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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개구리 Dec 30. 2015

prologue:

사랑에도 자격이 있나요?

갓 스무 살의 나는,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온 "핏덩어리의 날 것" 그대로였다.

해야할 일은 많고 하루가 왜 이런게 긴지, 통통한 젖살은 언제쯤 날렵해지, 앞으로 뭘 해야  먹고 살 수 있을지,  당장 생활비는 어떻게 벌어야 할지... 그리고 내 미래의 인연은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물음표로 시작된 나의 이십 대는 그렇게 불안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있었다.

하고 싶은 게 많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 앞에 당당했으며, 세상 모든것이 만만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당돌함은 점점 사그라져버렸다.

마치 어린아이가 높은 구두를 신고 뒤뚱거리다 넘어져버린 것처럼.

모든 시작이 행복한 엔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의욕이 넘쳤던 첫 직장에서 도망치듯 나와야 했고, 한동안 높은 세상의 벽을 넘지 못해 생활고를 겪었으며

사랑 역시 반복되는 연애와 헤어짐 후에 남은 것은 상처입은 자존심과 무너져버린 미래였다.


남들이 쉽게 하는 성공과 연애와 사랑이, 나에게는 왜 그렇게도 어려웠을까.

많은 것이 부족해서? 가난해서? 아니면 욕심이 많아서일까...

그렇게 점점 자신감은 사라지고, 내 존재감은 지우개처럼 깎이고 또 깎여 찌꺼기만 남게 되었다.

어느 새, 서른이 되어 문득,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바라본다.


지쳐있고, 피곤해보이는 지금의 내모습.


시간은 '휙휙' 지나가고, 나는 점점 찌꺼기가 되어간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촌스러울 정도로 수즙음이 많고, 통통한 볼이  콤플렉스인 데다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했던  그때의 내 모습이 얼마나 예뻤는지, 순수하고 자연스러웠는지 그때는 몰랐다.

십 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원하는 것과, 지금의 내가 십 년 전의 나에게 원하는 것이 이렇게 같은 것이었음을 알았더라면 그동안 내 삶은 조금은 더 자유로웠을 텐데...


여전히 삶은 물음표로 가득하고,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다.
그래서 용기내어 다시 시작해보려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음을.
삶이란 스스로 멈추지 않는다면 끝나지 않음을 기억하며 계속 가보려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쉼표가 필요할 때... 문득문득 지나간 일이 떠오르며 가슴 한편이 시려올 때, 서럽고 울컥해서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우연히 찾아낸 오래된 일기장처럼 손 끝에 머무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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