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우리들의 영원한 판타지

by 미셸 오
송중기 신드롬

사람들은 그렇게 부른다.

여자들이 모이는 곳에 화젯거리 <태양의 후예>다

" <태양의 후예> 봤어?"

"송중기 그 배우 왜 그렇게 잘생겼냐?"

"유시진이란 캐릭터에 정말 빙의한 듯~"

"실제도 그렇게 멋지지 않을까?"

"아우~정말 멋져~"

비단 우리 또래 여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춘기 여고생들은 물론 젊은 여성들은 더 그의 매력에 빠진 듯하다.

수업하다가 여고생들에게 송중기란 배우 이름을 대기만 해도 그야말로 난리법석이다. 한 배우의 이름 하나만으로도 수업 분위기에 대반전이 일어난다. 그래그래 지치고 지루한 삶에 잠시 동안이라도 기쁨을 준다면 또 잠시 상상 속으로 들어가 유시진이라는 멋진 남자를 그려보는 재미도 괜찮지 않을까.

언제던가.

배용준이란 배우에게 반해서 한국으로 몰려드는 사오십대 일본인 아줌마들이

'그래 이해는 돼.'

하면서도 정말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나 역시도 그 배우가 멋진 배우임을 인정하기는 한다. 그러나 비행기를 타면서까지 한국으로 오기까지 그들이 만들어낸 배용준이란 배우에 대한 환상은 그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의 영향이겠지. 그 역할에 잘 맞는 옷을 입었기 때문에 그 배우는 그렇듯이 중년의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척했다.

그러나 내가 그녀들 만큼의 나이를 먹고 보니

그들이 환호했던 드라마 속의 남자 배우들에 대한 관심이 그 나이에서 겪어야 했던 삶의 무력감 같은 것에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모든 것을 희생하고 보낸 시간 위에 서서 바라보는 짧았던 젊음에 대한 아쉬움이나 나이가 쉽게 너무 빨리 들어버린 것에 대한 허망한 같은 것을 채워준 것이 바로 그때 그 드라마 속의 한 남자. 배용준이란 배우였기 때문이라는.

그래서 그들이 찾아 나서는 것은 배용준 그 한 배우가 아니라 그들 속에 내재한 사라져 버린 젊은 날의 시간이었을 것이라는.

시간은 그렇게 또 흐르고

이제 또 한국의 한 잘난 배우가 그려내는 멋진 인물이 수많은 나 같은 여자들에게 젊음의 숨결을 불어넣어 주는 듯하다. 어쩌면 그 배우 나이 또래의 아들을 가진 수많은 어머니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 멋진 남자 앞에서 그 만한 나이의 젊어진 나를 두고 본다. 그래서 우리는 꿈을 꾸고 가슴속 이미 끊어져 버린 설렘의 끈을 찾아내는지도.

작가가 그려낸 '유시진'이란 인물은 모든 여성이 원하는 아니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남자의 전형인 듯하다.

귀여우면서도 섹시하고 또 무엇보다 자신의 신념에 차 있고 사랑에만 목숨을 걸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평범하지 않은 매력적인 얼굴과 유머러스함.

이 모든 장점을 가진 그에게 큰 매력 더 한 가지.

여자 주인공의 말처럼 모든 여성들에게는 제복에 대한 환상이 있다. 그런 제복이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남자야 말로 모든 여성의 영웅인 것이지.

진실로 사춘기 때는 이 세상 어딘가에 그런 멋진 남자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 그때 바라보는 꿈속의 남자들은 신비로웠다. 백마 탄 왕자님 같은. 물론 그런 왕자님 같은 건 없었지만 말이다.

오히려 그런 꿈을 가진 여자들을 신데렐라 콤플렉스라고 비웃고들 하지. 꿈은 그저 꿈일 뿐이다. 그런 꿈들을 가진 상황에서 이뤄내는 현실의 힘을 너무 무시하였는지도 모른다.

꿈은 그 자체로 현실을 살아내는 힘이지 않은가.

작가가 그려낸 멋진 인물 유시진이 송중기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그들이 연기하는 장소가 낯선 외국이 아니라 한국이었다면 또 어떠했을까?

그들의 사랑에 극한의 죽음이 도사린 전쟁터 같은 장애가 없었다면 어떠하였을까?

남자가 여자에게 무조건 반해서 잘해주기만 하면 또 어떠하였을까?

여자와 만나기로 한 건물에서 급한 전화를 받고 옥상으로 올라가 개인용 헬리콥터를 타고 도심의 하늘로 떠오른다. 이 장면이야말로 내게 극적인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옛날 007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만이 누리던 호사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 장면을 송중기란 배우가 아주 멋지게 연기해 내었단 말씀.

암튼 나는 이 장면에서 이 드라마의 모든 면을 읽었다.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도 자신의 굳은 신념을 택하는 용기에다가

얼굴을 야리야리한데 몸은 근육질이고 목소리는 남성스럽다.

갈색 개구리 무늬의 군복도 청색의 각진 제복도 그를 위한 옷처럼 어울리니 어디 한 군데 빠지는 것이 없다.

게다가 어제는 벼랑에 걸린 차를 바다 속으로 빠뜨려 같이 몸을 던져 여자를 구해냈다. 그것도 아주 쉽게.

그들의 사랑의 줄타기는 위험한 벼랑 위에 아슬하게 걸쳐져 곡예를 보는 듯하고 또 이국의 태양처럼 뜨겁고 죽음을 가까이 둔 위험한 곳이기에 가슴을 졸이는 맛이 있다.


아침 식탁에서.

"엄마가 보장하는데 송중기란 배우는 세계적인 배우가 될 거야. 저렇게 멋진 남자는 모든 여성들의 로망이잖아."

딸은 좀 시큰둥하다. 의외로.

"그렇지 않아, 아시아에서는 인기가 많을지는 몰라도 서양 여자들은 남성미가 흐르는 강인한 캐릭터를 선호해."
"송중기도 충분히 남성스러워. 근육질의 몸매를 봐." 내가 흥분해서 말한다.

딸은 흐흐 웃고는

"소지섭 같은 배우도 외국 여자들이 보기엔 여리고 부드러운 인상이래. 송중기는 우리가 봐도 얼굴이 여리여리 하잖아."

"아~그래?"

좀 서운하다. 그러면 뭐 어때.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 그러나 나는 송중기. 이 잘난 배우가 외국의 큰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고 인사하는 상상을 해 본다.

KBS 태양의 후예 캡처


학창 시절에 젊음에 대한 꿈을 꾸며 무거운 가방을 들고 산 위의 학교를 오르내리고

대학교에서는 꾸었던 꿈이 현실과 만나 무참하게 깨어지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다 보니 나는 아니 우리 또래의 여자들은 어느덧 중년의 여인이 된 사실 앞에 그저 놀랍고 당황스럽다.

"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그냥 그저 우울해."

"갱년기 시작이야. 잘 견뎌내야 해. 집에만 있지 말고 뭐든 해."

"헉 벌써 갱년기라니. 받아들일 수 없어."

"온몸이 쑤셔."

"요즘 들어 소화가 잘 안돼."

"재밌는 게 딱히 없."

그런 식의 대화가 오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젊은 날의 열정이 없다는 그 사실 하나.

설렘

그 설렘이 없다는 것, 그래서 다들 우울한 것이 아닐까?

예전에 한국을 오가던 배용준이란 배우에게 일본 여인들이 느꼈던 것은 그들 마음속에 소멸해 가던 젊은 날의 설렘 그것이었고 근래 송중기란 배우에게서 느껴지는 우리가 느끼는 그 설렘은 다르지 않은 듯하다.


<태양의 후예>라는 드라마 안에서 유시진이란 인물이 송중기가 되고 송중기란 배우가 유시진이 되고

그가 우리 같은 여자들에게 다시 회복될 거 같지 않던 먼 기억 속의 설렘을 가져다주는 것 그것 하나가 소중할 뿐이다. 그리고 그렇듯 멋진 역할을 진짜 본인인 듯 연기하는 배우도 참 멋스럽고.

후일 이 배우가 얼마나 더 멋진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그가 보여주는 연기는 비 오는 날의 커피 한 잔. 장미꽃 한 다발. 그리고 따스한 봄날의 프리지어 한 다 발이 가져다주는 순간의 기쁨. 설렘. 즐거움 같은 것들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런 멋진 남자를 대화 속에서 잘 그려내는 작가의 필체도 부럽고 또 그런 작가의 의도를 잘 그려내는 송중기란 배우에게 박수를.

아직 5회밖에 안되었는데 그 드라마 속에서 그려지는 모든 러브라인은 현실적이 않지만 우리가 진심 하고 싶었던 그런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 뻔한 인생사 속에 뻔하지 않은 그런 이야기들이 역설적이게도 많은 여성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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