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은진 Mar 17. 2021

오늘살기_20210317

기약 없는 인생, 오늘만 잘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나는 지난해 7월 28일에 대장암 수술을 했다.

그리고, 한 달 후에 혈액종양내과를 갔는데 암은 림프로 전이되어 무척 심각한 상태이고, 앞으로 살 날이 평균 2~3년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서울로 병원을 옮기고 항암을 진행 중이다. 2주의 간격으로 진행되는 항암을 받은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주변의 선배(암환자)를 소개받기도 했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암에 대한 각종 정보와 좋다는 음식이나 보약 등등...

자연치유 요양원까지 한 달 다녀오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 암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듣고 많은 고민을 해야 했었다.

오랜 고민 끝에 나는 우선 항암을 계속 받기로 결정했다. 몸이 버텨내는 한 항암을 받으려고 한다. 주기적인 검사 결과에서도 항암주사가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의견이 있었기에, 지속하기로 결심했다.


물론 매 2주마다 코로나 검사를 하고, 비행기를 타고 병원에 다니는 것은 보통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익숙해지기 마련이니까...


항암주사는 듣던 대로 강력했다.

4회 차쯤 되었을 때, 찬바람이 불면서 얼굴에 찬 기운을 쏘이면 근육이 마비되는 것처럼 잘 움직이지 않았다. 손발의 저림 현상은 꼭 전기충격을 받는 것처럼 소스라치게 한다. 주사를 맞은 다음날부터 3일 정도는 진토제 2종류를 먹고 패치도 붙이는데도 속이 메스껍다. 손끝과 발끝, 미세혈관이 지나는(?) 피부의 약한 부분은 거뭇하게 변했다.

보통 사람의 두배 이상이던 머리카락도 무서울 정도로 빠졌다. 다행히도, 워낙 보유했던 머리숱이 많았어서 주변인들이 보기에는 머리가 많이 빠졌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또, 주사 맞은 다음날부터 2일간은 얼굴에 홍조를 띠고 열이 조금 오르면서 나른해 지기 때문에 집에 오면 늘어지게 자거나 누워만 있게 된다. 그렇지만, 2~3일 지나고 나면 몸을 움직여 활동을 하고, 일상의 일들을 하고 싶어 지는 의욕이 생겨난다.


12년여 동안을 궤양성 대장염으로 아팠었기에, 이 정도는 견딜만하다고 느끼면서 지내고 있다.


오늘은 날씨가 무척 좋다. 사진은 며칠 전 제주에 놀러 온 언니가 묵었던 서귀포의 한 호텔에서 찍은 것인데, 그 날과 비슷한 오늘이다.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은 시원하다. 최상급은 아니지만 공기질도 무난하다.

한동안, 얼마 남지 않은 날들을 아쉬워하며, 자폐인 아들 걱정에 꽤 오랫동안 울기만 했었는데, 그런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나는 이미 암에 걸렸고, 언제 죽을지는 하나님만 아시는 일일 테니... 죽을 거라고 생각하고 죽는 날만 기다리고 살 수는 없지 싶어 언제든 죽을 수 있으니 오늘은 오늘 할 일만 하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다짐하고 나니, 오늘의 자연이 보이고, 오늘의 내 사랑하는 가족이 보였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있으니, 암환우들이 만나 매일 걷기를 하는데 다시 나가 운동도 하고 제주의 봄 사진을 찍어 올려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슬픔은 파도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