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교

by 미셸 오


아름다운 바다가

환히 보였던 탁 트였던 중학교와 달리 여고는 시내 중심가를 지나 산중턱의 빽빽한 건물 사이에 비좁게 들어차 있었다.

갑갑한 것을 싫어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하던 내게 집 마당같은 운동장에 비좁은 교실은 숨이 턱 막혔고 그 갑갑한 환경은 내가 앞으로 공부할 공간으로서 아주 적합하지 않을 것임을 말해주는 불길한 징조였다.

게다가 그 작은 운동장도 옆의 중학생과 공동으로 사용하였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화장실이었다!

ㄱ자로 이어진 중학교와 고등학교 건물 사이 화장실이 있었는데 이것마저도 중학생들과 같이 사용하던 것이었으니. 50분 수업을 마치고 급해서 뛰어간 화장실 입구에는 45분 수업을 마친 여중생들의 줄이 이어져 발을 동동거릴 때가 많았다. 특히 생리 중 일 때는 최악이었다. 수세식 구식 변기였는데 물이 나오지 않아 배설물이 가득하고 화장실은 늘 더러웠다.

지금 생각하면 사립이었던 여고가 왜 그렇게 위생불량으로 여학생들의 편의를 무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겉으로는 예쁘고 단정해 뵈던 교복이 실제로는 너무 불편했다.

검고 두꺼운 플레어 치마는 무거웠고 늘 질질 끄는 느낌이었다. 허리가 잘록한 상의는 늘 숨을 참아야만 예쁜 곡선이 드러났다. 하얗고 빳빳한 교복 깃은 때를 잘 타서 매일 갈아주고 또 실로 고정시켜야 했는데 그것이 목선을 긁어 딱지가 앉을 정도였다.

그리고

도시락 두 개가 든 보조가방에 영어사전과 책들이 가득한 남청색 가방을 들고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등교한다. 교실의 책상은 오는 순서대로 앉기로 되어 있다. 뒷자리에 앉아 수업을 들으면 손해다. 해서 해뜨기 전에 집을 나선다. 학교에 도착해 자리를 확보한 후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고 자습을 하고 수업을 다 마치면 오후 다섯 시가 되고 또 매점에서 저녁을 먹고 밤 열 시까지 자습을 하였다.

내게 이런 학교의 수업방식은 최악이었다.

하루 종일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 우리는 수업하고 먹고 자고 놀았다.

매일 자습에 장거리 통학에 지친 아이들 대부분은 수업들은 것을 다시 복습할 시간도 없이 주초 고사라는 틀에 갇혀 일요일에도 시험공부에 매달렸다. 매일 쏟아놓는 지식들을 정리하기도 전에 새로운 학습내용들이 켜켜이 쌓여갔다. 정리정돈할 시간이 없어 아는 것도 모르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반복되자 몸의 피로까지 겹쳐 몽롱했다.

아이들은 매일 성적으로, 참고서값으로 고민하고 좌절했다. 왜 그때 선생님들은 교과서는 두고 참고서로 수업을 했는지.... 그 참고서도 진도의 절반을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또 새로 사고.


선생님들로

말하자면 대부분 나이가 많아 능글맞게 보였다. 머리에 기름을 발라 올백을 한 선생님의 몸에서는 독한 향수 냄새가 났는데 수업 방식은 정치인의 연설문을 듣는 것 같았다. 첫 수업 때 자신의 명문 대학원의 학벌을 칠판 구석에 필기체로 갈겨쓰며 목에 힘을 주던 선생님의 수업시간에는 학생들 대부분이 책상에 엎드려 잤다.

오로지 성적 그것만이 학생들을 평가하는 절대 기준이었던 선생님들이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야말로 나이도 많았고 학생들에게도 엄격하였다. 그들의 눈에는 소수의 우수한 성적을 가진 아이들만이 인격적인 존재였다.

그 외에도

매번 수학 점수를 크게 불러주며 부끄러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킥킥대며 즐기고.. 거침없는 농담으로 수업보다는 웃기는 데 맛을 들인 사람들. 아 저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가 아니라 절대 선생 같은 건 되지 않겠다 하고 결심하게 된 것이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다행히도 단 몇 분의 괜찮은 선생님들도 있었다. 과학 성적을 올려준 선생님.

과학이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거였나 하는 충격을 안겨준 그 선생님은 지금 잘 살고 계실까.


그런 학습환경에서도

아이들이 꿋꿋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수다와 군것질 덕분이었다. 한 달 용돈이 모자랄 정도로 칼국수집, 군 만둣집, 제과점, 순대와 떡볶이 등등 음식점을 들락거렸다. 그것마저 없었다면 그 감옥 같던 고등학교 시절을 어떻게 견디어 냈을까 싶다.

푸시킨의 시가 생각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현재는 슬픈 것.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그리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리니.......'

삶이 나를 속인 것은 어느 정도 맞는 거 같은데 다시 그리워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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