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2026
남산을 바라보며 큰길을 건너 해방촌을 가로지르는 도로, 신흥로에 발을 디뎠습니다. 신흥로는 해방촌 언덕을 굽이치며 오르는 작은 골목길입니다. 차들이 지나다니는 소리로 시끄러운 바로 옆의 녹사평대로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지만 이곳은 사람 소리로 가득합니다.
녹사평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직진 구간은 평지에 가까운 경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 어마무시한 언덕이 기다리고 있지만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인지 길가에는 죄다 카페나 바가 있었습니다. 관광지가 되어가면서 원래 이곳에 살고 있던 주민들은 점점 뒤편으로 물러나는 걸까요.
길을 따라 더 걸어 올라가던 중, 작년 크리스마스 때 꾸몄던 장식을 아직 안 뗀 건지 산타 할아버지가 벽을 타고 오르는 가게가 있더군요. 할아버지, 아직도 매달려 계시면 어떡해요? 그러다가 올해 크리스마스가 되겠어요!
길가에 자리한 곳들은 모두 카페나 바로 운영되는 중이라고 했죠. 건물들을 보면 대부분이 붉은 벽돌로 쌓아 만든 익숙한 빌라입니다. 속까지 몽땅 벽돌로 쌓진 않았겠지만요. 어찌 됐건 간에 1층은 리모델링해서 가게로 사용하고, 그 위 층들은 주거용으로 사용 중인 것 같았습니다. 이런 곳에 자리한 집들은 시끄러워서 살기에 그닥 좋지는 않다던데, 괜찮으실까요? 유명해지기 전에는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있었지만 한순간에 관광지가 되어 매일매일이 스트레스가 된다면 정말 이사가고 싶을 것 같아요. 본의 아니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습니다.
간간이 요식업종이 아닌 점포들도 있었습니다. 새마을금고나 포토이즘 같은 무인사진관, 동네마다 으레 있기 마련인 세탁소와 부동산. 편의점과 동물병원도 있더라구요. 어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그저 평범한 마을입니다. 그 안에 사람들이 살고 있고요. 옛스러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이유로 유명해진다면 어어느 곳이든 유명해야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이곳은 무엇이 특별하길래 그렇게 유명해졌을까요? 조금 더 걸어보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가게들은 간판이나 인테리어를 옛날 컨셉으로 잡은 건지, 아니면 지금까지 오래도록 사용한 건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대다수는 보아하니 향수를 느끼게끔 디자인해서 설치한 느낌인데, 간혹 가다 정말 오래된 티가 나는 간판들이 있습니다. 뭔가 들어가면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이 나와 반갑게 맞이해 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요.
걷다 보니 느낀 것이 있습니다. 이 마을은 처음 와보는 곳이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하더군요. 그것이 이 마을의 특별한 점이지 않을까요. 해방촌은 평범한 마을입니다. 단지 이 마을이 주는 평범함이 그 시대를 살아본 적 없는 사람들마저 느끼게 하는 노스텔지어가 있어서 유명해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