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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우림 Oct 30. 2015

공포

공포를 기다린다.

차라리 역병이 창궐하고 금색 탄알이 날아들고 쉰내 나는 사기가 판치며

누군가를 살육하고

내 편도 네 편도 없는 완벽한 공포가 오기를 꿈꾼다.

공포의 정체에 한 걸음 더 가까이.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기 위해.


그대는 투명한 공포.

눈을 뜨고 손을 들고 허공을 더듬거려도

내가 마주하는 건 그 속을 알 수 없는 차가운 바다.

유리벽에 주먹질을 한다.

주먹의 껍질은 벗겨지고 상처를 입는다.

흐르는 피

혀로 한 번 핥고 심장으로 돌려보낸다.

보이지 않는 벽에 흔적을 남긴다.

한 번 두 번 세 번

정체를 드러낼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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