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조각

해방촌 2026

by 자운

사랑(2026)

서울, 용산


“사랑의 종말론”

저기 저 사람은 이래서 싫어, 그 사람은 저 부분이 모자라.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다른 이를 무작정 깎아내리려고 마음먹었기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세상은 절대로 혼자만 잘나서 살아갈 수가 없는데, 혼자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자기가 뱉은 말이 겨우 조그마한 바늘 한 톨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말들이 모여 커다란 비수가 되어 꽂히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일까. 말 한 자가 가지는 커다란 힘을 모르는 아니, 외면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런데 저 사람은 저래서 좋아, 그 사람은 무엇을 잘해. 이런 말은 더 이상 할 수 없는 걸까. 사람은 그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건데, 자꾸 그를 평가하면서 가치를 찾아내려고 한다. 사람은 물건이 아닌데. 모두가 별점 오 점 짜리 인간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다 보니 남들을 별점 사 점 짜리로 만들고 싶어 하는 걸까.


그렇게 남들보다 조금 앞서면 행복할까. 행복하다고 해도 그게 진짜 행복일까.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골목 같아 보입니다. 실제로도 안쪽으로 더 깊게 들어가면 흔히 보이는 주택가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길에 자리한 수많은 카페들과 편집숍들에 집중해 보는 겁니다. 여기저기 아기자기하거나 좀 웅장할지도 모르는 그래피티들과 가게 입구를 장식한 소품들을 느끼는 겁니다.


그 어떤 곳도 다른 곳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색감, 질감, 온도... 모두가 하나씩은 특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개성이 넘치는 골목이라고나 할까요.

이 골목의 가게들은 각자 입구에 작은 둥지 같은 걸 매달아 뒀습니다. 안에 흙이 차 있는 걸 보면 작은 화분이지 않나 싶습니다. 봄이 지나 여름이 되면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가 궁금하긴 하네요. 예쁜 꽃이 아기자기하게 피어나 있을까요.


깨진 화분에 위태롭게 온몸을 맡기고 있는 저 식물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지금 당장 쓰러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똑바로 서 있을 생각인가 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자리를 지키면서 말이죠.

한쪽의 큰 벽에는 이곳을 다녀간 수많은 예술인들이 남긴 자국이 있습니다. 새로 위를 덮고 또 덮으며 그래피티가 층층이 쌓여 있습니다. 자기 이름을 남긴 사람부터 도대체 스프레이로 이걸 어떻게 그려냈을까 싶은 그림까지 종류도 천차만별.


자신의 작품이 망가진다는 생각을 한다면 아쉽겠지만, 원래 모든 그래피티는 멀쩡한 곳을 망가뜨리며 시작했기에 그 또한 그 그림의 운명이지 않을까. 어쩌면 저기에 그림을 그린 작가도 자신의 그림을 누군가 덮어 새로운 생명을 다시 한번 불어넣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예술이라 하는 것은 사라지기에 아름답다고 하죠. 언젠가는 끝이 날 거라는 걸 알고 있기에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이고, 결국에는 부서질 걸 알기에 조각상이 소중한 것인 것처럼.


저는 사진을 찍는 게 즐겁고 그때그때 들었던 생각을 글로 남깁니다. 무언가를 바라보며 기록을 남긴다는 것에서 재미를 찾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족쇄처럼 일상을 가두는 건 원치 않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은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좋아서 하는 것에서 책임감이 생겨나기 시작해 의무가 되어갈 때 회의스러운 생각이 든다고들 했습니다. 저는 일단은 그 정도로 얽매이지는 않아 볼 겁니다.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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