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닮은 아이들
요즘 길을 걷다 보면 길바닥에 꽃잎이 수를 놓는다. 한없이 피어나던 그 짧은 순간이 애절하리만큼 벚꽃과 매화꽃은 너무나도 빨리 우리 곁을 떠났고 동백꽃도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무대 뒤로 사라진 꽃들을 보내며 철쭉이. 영산홍이 조팝나무의 하양 꽃이 솟아오르고 있다.
떨어진 꽃잎을 아쉬워할 때 누군가는 산길에 떨어진 꽃잎과 솔방울로 아름다운 또 하나의 꽃을 만들고 있었다.
누군가가 떨어진 솔방울 사이로 색색의 꽃잎을 꽂아 놓고 갔다. 낙엽 위에 살포시.
이 사진을 카카오 스토리에 올린 한 선배는 이렇게 적어놓았다.
'옆에 있는 모르는 사람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뒷 산을 오르는데 누군가 솔방울에 동백꽃잎을 꽂아 길바닥에 깔아 놓았다! 오고 가는 뭇사람들의 눈요기를 채워준 그 사람이 더 아름답다'
처음에 이 사진을 보며 꽃이름이 뭘까 하고 생각했을 뿐 만든 것이라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선배의 감동이 담긴 글을 읽고서야 누군가가 만들어 놓고 간 것인 줄 알았다.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면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하였던 것일까. 나 역시 이 자연을 소재로 삼아 창작품을 멋들어지게 남긴 이름 모를 그 사람에 대해 존경심을 품었다.
그러나.
그 주인공은 잠시 후 올라 온 사진 속에 있었다.
누.굴.까.
그 사진의 주인공들은 바로 아가들이었다. 유아들이 신문지 위에 꽃잎과 솔방울들을 모아 놓고 작품을 손수 만들었던 것이다.
천상의 작품.
사람들의 발에 밟혀 바람에 쓸리고 흙이 되기 직전 되살아난 꽃잎과 솔방울.
아이들의 정성스러운 손길과 사랑의 마음으로 꽃잎들은 그렇게 새로운 봄을 맞았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 길바닥에 놓아진 꽃들을 절대로 밟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행여 밟을세라 조심해서 옆을 지나갔을 것이다.
그 창조적 아름다움에 아! 하면서. 누군가가 나를 위해 소중히 꽃을 놓고 갔다는 것에 감동을 하면서... 그래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직도 많아..... 그래서 세상은 살만하고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만들어서 길바닥에 뿌려봐야겠어. 아무도 모르게.
아이들의 사진을 본 선배는 길에 꽃을 만들어 놓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상상하는 즐거움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하고 또 그런 서운한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개나리 꽃동산 아래서 떨어진 솔방울들과 꽃잎들을 손에 쥐고 자연 속에서 환하게 웃는 아이들이 사실 더 감동적이었다.
나는 왜 그 꽃을 만든 사람이 어른일 거라고 생각했을까.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을 가서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한 것이든 아니면 엄마들이 이끄는 대로 만들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봄볕의 너울이 바람에 하늘대는 그 땅위에서 이젠 자신들이 쥔 꽃을 일 년은 지나서야 재회할 수 있으리라는 아쉬움도 모른 체 다만 그 꽃잎 하나에 푹 빠져 있는
아이들이야 말로 봄볕이 가득한 선명한 색채의 공간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선한 인간이 아닐지.
아기들의 뽀송한 손아귀에서 봄의 작별을 아름답게 고할 수 있었던 저 꽃들이야말로 짧은 봄에 대한 원망을 접고 행복하게 눈을 감았을 것이고
떨어지는 꽃잎에 애달파하는 어떤 누군가의 마음도 그렇게 위안을 받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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