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외 운전

by 미셸 오
가끔은

정신을 한 곳에 집중할 때나 갑작스러운 곤경에 처했을 때 내 안의 나란 존재가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음을 인지하고 한다. 물론 내 안의 양심과 현실적인 나가 맞서서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으나.

오늘은 정말 내 정신이. 곧 내 안의 나가 나갔다 온 기억이 있음을 적고자 한다.


그러니까

운전면허를 획득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내가 사는 곳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M시에서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는데

직접 차를 몰고 나선 것이다.

'뭐든 직접 해야 늘지.' 겁이 잔뜩 난 나를 달래며 긴장 속에 시동을 걸었던 거고.

시 외곽 도로를 절반쯤 운전할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터널을 지날 때 앞이 어둑해서 당황이 되었다.

'왜 이다지도 터널 안이 어두운 걸까' 이렇게만 생각하였지 내가 선글라스를 낀 탓인지를 전혀 깨닫지 못하였다.

또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타원형으로 급격하게 휘어진 도로를 만나니 바짝 긴장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깨는 잔뜩 굳어서 헨들을 잡은 손과 몸이 도로처럼 같이 휘어졌다.

시선은 옆으로 절대 돌릴 수 없고 앞만 보고 있었으나 정신은 또렷해서 운전면허 시험 강의를 들을 때 급격하게 굽은 도로에서 속력을 내다 차가 뱅그르르 돌아버리던 동영상이 자꾸 생각났다.

그래서 속도를 조절하고 뒤에 따라붙는 차가 있나 없나 바짝 신경이 쓰였다.

보통 속도를 내는 차들은 나의 차 속도가 무척 답답한 듯 내 차를 휑 하니 앞질러 가는 양이 보기에 영 불편하였던 것이다. 미안하기도 하고.

그 상황에서도 한 손으로 헨들을 잡고 후진 주차를 하는 나의 숙련된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40여 분을 운전하였나?

내 안의 혼이 슬슬 빠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차는 이미 도시 안으로 진입하였던 것이나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풀렸고 극도로 피곤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약속 장소를 가기 위해 들어선 길이 빙 돌아가는 해안도로여서 약속 시간에 점차 늦어지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하자 더 초조하여졌다.

게다가 공사 중인 도로를 지나면서 몇 번 차체가 들썩이자 가슴이 쿵쾅거렸다. 알 수 없는 파인 도로에 차바퀴가 빠질지도 모른다는 쓸데없는 걱정까지 보태어졌다.

정신 집중인지 정신 탈락인지를 모른 체 겨우 약속 장소 부근으로 가게 되었다.

예정 시간보다 30분이 넘어 도착한 시내는 수많은 차량들로 어지러웠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야할 지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

암튼 그 순간에는

무척 무더웠고 주차할 곳을 찾기란 더욱 어려웠다.

다행히 어느 버스 정류장 뒤에 주차를 하고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 문을 잠그고 거리에 나섰는데

아차~ 전화기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시 차로 돌아가 차문을 열고 앞좌석을 다 뒤져보고 핸드백 속을 몇 번이나 뒤져도 알 수가 없었다.

약속 장소를 알려면 전화를 다시 걸어야 했다. 그들은 내가 약속에 늦자 장소를 바꾸었고 또 내가 주차 후 전화를 다시 하겠다고 하였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어떤 건물 앞에서 다들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아.. 어떡하지?

하면서 손을 머리에 갖다 댄 순간이었다.

차에서 내리면서 머리에 눌러쓴 모자가 상당히 불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자를 바로 쓰려고 손으로 눌렀으나 모자가 비딱하니 자꾸 벗겨지려 하였다.

할 수 없이 모자를 벗어 든 순간이었다.

그 모자 안에서 휴대폰이 불거져 나왔다.

그러니까

처음 장거리 시외 운전을 하면서 너무 긴장한 탓에 도시로 진입하면서는 아예 정신줄을 놓아버린 것이 분명하였다.

그래서 겨우 주차를 한 후 전화를 하고는 옆 좌석에 높인 모자에 전화기를 넣은 체 그대로 머리에 썼던 거고.


모자 안에서 전화기를 꺼낸 후 거리를 걸을 때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제야 내가 온전한 정신으로 운전을 했던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차를 운전하고 오던 중 그 어느 지점에서부터 정신은 거의 사라진 육체만이 존재하였던 것인데.. 그런 상태로 어떻게 운전을 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이후에는

한 번의 경험이 두 번이 되고 하면서 운전하는 것도 익숙해 지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길에서 사고 없는 안전한 운전을 하려고 조심하느라 정신을 쏟는 것은 아직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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