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프더레코드 Jan 05. 2021

코로나19, 밤과 잠의 균형을 허물다

불면의 새벽에 쓰는 첫 편지

 낮엔 회사에서 밤에는 가게에서 일하다 새벽 2시쯤 잠들곤 했던 일상의 리듬이 깨져버렸다.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펍의 영업시간이 9시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영업제한 초기엔 6시 펍을 열고 9시에 닫았다. 당연히 손님이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낸 뒤에는 예약손님이 없으면 집으로 직행했다.

가게가 있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연세로 9길

어색하고, 묘했다. 거의 3년 반 만에 오후 6시쯤 5호선 광화문역에서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싣는 기분이란.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이겠지만.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이 또한 익숙해졌다. 집근처 버스 종점과 닿은 시장에서 저녁꺼리를 사서 집에 가면, 두 번째 입시를 끝낸 아들이 팬티바람에 "아빠 왔어?!"라며 반긴다. 손을 씻고 주방에서 시장에서 사 온 것들을 펼쳐 부스럭거리고 있으면, 하고 있던 게임을 끝낸 녀석이 자기 방에서 나와 내가 뭘 하고 있는지 휘이 둘러본다. "맛있겠네"라며 인사치례를 하고는 냉장고를 열어본 뒤 맥주가 있으면 잠자코 기다리며 게임을 한 판 더 하하고, 아니면 츄리닝을 주워 입고 "아빠, 소주 필요해?"라며 묻고는 집 앞 편의점에 술을 사러 간다.

 둘이, 가끔 아내가 일찍 퇴근한 날은 셋이 둘러 앉아 저녁을 먹는다. 나는 소주, 아들은 맥주, 아내는 위스키 하이볼을 각각 각자가 마시고 싶은 만큼 마시면서. 처음엔 그날 있었던 각자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5분 쯤 지나면 각자 스마트폰과 TV를 보며 밥을 먹는다. 그럴때마다 '동생이 있었더라면'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실제 동생이 있었다면, 즐거움만큼의 부담도 있었겠지.

 그렇게 저녁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대체로 이 때 나는 스마트폰을 손에 든 채 TV를 본다. 뉴스, 코미디, 음악, 여행을 소재로 한 방송을 주로 보는데, 식후 1시간 쯤에 저녁 식곤증이 몰려 온다. 처음에는 격렬하게 저항했다. 냉장고 정리를 하고, 방을 재배치하고, 독서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길 수 없었다. 아니 굳이 자연스레 밀려오는 졸음을 거부할 필요가 없었다.

 대체로 저녁 10시에서 10시 30분 사이 쇼파에서 까무룩 잠든다. 아들이나 아내가 들어가 자라고 하면, 알아 듣지도 못하는 혼잣말을 하면서 방으로 가서 푹 쓰러져 잠을 이어가는 모양이다. 어쨌든 예전보다 4시간 일찍 잠드는 셈이다.

 그래서 문제는 4시간 일찍 잠에서 깬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는 창궐 1년만에 나에게 잠들지 않는 새벽을 선물했다.

 지난 일주일동안 나는 그 새벽을 선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절대적으로 혼자인 그 새벽을 즐겨보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서평>나쁜기자들의 위키피디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