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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희 Nov 13. 2020

타인으로 바라보니
서운함이 풀리더라.

내 남편 말고 어떤 남자라고 한 걸음 떨어져 보고 얻은 마음의 평화

얼마 전, 남자와 여자의 다른 심리에 대한 책을 제안받았다. 

평생 남자랑 여자는 진짜 다르다고 몸소 체험하고 살아왔지만 그건 누구나 겪는 것들이고

내가 남자 여자의 심리를 책으로 쓸 수 있을까? 정리도 안될뿐더러 혹 정리가 되어 쓴다 해도 내 이야기에

무게가 실리겠나 싶었다. 나는 심리학 박사는커녕 전공자도 아니고 말이다.

그런데 남자, 여자의 심리....라는 주문서를 일단은 받아둔 나의 뇌는 무슨 일을 만나도 자꾸만

이게 남자라 이렇게 받아들인 걸까? 이건 내가 여자라 이렇게 보이는 걸까? 

이런 생각들을 주구장창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하나씩 보이기 시작하는 게 있더라. 

이 세상의 숱하게 많은 남자들의 심리는 모르겠지만 슬슬 내 남편이 좀 더 투명하게 보이기 시작하더란 말이다.


내 남편, 내 애인, 내 남자 친구, 내 친구, 내 술친구... 암튼 나한테 특별한 사람, 나에게 특별하게 대해줘야 하는 내 남자.... 이런 거를 떼어놓고 그냥 남자라는 동물로 평평하게 일반화해서 살펴보다 보니

어? 서운한 게 점점 없어지고 어라, 스스륵 오해가 풀리고 뭐 그러더란 것.

조금 과장되게 얘기해서 내 서운함들이 오해가 아닌 게 없었고

그동안 이해 못 했던 내 남편의 뾰족한 행동들은 '나로 인한 서운함' 때문이었던 것이 

매직아이 속 윌리 찾은 것처럼 갑자기 사아악 보이게 되었다.


이 세상 사람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는 없다.

아니 나도 내가 한 말, 내가 한 행동의 저 밑바닥에 도대체 어떤 심리가 있어서 그랬는지

단순한 호르몬의 장난인지 아님 나도 느끼지 못한 어떤 감정의 왜곡된 표현인지 뭐 그런  

복잡한 분석 말이다.


그러니 절대로 오해는 하지 말아야 한다. 뭘 안다고 타인을 오해씩이나 할 수 있냔 말이다.

더불어 완벽한 이해? 이런 건 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타인을 보면서 오만방자하게 척 보면 안다... 뭐 그런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알 수 없다. 열길 사람 속은.


그냥 '알 수 없다'는 전제를 두고, 한 걸음 떨어져서 오래오래 보는 것으로

내 사람이라는 수식 빼고 진짜 타인 보듯이, 동네 사는 어떤 남자 보듯이 보게 되면서

위로받게 된 내 마음에 관해서 얘기를 해보려 한다.


경솔하고 덤벙대고 추진력 넘치는, 표현 많고 애교 넘치고 공감능력 넘쳐서 오지라퍼인 여자와

치밀하고 조심스럽고 실수를 싫어하는, 기분이 태도가 되고 공감능력은 있지만 표현은 제한적인 섬세한 남자의

지독하게 다른 파이팅 넘치는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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