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7장 17절
그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하옵소서 아버지의 말씀은 진리니이다
언제부터인가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게 되면서부터 많은 물건들을 정리했고 아직도 조금씩 정리 중이다.
옷이나 가방 같은 것에서부터 화분 그리고 쓰지 않던 물건들까지. 그동안 버리면서 아까웠던 많은 물건들에서 내 소비성향을 발견하고 매우 가슴이 아팠었다. 그래서인지 물건들을 버린 이후 내 삶은 많이 단순해지고 있다. 집안을 청소하며 버리는 수준의 정리와 진정 필요한 것만 두고 다 버리는 것과의 차이는 크다.
참 이상하게도 버릴수록 버릴 것과 필요한 것의 차이가 눈에 뜨이는 경험을 하고 있으니 미니멀리스트들의 경험담이 거짓이 아닌 것도 체험 중이고.
일주일에 한 번씩 가던 마트도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었고 인터넷 쇼핑은 거의 안 한다. 특히 싸게 덤으로 얹어주는 물건을 사지 않게 되었다.
이미 있는 것임에도 필요해서가 아니라 갖고 싶어서 물건을 구입하다 보니 통장의 잔고가 줄어드는 것에도 개의치 않고 마구 사들였음을 물건을 버리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새 물건을 사들일 때 지불했던 돈은 내가 그 돈을 벌려고 노동의 대가를 지불했던 시간의 낭비였음을 절실히 깨달았던 것이다.
난, 내가 사고 싶은 것을 가지기 위해 더 많이 힘들게 일을 하고 시간을 들인 것이 분명했다. 점점 쌓여도 만족을 주지 못하던 물건들을 비우기 시작하자 나는 오히려 나를 구속하던 물건에의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정리가 안 된 것이 책장이었다.
하필 얼마 전에 지진이 났다.
집안의 물건들이 흔들릴 때 벽에 걸린 액자나 전등 그리고 거울들이 무기로 돌변할 것임을 깨닫고 거실의 한 쪽 벽을 장식하던 긴 책장들 역시 제일 먼저 쓰러질 듯 위험해 보여 정리하리라 마음먹었다.
이미 읽었거나 읽다가 만 책들을 한 권 두 권 꺼내면서 생각보다 엄청나게 책을 많이 사들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책꽂이가 총 4개였는데 하루 동안 6단짜리 책꽂이를 한 개 비웠다. 그 책꽂이 안에는 만화책도 있었고 영어공부를 하리라 하고 사들인 영어회화 책들도 수두룩했다.
또한 그 책들 안에 있던 지식들 중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이렇게 기억력이 쇠퇴할 줄 알았으랴. 혹여나 무의식 속에나 남아 있으려나. 예전에 읽었음이 분명한 직접 메모하거나 줄이 그어진 책들을 펼칠 때 전혀 생소하기만 한 내용들. 그런데 그땐 꽤 좋았던 내용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지금 보니 별로인 것들도 많고.
누가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나. 아니면 자기만족이었나. 문학서적 외 철학. 경제. 심리. 종교. 심지어 마케팅. 인간관계. 자기계발 같은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가득하다.
문제는 내가 그것들을 다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 내 돈. 차라리 저금이나 해둘걸.
언제 간 다 읽어야지 했던 책들이 점점 쌓여갔고 그 언젠가는 앞으로 또 십 년 뒤일 수가 있고 그땐 이미 책이 누렇게 바래고 눈도 침침해져 읽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런 책들을 예전보다 덜 읽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성경책 덕분이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읽으면서 살아있는 영혼의 기쁨과 회복을 느끼고 성경 외 진정 소중히 할 책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책장 앞에 서서 몇 년 간 그 속에서 잠을 자던 책들을 꺼내어 볼 때 이런저런 책들을 마구잡이로 사들인 나를 또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하나 들춰보면서 꺼내 놓은 책들 중 새 것인 양 깨끗한 것만 해도 이백 여권은 되었는데 그것들은 우리 아파트 옆 시립도서관에 기부를 하였다. 비싸게 사고 안 읽은 것들도 절반이 넘어서 아까운 감도 없지 않았으나 누군가가 읽어준다면 만족하리라 생각하고.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빼낼 만큼 빼내었다고 생각하였는데 오히려 약간 헐거워진 책들 사이에서 읽고 싶지도 않고 또 읽히지 않을 책들이 더 많이 드러나는 것이었다.
책장의 책을 이리저리 들춰보니 종이가 누렇게 변한 책들도 제법 많았다. 그래서 또 과감히 뽑아냈다. 또 오십여 권이 책장에서 빠져나왔다. 누런 종이에 아주 작은 글씨로 인쇄된 책이라 돋보기로 읽어야 될 단행본들도 있고.
결국 그 많은 책들 속에서
진정 내가 소장하고 싶고 가슴 설레는 책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장 속의 숨 막히도록 꽂힌 책들을 다 처분할지라도 성경책 한 권만 있다면 이 모든 책들을 아우를 수 있을 것이며 그동안 읽은 말씀만이 내 안의 생명으로 남아 빛을 발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골로새서 2장 8절
누가 철학과 헛된 속임수로 너희를 사로잡을까 주의하라 이것은 사람의 전통과 세상의 초등 학문을 따름이요 그리스도를 따름이 아니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