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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자 Jan 25. 2020

블루스의 뿌리를 찾아서

로버트 존슨의 앨범, <The Complete Recordings> 리뷰

"악마와 계약한 기타리스트"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블루스의 '조상' 로버트 존슨. 에릭 클랩튼을 비롯한 후대의 록 뮤지션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그의 컴필레이션 <The Complete Recordings>는, 로버트 존슨의 음악세계를 톺아볼 수 있는 백과사전 격의 앨범이다.


로버트 존슨의 고전 "Cross Road Blues".


블루스는 어디에서 출발했는가


  악보 형태로 출간된 최초의 블루스는 1908년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의 뉴 올리언스 출신 뮤지션 안토니오 마지오의 “I Got the Blues”라고 알려져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오늘날 우리가 ‘블루스’라고 부르는 음악이 1900년대 초 미국 남부의 미시시피 강 삼각주(미시시피 델타, Mississippi Delta) 부근을 중심으로 출발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미시시피 강이라는 커다란 수원지를 중심으로 한 이 곳은 미국 남부에서도 목화 산업이 가장 발달한 지역이었고, 그러므로 노예 노동을 위해 유입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미시시피에는 블루스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노동요와 영가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떠돌이 악사들은 ‘노예 문화’의 유산들을 토대로 새로운 음악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었다.


  이 시기 미시시피를 떠돌며 술집과 시장 축제 따위에서 공연하던 무명의 블루스맨들은, 통기타 한 대와 하모니카, 그리고 목소리만으로 음악을 했다. 록이나 재즈의 형식, 그리고 전기 기타와 밴드 악기들을 수용해 풍성해진 이후의 블루스와 달리, 이 시기의 블루스는 컨트리나 포크에서도 사용했던 최소한의 악기와 형식만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앙상한 뼈대에 가까웠던 초기의 블루스는, 흔히 컨트리 블루스나 포크 블루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한편 당시에는,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던 소리와 음악을 기록으로 남겨보려는 욕망들이 근대 과학의 힘으로 실현되고 있었다.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한 이후, 20세기 초부터는 포노그래프 레코드라는 물건이 빠르게 보급되며 무대가 아닌 가정에서도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최초의 음반이었던 포노그래프 레코드가 상용화되며 이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음반 산업도 태동했는데, 여기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은 그때까지 대중에게 소개되지 않았던 블루스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눈여겨보았다. 20년대부터는 블라인드 레몬 제퍼슨, 찰리 패튼을 비롯한 블루스 연주자들이 음반 회사와 계약하고 녹음을 시작했는데, “악마와 계약했다”는 수식으로 잘 알려진 기타리스트 로버트 존슨은 그중에서도 가장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방랑하는 블루스맨, 로버트 존슨


  로버트 존슨은 평생을 무명의 떠돌이 악사로 살다가 죽기 1년 전인 1936년에서야 레코드 회사에 발탁되어 녹음을 시작할 수 있었다. 미시시피에서 음반 가게를 운영하며 지역의 블루스 뮤지션들을 발굴하고 음반 회사에 소개하던 H. C. 스피어가, 존슨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프로듀서 돈 로에게 소개한 것. 그러나 이듬해인 1937년, 존슨은 스물일곱의 나이에 불명의 사인으로 요절해버리고 말았다. <The Complete Recordings>는 이 시기 로버트 존슨이 돈 로와 함께 녹음했던 음악들을 후대에 정리해 발매한 음반이다.


  존슨은 어떤 겉치레도 없이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스물아홉 개의 노래를 부르고 녹음했다. 여기에는 델타 블루스의 원형이라 부를 만한 모든 것들이 담겨있다. 당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과 블루스맨들의 생활상, 그들이 겪었던 인종차별, 그리고 로버트 존슨 개인이 깊게 심취했던 부두교와 악마에 대한 서사들을 주술처럼 풀어나간다. "Cross Road Blues"나 "Walking Blues", "Rambling on My Mind" 등을 비롯, 이 시기 로버트 존슨이 녹음한 여러 곡들은 후대의 블루스와 록 뮤지션들을 ‘존재케 한’ 고전으로 남아있다. 로버트 존슨의 중요한 공로 중 하나는 기타라는 악기의 활용법이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시절 ‘이것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상을 제시했다는 것인데, 이후 기타가 수십 년간 대중음악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던 것을 생각해보면 존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로버트 존슨 다시 부르기


  한동안 대중음악사의 흐름 속에서 잊혀갔던 로버트 존슨은, 블루스에 심취했던 후배 뮤지션들에 의해 발굴되었다. 60년대 말부터 록 음악의 블루스적 뿌리를 복원하자는 블루스 리바이벌 운동이 성행하게 되며, 롤링 스톤스나 레드 제플린같은 당대의 스타 밴드들이 존경의 의미로 로버트 존슨의 노래를 다시 불렀던 것이다. 특히 당대 최고의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의 로버트 존슨 사랑은 유명하다. 그는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기타리스트로 로버트 존슨을 꼽으며, 2004년에는 헌정의 의미로 로버트 존슨의 노래들을 커버한 앨범 <Me and Mr. Johnson>을 발매하기도 했다.


<The Complete Recordings>

아티스트: Robert Johnson

발매일: 1990 8 28 (1936-7  녹음)

장르: 블루스, 델타 블루스, 포크 블루스

레이블: Columbia

자파의 평점: (7/10, "들어볼 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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