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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자 Mar 03. 2020

나는 지젝처럼 모던 록을 싫어한다

닐 영은 엿이나 먹어라, 검정치마도 엿이나 먹어라, 록은 죽었다!

  나는 검정치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그런 재미없고 구린 음악 따위를 즐길 시간이 없어 아예 들어보지를 않았다. 뭐, “듣고 까라”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대중은 영화를 보고 나서도 깔 것들이 한 트럭은 나오는 홍상수를 보지도 않고 욕하지 않나. 스펙터클의 홍수 속에서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모던 피플들이 지젝이 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그나저나 내가 딴지를 걸고 싶은 것은, 검정치마가 수상한 상의 이름이다. 한국대중음악상 ‘모던 록’ 부문. 대관절 그 모던 록이라는 범주는 무엇이지? 무엇을 포괄하고 무엇을 배제하는 범주이지? 아저씨 냄새나는 그래미에도 모던 록이라는 범주는 없다. 그래미 심사위원들은 록 음악과 메탈 음악, 그리고 얼터너티브 음악을 위한 부문들을 만들어 장르별로 시상을 한다. 물론 그들의 안목은 구리지만. 아무튼 그러한 장르 사이의 경계는 그나마 명확한 편인데, 모던 록이라는 개념은 너무나 자의적이요 작위적이다.  


  무엇이 모던 록이지? 반 세기 전의 영국인들이 사랑하던 비틀즈 따위를 무덤에서 꺼내와, 브리티시 록 황금시대에 대한 페티시즘을 자극하는 레트로 사골 팔이 오아시스 부류가 모던 록인가? 현재성으로부터 벗어난, 과거를 지향하는 록 음악에 모던이라는 수사를 붙이는 건 모순이다. 그렇다고, 이미 스펙터클화되고 뒈져버린 록의 형질로부터 급진적 이탈을 시도하는 몇몇 얼터너티브나 포스트 록 음악이 모던 록인가? 록의 변증법적 지양을 향해 운동하는 안티 로커들에게 록의 수사를 붙이는 건 무례다.


  어쩌면 검정치마가 모던 록 부문의 상을 시상하는 게 맞는 일이겠다는 생각도 든다. 현재에 들어와, 어떠한 일련의 교환가치를 가지도록 잘 다듬어진, 록의 이미지를 차용한 자본의 성찰 없는 기획이 모던 록이라면 말이다. 닐 영은 엿이나 먹어라, 록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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