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생겨 먹었다.
원래 그런 사람인 것을 나이 먹어가며 굳이 바꾸려는 동력도 많이 상실했다.
도리어 이런 나를 잘 다듬어 가는 데에 더 마음이 간다.
잔잔한 호수도 좋아한다. 하지만 물길을 내어 물이 흐르면 더 좋은 호숫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그냥 두고 보면 될 것을 어떻게든 더 낫게 해 보려고 집기들을 이리저리 옮겨 본다.
그렇게 생겨 먹은 나와 어울리는 단어는 개혁, 진보, 변화, 효율성, 발전과 같은 거라 미루어 짐작해 본다. “송곳”이라는 웹툰이 있다.
나는 송곳 같은 사람인 거라고 스스로 줄을 대어 본다.
숨이 막히는 현실에 숨 쉴 구멍을 만들어 내고, 정체된 곳이 순환되도록 틈을 내는 사람이고 싶다.
단지, 여전히 그 끝이 뭉툭하여 아무것도 뚫어낼 수 없는 송곳이다. 지향하나 성과가 없음에 40의 숫자가 야속하기만 하다.
가방끈을 늘려가면 그 끝을 더 벼릴 수 있을까.
맞물리는 현장에 더 자주 서면 더 날카롭게 될까.
여전한 것은 나의 게으름뿐이다.
그렇게 뭉툭한 나를 두고 대다수는 그러겠지.
그건 본질을 훼파하는 일이라고...
진리에서 멀어지는 일이라고...
그렇게 이해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지만, 나는 이렇게 생겨 먹었다. 내게 부여된 삶이다.
똑같은 사람을 판박이 하듯 찍어내지 않으신 작가의 작품이다.
뭔가 일을 벌여 성공하지 않으면 무언가 숨 쉴 구멍을 내고 여유의 틈을 내고자 하는 그 노력은 객기, 그 이상도 아닌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