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를 기다린다.
차라리 역병이 창궐하고 금색 탄알이 날아들고 쉰내 나는 사기가 판치며
누군가를 살육하고
내 편도 네 편도 없는 완벽한 공포가 오기를 꿈꾼다.
공포의 정체에 한 걸음 더 가까이.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기 위해.
그대는 투명한 공포.
눈을 뜨고 손을 들고 허공을 더듬거려도
내가 마주하는 건 그 속을 알 수 없는 차가운 바다.
유리벽에 주먹질을 한다.
주먹의 껍질은 벗겨지고 상처를 입는다.
흐르는 피
혀로 한 번 핥고 심장으로 돌려보낸다.
보이지 않는 벽에 흔적을 남긴다.
한 번 두 번 세 번
정체를 드러낼 때 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