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가난했던 어느 겨울날의 기억
2000년에서 2001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번갯불에 콩 굽듯 결혼한 어린 대학생 부부는 남자가 살던 보증금 300 월세 20짜리 옥탑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외풍 센 옥탑방은 냉동실.
가습기 대신 국그릇에 물을 떠 놓으면 얼어버리기도 했다.
철없는 부부는 그걸 보며 신기하다고 웃었다.
임신한 탓에 전기장판 쓰기가 찜찜해 화력이 시원찮은 보일러라도 제대로 돌리려면 4일에 한 번은 LPG가스통을 갈아 끼워야 했다.
그런데 어느 추운 새벽 가스가 뚝 떨어졌다. 추위에 떨며 깬 아침 결국 보일러는 얼어버렸고, 관을 녹여보려 했지만 수도관도 얼어버렸다.
얼지 말라고 물이 한 방울씩 똑똑거리게 수도꼭지를 틀어놨는데, 이마저도 야속하게 뒤집어 놓은 고드름 모양으로 얼어 붙었다. 게다가 화장실 변기도 꽁꽁 얼어버렸다.
당시 서울의 수은주 영하 17도.
마음의 속살마저 새하얗게 터 올랐던 어느 춥고 가난했던 겨울날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