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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오 Feb 18. 2016

#기억되지 않는 세대

      피할 수 없는 죽음

전도서 1장

2.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3.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

4. 한 세대가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5. 해는 뜨고 지되 그 떴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

6. 바람은 남으로 불다가 북으로 돌아가며 이리 돌며 저리 돌아 바람은 그 불던 곳으로 돌아가고

--

8. 모든 만물이 피곤하다는 것을 사람이 말로 다 할 수는 없나니 눈은 보아도 만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가득 차지 아니하도다

--

11. 이전 세대들이 기억됨이 없으니 장래 세대도 그 후 세대들과 함께 기억됨이 없으리라.


                                                                                



며칠 전에 지인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오래 살았다 한들 이 땅에서의 삶은 너무 짧고 그래서 혈연과의 영원한 이별은 아프기만 하다.

나이가 들수록 주변에 죽음을 많이 경험하게 되니 자연 인생무상을 느낀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가올 죽음에의 두려움. 그것은 나의  죽음이라기보다는 가까운 가족의 죽음이다. 그 박탈감을 어떻게 할까.

예전에 전도서를 읽으면서 전도자가 모든 것이 헛되다고 할 때  인생의 부귀영화를 다 경험한 왕의 입장에서 하는 배부른 소리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지혜를 가지고도 나중에는 타락한 왕이 되어버린 솔로몬.

그가 받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선험적 지혜와 지식은 무엇이고 늙어서 전도서를 쓴 그의 경험적 지혜는 뭐가 다른 걸까.

인생에게 주어진 늙음과 죽음은 솔로몬의 지혜와 지식으로도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던 걸까.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고 평등하게 주어지는 죽음.


믿기지 않던 죽음들이 기억난다. 우리 동네에 한 여인이 있었다.

아이 둘을 둔 여자답지 않게 검고 긴 머리가 그녀의 등허리에서 찰랑대던.

화장품을 판매하던 그 여인에게서 화장품을 사서 썼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끊기었다.

한 달 후 그녀가 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얼굴을  마사지해주며 옆에서 깔깔대던 그녀의 모습이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식당의 식탁에 마주 앉아 갈치조림을 같이 먹던 그녀는 어디로 간 걸까?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던 날 오후의 여름 햇살이 공중에 노랗게 떠 있었다.

사촌 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도 떠오른다.

10년 전,

부부싸움을 하다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 응급실에서 일주일 만에 죽고 말았던 것이다.

어린 아이 둘을 남기고.

고등학교 때 대학생이던 언니는 방학이면 우리 집에 자주 와 있었다. 세수를 하다가 툭하면 코피를 잘 흘리던 그녀. 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그  코피와 연관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무척 추운 겨울 우리 집에 찾아온 언니. 한껏 까슬해진 얼굴로 설악산에 친구와 여행을 떠나기 전, 뭔가 고민이 있는 듯 자기 절친과 수군수군하며 얼굴도 한껏 어두웠던 그 겨울이 지나고  다음 해 봄 언니는 결혼을 했다.

눈이 동그랗고 귀엽던 언니는 이제 내 기억에서 점차 잊혀 가고 있다.

내게 닥치지 않은 죽음은 그저 타인의 것으로 객관화되는 면이 있는  듯하다. 그 이유는

내가 존재할 때 죽음은 아직 여기 있지 않으며 죽음이 여기 있을 때 나는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있다.

언젠가는 작별해야 할 가족들. 특히 나이 드신 부모님을 생각할 때 무척 슬퍼지곤 한다.

세상의 무대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는 것. 영원한 이별. 잊히는 것.


전도서 1장

11. 이전 세대들이 기억됨이 없으니 장래 세대도 그 후 세대들과 함께 기억됨이 없으리라.


믿는 자들에게는 천국이라는 희망이 있다. 그러나 믿지 않는 가족과 세상에서 이별할 때 그들을 만날 희망은 전혀 없는 것이니 더 아쉽고 슬퍼지기 마련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매일 수고하고 만물이 다 탄식하며  피곤해하고 눈과 귀는 만족함을 모른다. 하루의 해는 빨리 떠서 곧 진다. 세상의 온갖 부귀영화를 다 소유한  솔로몬도 이 세상의 것은 모두 헛되다 하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헛되지 않은 삶을 살고 미련 없이 세상을 떠날 수 있을까.

 소유보다는 존재를 소중히 하는 삶을 살면 가능할까.

 삶 속에 죽음이 늘 존재하는 것을 보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  즉 어떻게 살 것인가.


전도서 12장 13절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다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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