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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더레코드 Jan 08. 2021

영하17도

춥고 가난했던 어느 겨울날의 기억

 2000년에서 2001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번갯불에  굽듯 결혼한 어린 대학생 부부는 남자가 살던 보증금 300 월세 20짜리 옥탑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외풍  옥탑방은 냉동실.

가습기 대신 국그릇에 물을  놓으면 얼어버리기도 했다.
철없는 부부는 그걸 보며 신기하다고 .
임신한 탓에 전기장판 쓰기가 찜찜해 화력이 시원찮은 보일러라도 제대로 돌리려면 4일에  번은 LPG가스통을 갈아 끼워야 했다.
그런데 어느 추운 새벽 가스가 떨어졌다. 추위에 떨며  아침 결국 보일러는 얼어버렸고, 관을 녹여보려 했지만 수도관도 얼어버렸다.

얼지 말라고 물이  방울씩 똑똑거리게 수도꼭지를 틀어놨는데, 이마저도 야속하게 뒤집어 놓은 고드름 모양으로 얼어 붙었다. 게다가 화장실 변기 꽁꽁 얼어버렸다.
당시 서울의 수은주 영하 17.
마음의 속살마저 새하얗게  올랐던 어느 춥고 가난했던 겨울날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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