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연인

<드라마>보보경심려

by 미셸 오


11회 마지막 장면


화면 가득 비가 내린다.


고문으로 상처 투성이인 여자가 비을 맞으며 석고대죄 중이다.

예전에 여자를 사랑한다고 했던 남자 8 황자는 여자 앞에서 뒷걸음질을 치고 여자는 남자의 변심에 충격을 먹는다.


이때 여자의 머리 위로 자신의 윗옷 한 자락을 덮어주며 같이 말없이 비를 맞아주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 남자는 바로 왕소다.


왕욱의 배신으로 절망감에 빠져 몸이 땅에 가 닿던 해수의 몸이 다시 꼿꼿하게 일어선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서정적인 배경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얗고 보송보송한 눈길을 걸어가는 장면.


꽃이 활짝 핀 잔잔한 호수에 그림 같은 정자. 그곳에 한 척의 배.


햇살이 푸른 잎사귀에 부딪힌다.

아름드리 푸르른 나무가 있는 그 사이 길에 바람에 살랑이는 여인의 치맛 결.


그리고 그런 배경 속에는 반드시 정갈한 기와집이 있다.


한국적이며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배경이.

드라마 속 인물들의 사랑을 아름답게 꾸며준다.


그리고

여 주인공이 찻잔을 들고 다닐 때 겨자색 바탕에 물방울무늬의 옷은 정말 눈길을 빼앗는다.


하얀 이불 홑청을 널며 소리 내어 탁탁 주름을 펼 때 왕소가 그 희디 흰 천 자락 사이에 보였다가 안보였다가 하며 해수의 뒤로 나타난다.

그런 배경에 마음을 빼앗기며 보는 이는 왕소와 해수의 마음에 살며시 가 닿게 된다.


그 외 아름답고도 서정적인 배경들 속에서 왕소(이준기)의 굵고도 저음인 목소리가 거문고 현의 떨림처럼 다가오기 시작한다. 해수에게로.

해수의 하얀 피부와 한국적인 수수한 예쁨이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화처럼 아름답게 비친다.


여기까지가 내가 기억하는 '보보경심-려'의 인상깊은 장면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여주인공이 연기를 못한다고 하던데 내가 보기에는 그런 그녀의 그런 점들이 오히려 더 좋아 보였다. 세련되게 다듬어지지 않은 그녀의 연기가 순수한 해수라는 인물에 더 부합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한 이지은이라는 배우가 자신이 해석한 해수를 연기하는 것이라고도 느꼈다.


물론 왕소 역을 맡은 이준기는 말할 필요도 없다.

새롭게 그를 보게 한 드라마라고 할 것이다.

날카롭게 쭉쭉 뻗은 그의 이목구비가 어쩔 때는 비현실적일 만큼 가늘지만 그의 목소리는 역설적이게도 무척이나 굵고 저음이다. 그런 이준기의 모순된 매력이 저돌적이고 확고한 한 여자에 대한 사랑과 잘 어울려 묘하게 빛을 발하는 것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이준기란 배우에게 매력을 느낀다. 아마도 이 드라마가 끝날 때쯤 그의 팬이 되어 있지 않을까. 지금도 이미 그렇지만.

그리고

백제공주와 사랑에 빠지는 백아 역을 하는 황자.

이 사람 참 매력적이다.

부드럽지만 강하고 또 강하지만 깊다. 이건 어디까지나 연기겠지?

실제로 그런 사람이라면 타고난 그의 성품을 부러워하리라.


다소 일상이 따분하게 느껴질 때

이런 드라마를 보며 잠시 일상을 잊는 것도 나름 좋은 것 같다.


훌륭한 연기자와 가슴 설레는 이야기와 그리고 아름다운 배경에 음악까지 한꺼번에 충족시켜주는 드라마를 만나는 것은 잠시 잠깐의 지극한 위로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중국에서는 우리 드라마를 그들의 '보보경심'과 비교하는 것 같은데

나도 중국판은 재미있게 보았고 또 중국 배우들도 매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한국판 '보보경심-려'는 본작에서 많이 비틀어져 있다. 그래서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비교한다고 하면 한국판에 나는 더 많은 점수를 줄 것이다.


마지막 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왕소와 해수를 기다린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