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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희 Jun 30. 2017

웨딩플래너의 월요일은 사랑이다.

월요병 월요일이 휴무

월요일 아침, 욕에 가까운 트윗이 무성하다.

잠에 덜 깬 채 엎드려 찬찬히 트위터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특별히 더 힘들다는 월요일 출근길 지옥철 찡겨서 1시간 내내 서서 갔다는 이야기라도 들을 때면 조용히 되뇌게 된다.

Thanks god its monday!     



웨딩플래너는 월요일이 휴무다. 

우린 펜션에 짠! 나타나 더 할인을 받아낼 수 있고 예약 없이 영화도 보고 여행도 갈 수 있다.

일요일. 직장인들은 보통 집에서 쉬기 시작한다. 외출을 줄이고 전열을 정비한다.

하지만 우린 며칠 전 불금을 외치던 친구들 같은 상태가 된다.

일요일 저녁엔 식당도 한가하고 인기 있는 맛집도 예약 없이 환영받을 확률이 높다.

한산해진 노을노을한 일요일 저녁 그렇게 동료 후배들과 참 많이도 놀았다.

한가한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굽고 시원한 맥주도 한 잔 하고 말이다.

각자 시집 장가보내드린 서로의 신랑, 신부 그들의 가족의 에피소드와 서로의 일신상의 얘기들을 나누며.   

  

그렇다. 웨딩플래너는 주말에 근무를 한다.


불금을 즐기는 친구들의 부름에 달려 나갔어도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시집보낼 신부를 생각하며 먼저 일어나기 일수.

하지만 책상에 앉아 상사의 눈치와 꾸지람을 견디며 하는 근무가 아니라서

어쩌면 웨딩플래너의 주말은 설렘이다.

같이 고른 웨딩드레스는 어떻게 소화했을까? 헤어랑 메이크업은 어떻게 잘 되었는지....

딱 맞게 가봉된 웨딩드레스와 고도의 기술로 만든 마술 같은 헤어 메이크업을 한

나의 신부는 정말 공주같이 사랑스럽고 모델처럼 멋질까?

고민의 고민을 해서 주문한 부케는 최상의 상태로 와주었을까?

메이크업샵에 도착해서 부케를 확인하고 나서 익숙지 않은 신부화장에 확신이 안서

조심스러운 신부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체크하고 드레스핏, 소품 하나하나 정해서 완성이 된 신부를 보면서

가슴이 뻐근한 보람을 느끼는 시간의 대부분이 토요일 오전이다.

함께 고민한 웨딩플래너의 검사가 끝나고 완전 예뻐요! 엄지를 척 올리면

그제야 신부도 자신감을 갖고 도도한 내추럴본미녀가 되어 식장으로 향한다.  


    

대부분 오후엔 처음 웨딩드레스를 입어본다는 설렘에 잔뜩 들떠있는 고객들과 드레스를 보러 가거나

이제 시작해야 하는 결혼 준비, 진짜 어떡하나 하고 물음표가 가득한 표정의 새로운 고객을 만나게 된다.

웨딩플래너라서 당연한 것인데도 생전 처음 듣는 결혼 준비의 요모조모에 대해서 좌악~ 설명을 척! 척! 해내면 신입생 같은 마음의 신랑 신부의 얼굴에 있던 물음표는 어느새 하트로 바뀐다.


물론 그래도 결혼식은 현실적인 문제라서 예산이 맞지 않거나 다른 웨딩플래너가 더 큰 하트를 안겼다면

나의 고객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결혼 준비를 정말 잘 알고 있는 웨딩플래너에게는

적어도 상담업무는 엄청난 스트레스는 아닌 것이다.

물론 주말에 하는 근무치고는 나쁘지 않다는 것이지, 놀 수 있다면 노는 게 제일 좋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하지만 한가한 토요일 아침 지하철, 출근길과 주말업무의 질과 양 무엇을 따져도...

월요일 출근과는 바꾸기 싫다. 월요일은 쉬어야 제맛이다.

월요일 아침, 침대에서 이불 돌돌 말고 뒹굴거리면서 나에게 불금 자랑을 했던 친구에게 카톡을 보낸다.

이불 속 늘어진 나를 최대한 더 게으르게 보일 표정으로 셀카 하나 찍어 툭... 출근하느라 고생 많다...

하면서 말이다.  

웨딩플래너의 월요일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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