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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nzan Oct 28. 2018

B2B프로젝트에 UX가 필요한가?

B2B의 UX디자인

안녕하세요, 오늘도 UX에 고민이 많은 zanzan입니다.


UX 디자인을 설명할 때, 대부분 B2C 서비스를 예시로 많이 듭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녹아있는 많은 서비스와 제품들에 UX가 많이 녹아있습니다.

특히나 요즘의 스타트업에서 나오는 앱이나 서비스를 보면 재미있고 신선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포인트를 사용하려고 앱을 켰는데, 포인트 사용 방법을 찾기 어렵다던지 로딩이 오래 걸린다던지 하는 안 좋은 경험으로 인식되면 그 앱을 자주 켜지도 잘 사용하지도 않게 되겠죠. 그 앱이 꼭 필요할 때만 쓴다던지 아니면 점점 쓰지 않다가 어느샌가 핸드폰에서 삭제되어 있을 겁니다. 그러니 많은 회사들은 점점 더 사용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긍정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이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UX는 점점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안 그러면 사용자들이 떠나가는 것은 물론 회사의 이익에도 영향을 줄 테니까요.




그러면, B2C가 아닌 B2B 서비스는 어떨까요?


일반적인 유저층이 아닌 특정층을 타깃으로 하거나 독특한 목적에 특화되어 운영되는 시스템의 경우, UX는 어떻게 적용될까요? 그보다... 필요하기는 할까요?


저는 B2B 제품, 서비스의 UX 디자인을 꽤나 자주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얘기하는 B2B 제품이란, 예를 들어 특정 전문지식을 지닌 집단이 쓰는 시스템이라던가, 관리자 시스템이라던가, 제품 개발사업을 발주하는 기획자와 사용자가 다른 제품 등을 이야기합니다.

B2C프로젝트를 들어갈 때와 B2B 프로젝트를 들어갈 때는 마음가짐이나 프로세스부터 좀 다릅니다.


B2C는 왠지 모르게 좀 더 재미있고 가벼운 느낌으로 아이디어도 가볍고 편하게 내고, 사용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기대되고, 무엇보다 사용자에게 접근하는 것이 좀 더 수월합니다.

그에 비해 B2B는 범위가 어느 정도 정해진 상태로 시작하고, 제한이 많으며, 무엇보다 사용자의 패턴이 어떤지 예상하기 상대적으로 어려운 데다가 심지어 사용자 조사부터가 쉽지 않습니다.


B2B 제품은 제가 경험한 바로는 제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사용자를 그렇게까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만드는 제품/서비스이기 때문에 일단 만들어내는 게 더 중요시됩니다. 


갑 - 우리 회사에 무엇을 위해서 이런 시스템이 필요하네. 이런이런 기능이 필요하고, 저런 저런 기능이 필요하니 이걸 한데 모아 시스템 만들어와 봐.

을 - 예썰! 이렇게 만들어보겠습니다. 말씀하신 게 이런 느낌 맞나요?

갑 - 음~ 그래 맞는 것 같다. 3개월 안에 만들어와

을 - (1개월 후) 지금 우리 이렇게 만들고 있어요. 근데 기능 중 뭐뭐는 축소해서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갑 - 음~ 그래. 알았어. 그건 절충하지. 

을 - (2개월 반 후) 자 다 만들었습니다. 테스트해보시죠.

갑 - (테스트해보니) 기능은 얼추 들어갔네. 근데 우리 애들이 써보고는 너무 어렵대. 이건 이렇게 고쳐주고, 저건 저렇게 고쳐주고....

을 - (4개월 후) 말씀하신 부분 고쳤고요, 이제 마무리하시죠.

갑 - 엥? 이게 고친 거야? 이 기능은 어떻게 찾는 거야? 우리 이렇게는 잘 안 쓰는데? 에휴... 그럼 phase 2로 기능 뭐뭐 추가로 넣고, 이거 이거 개선하는 걸로 TBD하지.



물론 위 상황은 상당히 비약적인 묘사이긴 합니다만,

기업 대 기업이던, 사내 부서 대 부서이든, 저런 상황을 많이 만났습니다.

보통 사업을 띄운 곳에서는 이런이런 기능이 필요하다고 하고, 그걸 개발해주는 곳에서는 그 기능을 구현해주는 것으로 사업을 제대로 수행했느냐 안 했느냐를 판단합니다.

그나마도 명확히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도 잘 모르고 애매하게 개발하라고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 개발하는 쪽에서 이게 구미에 맞는지 저게 구미에 맞는지 만들어 가서 컨펌받고 통과하고, 다시 만들어서 컨펌받고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렇게 힘들게 뭔가를 만들어냈는데, 생각보다 불편합니다. 


요구한 기능은 대다수 반영되었습니다.

RFP에 들어간 내용도 충족시켰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사용할 때는 그다지 편하지 않은 겁니다. 사실 이건 UX가 좋아도 나빠도 (경우에 따라 일반적인 시스템이 아니기에) 처음에는 어느 정도 학습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만, 적응하는데 탐탁지 않습니다. 그래도 협의한 기능이 제대로 들어갔다면, 어느 정도는 사업이 마무리된 것으로 합니다. 처음에 협의한 내용 그대로 모두가. 다. 정말로. 진짜로. 반영된 프로젝트는 많이 못 봤습니다. 물론 회의에 앉아있는 모두가 처음 계획은 당연히 변경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마음속에 지니고 진행합니다.


그렇게 만들고 나면 기능은 얼추 들어간, (조금은) 불편한, 그렇지만 사용할 수는 있는 그냥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사용할 사용자들은 그 시스템에 대해 학습합니다.


우리는 내 핸드폰에 있는 포인트 앱이 불편하거나 포인트를 모으는 이익이 없으면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업무로 사용하는 시스템은 어떤가요? 

내 폰에 있는 포인트 앱은 지워도 내 업무를 위해 회사에서 쓰라고 하는 시스템은 UX가 구리고 똥 같아도 써야 합니다. 그 시스템이 없으면 일을 할 수 없으니까요. 그냥 욕하면서 쓰는 겁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 되면 그것에 익숙해집니다. 아주 작은 단위로 고쳐달라고 요청하면서 목소리 큰 사용자의 니즈가 반영돼서 어느 정도 좀 편해지려고 하면, 회사에서 전편개편을 추진한답니다. 열 받지만, 불려 가서 나는 이렇게 이렇게 쓰고 있다 말해주고 또 똥 같은 시스템 하나가 만들어져서 이걸로 일하랍니다. 다행히 보통의 B2B 제품들은 B2C만큼이나 빠르게 변화하지 않아서(조금조금의 개선은 자주 있다 하더라도) 새로 학습하는 경우는 그래도 좀 덜합니다.





UX입장에서 보면 아쉬운 부분들은 많습니다.


#1.

사용자 경험보다는 기능 구현, 보수적 성향


'갑'이 개발 요청을 시작하는 그 시점에 UX가 투입되어 무엇 때문에 이 시스템을 만들거나 개선하려 하는지 이 기능을 어떤 이유로 만들어달라고 했는지 이해한다면 좀 더 '갑'이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겠죠.

중간 결과물을 보고 잘 되고 있는지 명확히 판단하는 대단한 능력의 '갑'도 사실 잘 없습니다. 그들도 스스로 자신들이 명확히 뭘 원하는지 모호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UX에서 인터뷰도 하고, 이런 제안도 하고, 저런 아이디어도 내보는 것인데 현실적으로는 그럴만한 시간을 할애해주지 않습니다. 내 폰의 앱과 달리 회사에서 쓰라면 써야 하는 입장의 것이기도 하고, 당장의 실체가 없어 보이는 '사용자 경험'보다는 실행되는 '기능 구현'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좀 불편해도 그냥 쓰는 거죠. 그것에 익숙해져 가면서...


#2.

만나기 어려운 사용자


그와 동시에 일단 '사용자'와 만나기도 너무 어렵습니다. 회사의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시스템이라거나 아니면 사용자가 세분화되어 있어 하는 행동이 너무나도 상이하거나, 폐쇄망에서 동작한다거나 하는 이유로 로그분석이나 행동 분석 데이터를 뽑을 수 없는 시스템이 너무 많고,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를 만나는 것조차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최근 한 3-4년 전부터 B2B 제품의 이런 기조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쓰라면 쓰고, 하라면 했지만, 요즘 기업에서나 조직에서나 강제적인 것에는 점점 더 부작용이 있음을 인지하고, 사용자 중심으로 생각하려는 분위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RFP에 UX에 대한 고려를 언급하기도 하고, 업무 효율성 향상에 UX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느껴가는 것 같습니다.

특정한 사람들의 특별한 행동과 니즈가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고로는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어려우므로 UX의 참여가 필요하고 앞으로 점점 더 중요시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추가적으로, 콘퍼런스에 가보면 예전에는 B2B 제품과 B2C 제품은 디자인만 봐도 그 차이점이 느껴졌는데(B2C는 화려하고 멋지고, B2B는 구림) 요즘은 B2B 제품의 디자인과 UX퀄리티가 많이 올라온 것만 봐도 많은 곳에서 점점 더 UX를 중요시하겠구나 싶습니다.


다음번에도 B2B 프로젝트 시 느꼈던 여러가지 경험에 대해 또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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