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만들기

by 미셸 오
고리장이는 죽을 때 버들가지를 물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래도 자기 분야에 전문적인 프레임을 가지고 있어야만 뛰어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고

또 그만한 실력을 갖추기까지의 시간과 노력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대학 졸업 이후 곧장 직장 생활을 해왔던 내가 아이들에게 국어나 논술을 가르치는 것은

나름 전문가의 실력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겠으나

반찬을 만드는 것은 늘 귀찮고 어렵다.


가끔 바쁠 때 시장터에서 반찬을 사다 먹기도 하였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사 먹는 반찬이 질리기 시작하였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수많은 반찬 레시피를 보면 숨이 턱 막힐 만큼 다양하고 잘 만드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그래서 따라 해보기는 한다. 아주 가끔은.

물론 매일 장을 보고 다양한 레시피를 봐가면서 반찬을 만들어 낼 수 는 있다.

그러나 그 장보는 시간과 다듬는 시간과 끓이고 무치고 데치는 시간들 그 많은 시간 속에서 겨우 반찬 하나를 만들어 냈다는 것을 알면 그냥 간단히 사 먹는 것이 돈도 노동력도 시간도 절약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특별히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반찬을 만들려고 잘 나서지를 않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은 텃밭에서 따온 풋고추와 가지. 이웃집에서 준 감자와 멸치 등이 있는 것을 보고 만들어 보았다.

이렇듯 많은 반찬을 한꺼번에 만들다니.

멸치볶음. 감자볶음. 가지나물. 김치찌개.

얼마 전에 제주도에서 보내온 마늘을 빻아 넣은 가지나물은 맛이 완전 굿이다.

마늘이 좋으니까 반찬 맛이 알싸하니 마늘맛이 가지의 부드러운 속살에 콕 박혀서 맛이 있다.

다 만들어진 반찬을 냉장고에 넣고 싱크대를 보니 설거지가 얼마나 쌓였는지. 와.. 보기만 해도 귀찮다.

가지를 쪘던 솥. 마늘을 빻았던 절구통과 절구 공. 멸치와 감자를 볶은 프라이팬. 감자 껍질과 도마. 그리고 칼.

갖은 양념통들. 아 그리고 양파 조각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하나하나 설거지를 하고 보니 두어 시간이 후딱 지나 있다.

집에서 살림을 사는 가정주부들의 가사노동을 월급으로 계산하면 월 삼백만 원이라는데

솔직히 난 같은 월급이면 살림을 살기보다 직장에 나가는 것을 선택하리라.

아무튼 내가 요리를 싫어하는 것은 타고난 것 같은데 나와 반대로 엄마는 요리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러나 반드시 음식의 재료가 너무 많지 않아야 한다.

음식을 만드는 것이 서툰 나는 깨소금과 참기름을 후하게 쓰는데 엄마는 내게


"그렇게 양념을 많이 넣고 맛이 없겠니?"

한다. 엄마는 최소한의 양념을 놓고 맛있게 만들어야 잘 만들었다 하는 사람이다.

가령

텔레비전에서 요리 프로그램을 볼 때도

"저렇게 소고기 닭고기 다 들어가는데 맛있는 거야 당연하지."

또는

"어이구 저렇게 양념 재료를 많이 넣다니 도대체 몇 가지를 넣는 거야? 저렇게 넣고도 맛이 없을 리가 있나?"


그러나 경험상 양념을 많이 이것저것 많이 넣는다고 해서 맛있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요리책을 잘 권하지 않는다.

엄마는 가끔 텔레비전에서 보았다고 하면서 정말 알 수 없는 요리를 가끔 만들어 오곤 하였는데

그 시식을 해왔던 나는 엄마가 제발 엉뚱한 요리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생전 처음 보는 엄마의 요리는 맛도 오묘해서

자신의 요리를 먹는 자식들을 반짝이는 눈빛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맛이 없다고 도저히 말할 수가 없게 된다.

"음 괜찮네~"

이렇게 말해도 엄마의 눈빛이 실망으로 변하는데 이런 대답은 솔직히 '이게 뭔 요리야~정말 맛없어~'

이런 뜻이다. 그러나 가끔은 엄마의 정성을 생각해서

얼굴빛도 고치고 조금 과장해서

"음 맛있네~"

이렇게 하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맛있는지를 꼭 묻고 다음 날 또 같은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반드시 뒷 말을 붙여줘야 한다.

"근데 계속 먹기에는 느끼할 거 같아."

그러나 속으로는 '아~정말 이거 무슨 맛인지 모르겠네~' 다

설령 그렇다 해도 엄마 스스로 맛나다고 느끼면 며칠 동안 그 요리는 계속 된다.


그렇다면 나의 요리는 어떠한가.

나도 잠시 생각이 엇나갈 때가 있어서 복잡한 요리를 간혹 하고는 하였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엄마는 늘 남은 나물과 생선을 넣어 간장 조림을 하여주었다.

간장에 얼마나 조려야 되느냐 하면 콩나물이 실가닥이 되고 생선뼈는 통조림처럼 입안에서 녹는다.

그게 은근히 밥과 먹으면 맛나다.

나 역시 명절에 남은 전과 김치와 생선을 넣어 짬뽕 같은 요리를 만들어 내었는데 하나같이

"제발 이상한 요리 만들지 마"

"온갖 음식을 잡탕처럼 섞지 마"

하는 원망소리를 들어야 했다.

물론 그 이후에는 명절 음식으로 잡탕을 만드는 것을 포기했다. 그래도 나름 요리를 한다고 폼을 잡고 하면

"몇 시간째 주방에서 시끄럽더니 겨우 요거야?"

이런 소리를 듣기도 하고

"음 맛이 오묘하군. 난 먹지 않겠어."

요즘 아이들은 고생한 엄마의 정성을 생각해서 하는 거짓말도 할 줄 모른다. 그래서 어쩔 땐 나 자신 조차도 나의 요리를 사랑할 수 없어 버린 적도 있고.

오늘은

몇 가지 반찬을 정성껏 했지마는 닭고기나 삼겹살을 좋아하는 가족들에게 좀 인정받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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