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사진일지-시작

해방촌 2026

by 자운

2025년에 군대를 전역한 뒤 후지필름의 x-m5라는 사진기를 샀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과 삼촌이 쓰던 삼성 dslr과 캐논 똑딱이 카메라 이후로 처음 쓰는 '사진기'였습니다. 이 카메라와 함께 가족여행으로 터키도 다녀오고, 서울에 돌아온 뒤로도 자주 가지고 다니면서 매 순간을 담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터키 여행 중이었던 9월 17일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하나 만들어(사실 제3의 비공개 계정으로 사용 중이었던 계정입니다. 그러니까 제대로 된 게시물을 처음 올린 날짜라고 보면 되겠네요.) 사진 계정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매일 한 장씩 사진을 올려보겠다는 다짐을 한 지 이제 4달이 조금 넘어가는데요, 그동안 860분이 넘는 분들이 함께해 주시고 계십니다. 매일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고마운 분들부터 가끔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 피드에 뜬 제 사진을 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zau.nl 계정을 운영하면서 터키에서 찍은 사진, 서울, 인천 등등 약간은 중구난방으로 업로드를 해왔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사진과 한두 줄 정도 짧은 글만을 적어 왔습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더 많은데', 생각만 하다 좋은 기회에 브런치 작가가 되어 브런치에 글을 적어 봅니다.


브런치 작가 지원에서 앞으로 쓸 글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터키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과 이 해방촌 사진들을 이용해 글을 쓸 계획이고, 그 밖에도 몇 가지 더 글을 적어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한번 너의 꿈을 펼쳐 보라는 뜻인지 한 번에 합격을 주셨습니다.


해방촌을 다녀오면서는 계획을 가지고 시리즈로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어떤 시리즈로 만드는 김에 평소와 다르게 완전 jpg 파일로만 작업해 보면 재밌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해방촌 시리즈는 한 달 정도의 기간 동안 raw 파일 없이 jpg 파일에 라이트룸으로 약간 다듬어서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했던 이유가, '특유의 색감을 특징으로 하는 후지필름을 사놓고 왜 raw를 보정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jpg로만 작업하는 건 정말 불가능한 걸까'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시는 분들에 따라서는 조금 아쉬운 결과물일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이번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최선이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게시한 순서는 녹사평역에서 남산 밑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면서 사진을 찍은 순서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진을 찍으면서 지나간 길을 하나의 글로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해방촌을 걸어간 기록을 써 보려고 합니다.


일단 가장 먼저 지도로 정리해 봐야겠죠.



녹사평역에서 출발해 경리단길 쪽으로 조금 걸었다가 해방촌, 신흥시장을 지나 후암동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코스였습니다. 애초에 계획하고 걸었다기보다는 친구랑 대충 '해방촌 쪽에서 사진을 찍어보자!' 하고 발길 가는 대로 걸었던 거라 더 좋은 사진 스팟들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식사 1회와 카페 1회가 포함되어 있으니, 따라 걷는다고 해도 꽤 걸을 만할 겁니다. 점심시간 전에 녹사평역에 도착하는 쪽을 추천드리며, 경사가 좀 있으니 한겨울에 눈이 왔을 때에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아, 그리고 별로 알고 싶었던 사실은 아니지만, 저 동네에는 다이소가 없습니다. 만약 작은 소품이 필요하다면 챙겨가시는 게 좋을 겁니다. 카메라 배터리는 여분을 꼭 챙기시고요, 보조배터리를 챙기신다면 꼭 선도 챙기시기 바랍니다. 하필이면 나머지는 다 챙겨 놓고 선을 깜빡하고 집에 두고 나와서 편의점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만원 짜리 케이블을 사야만 했습니다. 다이소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뭐 어쩔 수 없죠. 제 불찰이니.


하여튼 간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와 봅시다. 녹사평역입니다. 용산구에 있고요, 근처에는 용산공원과 용산구청, 경리단길, 해방촌이 있습니다. 원한다면 남산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물론 남산을 간다면 다른 쪽으로 가는 게 훨씬 더 좋을 것 같긴 합니다만.

저는 성북구에 삽니다. 그리고 학교는 신촌에 있고요. 그래서 6호선을 타면 내리는 곳이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학교에 갈 때는 보문역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아니면 신당에서 갈아타거나, 군에 있을 때에는 파주 가는 빨간 버스를 탈 때 합정역에서 내리기도 했습니다. 용산 전자상가에 간다 그러면 효창공원앞에서 내리고, 반포동을 간다 그러면 약수에서 3호선을 탔죠.


그렇기에 용산에 딱히 연고가 없는 저에게 녹사평역은 그저 지나가는 역 1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근처에 뭐 특별히 갈만한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그래도 녹사평역이 멋진 구조를 하고 있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에서도 '독특한 지하철역 순위'라던지 '6호선의 숨겨진 비밀'이라던지 해서 널린 게 그런 얘기였으니까요.


그렇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찾아보니 원래는 이 근처로 서울시청을 옮길 계획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청역이 될 곳이니 이왕 짓는 거 크고 멋지게 만들자 해서 지금의 녹사평역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시청은 아직 시청역에 있습니다. 근처에 용산구청이 들어서긴 했지만 이용객 수에 비해서 너무 큰 역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런데 이용객 수에 비해 역이 너무 크다, 그 뜻은 오히려 사진을 찍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라는 뜻입니다. 열차가 들어올 때에나 좀 사람이 지나다니고, 역 안에 특별한 시설도 따로 없어서 평소에는 아무도 다니지 않아 초상권 걱정 없이 자유롭게 사진을 찍어 볼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멋들어진 내부를 즐길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장소일까요. 저는 인물 사진은 주로 찍지 않지만, 만약 인물 사진을 하신다면 역의 여러 요소들을 배경으로 삼아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상업적으로 사용하신다면 역 안의 일부 조형물이 라이선스상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보셔야 되겠습니다.


녹사평역에는 중앙에 큰 원통형 공간이 하나 나 있고, 주변으로 동선이 배치되어 있어 이 공간을 가로지르는 계단들이 있습니다. 프레임을 잘 잡고 기다리다 보면 계단을 지나는 사람을 찍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이 원통형 공간의 천장에는 자연채광을 위한 유리 돔이 하나 있습니다. 녹사평역 밖에서도 눈에 띄는 구조물이죠. 그 덕분에 지하임에도 불구하고 자연광과 비슷한 느낌으로 빛이 들어와 사진을 찍어보기에 좋은 상태가 됩니다.

그 밖에도 역의 구석구석 배치되어 있는 아름다운 예술 조형물들을 감상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