후 몇 달은 휘몰아치며 사라진다. 많은 부부의 경우가 그렇다. 부모님 그늘 아래만 살면서 직접 살림을 해보지 않았다면 더 그렇다. 놓치지 말고 해야 하는 일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허니문을 다녀오면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가야 한다. 예전엔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날 친정집에서 신랑, 신부가 하룻밤 묶고 시댁으로 가기도 했는데 요샌 허니문도 길어졌고 바로 다음 날 출근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친정부모님과 인사 겸 식사하고 그리고 시부모님과 인사 겸 식사하는 순서로 대신 하는 경우가 많다.      

주례 있는 결혼이었다면 주례 선생님께 인사를 드려야 한다. 특별히 도움을 받은 격식을 차려야 하는 관계라면 사회든, 축가든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거나 정 안되면 전화통화라도 꼭 하고 작은 선물이라도 하는 게 좋다. 그 외 결혼에 도움을 준 친구라면 집들이를 하거나 만나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결혼을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발 벗고 도와주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나 결혼해”라고 하면서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프러포즈, 웨딩촬영 등등. 물론 결혼식이 끝나면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발 벗고 도와준 친구들에게 작은 선물 하나 감사의 식사대접 한번 없이 넘어간다면 결혼은 해서 가정은 꾸렸으나 친구와 친구들 사이에서의 평판은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서운하지 않게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본인의지와 상관없이 인연을 못 만나 결혼을 못 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전입신고와 혼인신고를 하고 고지서 등에 있는 개인정보도 변경해야 한다. 간혹 전입신고만 하고 혼인신고를 늦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신부가 직장인이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건강보험료 등을 폭탄 맞을 수 있다. 직장인이라면 직장에서 의료보험이 처리되지만 아니라면 본가에서 아빠 아래 자녀로 의료보험 처리가 되었을 텐데 전입만 해서 나 홀로 세대주인 채로 있다 보면 의료보험이 단독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라면 일찍 혼인신고하는 게 좋겠다. 혼인신고만큼은 6개월이라도 살아보고 하고 싶은 프리랜서라면 전입신고를 천천히 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일찌감치 신혼집을 얻고 인테리어 및 이사도 결혼 전에 마치고 살림을 시작했다면 그럴 일이 없겠지만 우선 신혼집을 어느 정도만 꾸리고 본가에 자신의 방이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라면 본가에 남겨 둔 각자의 짐을 옮긴다. 미루다가는 놓치는 것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저건 나중에 옮겨야지 하고 두는 것 없이 두세 번에 나누더라도 빠짐없이 그리고 초반에 옮겨야 한다. 나와 남편은 본가가 신혼집에서 각각 차로 30분 이상 걸리지는 않는 거리였기 때문에 신랑도 두세 번, 나도 내 댓 번 오가며 짐을 옮겼다. 이 방법은 부모님께서 마음이 약한 경우라면 더 좋은데 결혼해서 함께 안 사는 것도 아쉬운데 한꺼번에 짐까지 미리 싹 빼버리면 많이 허전해하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갈 때마다 짐 옮기는 것을 자꾸 도와달라고 하고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면 어느새 귀찮아서라도 깨끗이 정리해서 보내려고 하시니 농담하고 웃으며 집에서 나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살림살이도 다 채워놓았다고 해도 안 쓰는 게 분명히 생기고 불편해서 동선을 바꾸고 싶거나 더 사야 할 게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니 결혼 초반에 뭐든지 낯설어 더 시도하기 어렵겠지만 이것저것 해보면서 우리 집과 맞지 않는 것은 교환도 하고 더 필요한 것은 구입하고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선물 받은 냄비가 전기레인지 전용인데 우리 집이 가스레인지였다면 늦지 않게 알아야 교환이 가능하니 말이다. 비싸게 주고 산 쓰레기통이 그것을 두어야 하는 장소에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거나 식탁과 의자를 따로 구입했는데 서로 사이즈가 안 맞는 일등은 비일비재하다.      

동네 주변을 다니면서 어느 마트를 다닐지 응급실이 필요할 때 어디로 갈지, 미리 요기조기 확인해두면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요긴하다. 그리고 싱크대를 수납장으로만 쓰며 밖에서 사 먹기만 하는 부부가 아니라 직접 밥도 지어먹을 요량이라면 집 근처 큰 마트 두세 군데에서 물건을 사면서 멤버십 가입을 해서 아침마다 할인상품을 문자로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 할인 상품이 실속이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동네장사를 해야 하는 동네 마트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게다가 그 문자를 잘 보면 제철 생선, 제철 채소가 무엇인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그 외 양가 부모님 생신 정도는 알아둬야 한다. 결혼기념일을 챙기시는 부모님이라면 결혼기념일까지, 할머니가 살아계시면 할머니 생신까지 말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쓸 돈을 미리 조금씩 모으면 어떨지 얼마씩 모으면 좋을지 생각해보고 양쪽 집 경조사에 쓸 돈에 대한 통장을 만드는 것도 좋겠다.      

지금까지 열거한 할 일들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혼 준비 때문에 바빠서, 결혼 후 인사 다니느라 바빠서 피폐해진 두 사람이 서로 많이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것이다. 결혼 전 두 사람 모두 어른들을 그렇게 주말마다 만난 적이 없을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어도 상대는 그렇지 않을 수 도 있다. 우리 집 가풍이 우리 집 습관이 지금 나의 배우자를 피곤하게 하거나 몰아붙이고 있지는 않은지도 물어보고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 씀씀이는 두 사람의 고단한 영혼에 단비를 내려 줄 것이다. 그리고는 우리 돈은 어떻게 쓰고 어떻게 모을지 아이는 언제쯤 나을지, 2년 뒤 집은 어떻게 할지 틈 날 때마다 일부러 더 두 사람만 있으려고 노력하고 얘기 나누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

다만, 결혼 초기라는 이유로 잘 해보겠다는 의욕 백배로 너무 피곤하게 굴지 말았으면 한다. 오히려 관찰자의 마음으로 조금은 기운을 빼고 쉬는 날 이면 조금은 더 게으르게도 보내보고 훌쩍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거나 추리닝 차림으로 심야영화를 보거나 자정에 치맥을 해보거나 말이다. 비정상적으로 달콤하거나 비정상적으로 다투게 되는 게 신혼 초 결혼 직후의 시간들이다. 어떤 상황도 그전에 살아오던 것과는 다르니 각오를 하되, 두 사람은 서로를 위로해줘야 하는 부부가 되어버렸다는 점을 잊지 말 것! 신혼 초 부모님을 조금 서운하게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며 풀어질 수 있지만 부부가 서로를 서운하게 하며 다투면 오래갈 수 있다. 부부의 첫 단추를 잘 꿰는 일은 무엇 무엇을 잘 하는 것보다 두 사람이 서로 더욱 돈독해지는 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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