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2026
본격적으로 언덕이 나오려고 하길래, 한번 뒤를 돌아 보았습니다. 클래식 네거티브 필름 시뮤레이션을 곁들이니 정말 몇십년 전 같은 느낌을 줍니다. 지나다니는 차들만 빼면요. 이런 옛스러운 느낌에 이곳이 유명해졌겠죠.
옆으로 가지처럼 뻗은 골목에는 무엇이 있나 들여다 보는 것도 이런 걷는 여정에서의 묘미죠. 이 골목에는 감성적인 레스토랑인가 카페가 있었습니다. 저녁 시간에만 영업하는지 아직 문을 열지는 않은 모습이죠. 겉에서 보이는 모습과는 또 다른 세계가 이 작은 골목에서 펼쳐집니다. 만약 여러분도 어느 동네를 간다면 골목 안에 무엇이 있는지 유심히 들여다보면 재밌으실 겁니다.
다시 언덕을 오르려고 하니 뒤에서 마을버스가 하나 오는군요. 용산02번입니다.
이곳 해방촌의 중심 거리인 신흥로를 따라서 요리조리 언덕을 누비는 작은 버스입니다. 이 마을에서는 가파른 경사를 매일 오르내리는 수고로움을 덜어 주는 고마운 존재일 것 같네요.
언덕이 언제 끝나는지 알지를 못하니까 솔직히 버스를 타고 싶은 마음이 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방촌에 사진찍으러 왔다는 녀석이 버스를 타고 슝 지나가 버리면 그게 말이나 됩니까. 어디까지 올라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올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건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은 저의 잘못이 있긴 하죠. 해방촌이 그냥 좋다고 하니까 무작정 좋겠거니 하고 갔던 거라 막상 이렇게 가파른 경사가 나오니까 이게 언제까지 올라야 하는 건가 싶어서 그랬습니다. 다음번부터는 어디 사진 찍으러 나가면 어느 정도는 미리 조사를 하고 가야겠습니다.
버스는 생각보다 자주 다닙니다. 원래 마을버스라 그러면 한 대 지나고 10분 넘게 있어야 다음 차가 오는 법인데 이 버스는 한 5분에 한 번씩 다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제로는 다를 수도 있지만 언덕을 오르면서 그 정도로 자주 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버스를 그렇게 타고 싶었던 걸까요.
여기도 또 다른 골목입니다. 이곳은 아예 막다른길 표지판도 달려 있고 골목길의 끝에 계단이 있어 차가 다닐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저 위에 사는 사람들은 눈이 오면 정말 고역이겠군요.
이곳을 지나는 신흥로에는 횡단보도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신호등은 거의 없더군요. 하긴 이런 좁은 길에 신호등이 그렇게 많이 있었다면 그거는 그거대로 문제였겠죠. 그렇다 보니 언제 어떤 일이 갑자기 일어날지 몰라 이렇게 천천히 표지와 횡단보도 표지가 정말 여기저기 박혀 있습니다. 두 표지판의 색 대비도 좋고, 모양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대비감이 느껴지길래 한번 찍어 봤습니다.
더 오르다 보니 한쪽에 어떤 카페에서 밖에 해둔 하얀 탁자와 의자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마침 딱 건물 사이로 드는 빛과 주황색 벽돌 벽, 바닥에 자잘하게 깔린 자갈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 한번 찍었습니다. 그러니까 친구도 같이 따라와서 한번 찍었습니다. 친구는 a6400을 중고로 사서 탐론 1770 줌렌즈도 중고로 겟, 잘 쓰고 있습니다. 저는 시그마 1650을 사고 싶구만요. 그게 가볍기도 한데 렌즈 성능도 나쁘지 않아서 좋아 보입니다.
언덕을 오르고 올라, 이 표지판이 보인다면 거의 다 올라온 겁니다. 언덕 정상쯤에 해방촌의 중심지인 신흥오거리가 있기 때문이죠. 이곳에서는 남산 방향이나 시내 방향, 서울역, 용산역 방향으로 갈 수가 있습니다. 어느 길로 가는지만 잘 정하면 말이죠.
그리고 한쪽에 동사무소랑 파출소까지 있어 가히 해방촌의 행정 중심지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만큼 지나다니는 차도 많으니 걸어갈 때 조심하시고요. 동사무소에서 공공주차장을 하나 개방해서 그쪽으로도 차가 좀 지나다닙니다. 사진 찍는다고 정신 팔려서 그 차를 못 보거나 그러면 안 되니까 안전한 장소에서만 찍으셨으면 좋겠어요.
골목 사이사이, 시시각각 변하는 해의 방향에 따라서 빛이 드는 모습이 계속 바뀝니다. 골목을 들여다 보면서 빛이 예쁘게 들고 있다면 그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뜻이니 사진이든 마음으로든 남겨 두시는 게 좋을 거예요.
윤기 나는 벽돌이 주는 묘한 향수를 아시나요. 사실 저는 저런 단독주택이나 빌라에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나중에 단독주택을 하나 지어서 살고 싶다는 꿈은 있죠. 그런데도 이런 곳을 보면 왠지 모르게 그리움을 느끼게 됩니다. 도대체 무엇을 그리워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