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찜 도전기

by 미셸 오
갈비찜이 먹고 싶다.

그래서 장을 보러 갔다.

머릿속으로는 갈비. 밤. 대추. 버섯만 사 오면 되겠구나였다.

그러나 막상 마트에 들러보니. 국산 갈비는 너무 비싸다. 몇 조각 안되는데 9만 원선.

돼지갈비를 할까 하다가 호주산 갈비를 보니 살도 두툼하고 양도 많은데 3만 원이다.

집어 올린다. 비행기로 직송한 청정 호주 고기라니 믿고 사보는 거다. 그리고 스테이크용 고기도 같이 샀다.

호주산 고기의 잡내를 어떻게 잡을지를 고민하면서 말이다.

채소 코너에 들러 버섯. 대추. 깐 밤. 등등을 샀다.

커트를 돌리고 오는데 계란 30개가 오늘 한정판으로 50% 세일 중이다. 집어 올린다.

책상 위에 놓을 관엽식물을 사려는데 이것도 매우 싸다. 스파트필름 두 개 올리고.

캐스 넛을 좋아하는데 오늘 봉지당 3000원이나 싸게 파네. 좀 사두자 싶어서 2개.

부모님 꺼 한 개 추가.

그렇게 장을 보니 카트가 무거워진다. 찹쌀도 왜 이렇게 쌀까? 찹쌀 한 봉지.

더 많이 샀지만 생략하고.



집에 와서 갈비를 우선 물에 담가 두고 인터넷의 요리 정보를 검색하여 메모한다.

핏물을 빼고 삶아서 기름을 제거하고 양념장을 붓고 끓여냈다.


그런데 문제는 잡내가 가시지 않는다. 좀 싸게 사려다가 요리를 망치는 게 아닌지 은근 걱정이다.

버섯이니 대추니 밤이니 부가적인 것들의 가격도 제법 되는데. 잡내를 없애려고 맛술도 넣고 정종도 넣었는데 계속 잡내가 난다.

아~그냥 비싸게 주고 조금 먹는 건데.. 후회가 든다.

레스토랑에 가서 시켜 먹는 고기들은 거의 호주산인데 냄새를 어떻게 잡았을까?

검색을 해도 마땅한 방법이 없다.


순간 집에 있던 오래된 포도주가 생각이 났다.

국물이 쫄아들기 시작하는 갈비찜에 마지막으로 포도주를 부었다. 그러자 잡내로 가득하던 집안에 구수한 갈비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고기를 집어 먹어보니 잡내가 가셨다!

예전에 적포도주와 백포도주가 남아서 같이 모아둔 것이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이야~.

그렇게 해서 호주산 갈비찜은 그런대로 성공하였다.

시계를 보니 너무 많은 시간을 요리에 투자하였다.

요리도 만만찮은 전문가의 일이다.


가족들은

"음 괜찮네~"

"맛있어"

그 정도 선이다.


정말 맛이 있었다면

"와~대박~!"

"아웅~맛있다."

라고 감탄사를 붙였을 것이다.


어깨가 뻐근하고 발바닥이 아프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요리하는 것은 정말 일이 많고 힘들다.





나의 생애 첫 요리는 콩나물 무침이었다.

13살 때.

초등학교 6학년 실과 책인가? 거기에 콩나물 요리하는 것이 나와 있어서 그대로 해 보았다.

정말 맛있었다.

그런데 콩나물에 고춧가루를 넣지 않는 엄마는 고춧가루가 가득 든 나의 요리를 그렇게 신통하게 보지 않았었다.

솔직히 지금도 엄마는 소금에 깨소금만 뿌린 흰 콩나물을 만드신다.

난 고춧가루에 마늘 빻은 것과 대파를 썰어 넣은 붉은 콩나물을 좋아한다.


사실 오늘도 엄마에게는 호주산 갈비라고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으나 호주 고기는 끓여질 때부터 온갖 이국의 냄새를 풍겼고

내가 아무 말이 없자 엄마는 호주 고기인 줄 알면서도 모른척한다는 사실을 나는 알았다.

처음 맛볼 때는 (이때는 포도주를 넣지 않음)


"음 먹을만하네." 하면서 버섯 위주로 드셨다.

그래서


"이거 호주산이야. 한우가 너무 비싸고 항공으로 직송한 걸로 신선하다 해서 사봤어."

나는 좀 멋쩍어져서 말했다.


"그래. 호주산도 맛있더라. 예전에 호주 갔을 때 하나 에미가 고기를 물에 바락바락 씻어 구워주던데 맛나더구먼"


그리고는 젓가락을 놓았다. 몸이 약해지고 입맛이 없어진 엄마는 여간 입맛이 까다로운 게 아니다.


잠시 후

포도주를 붓고 끓이자. 구수한 냄새가 집안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고. 방에 들어갔던 엄마가 다시 나왔다.

다시 접시에 조금 담아 드렸더니 맛을 보고는

" 맛나네. "

그러면서 다 드신다.



좀 어린아이 같아지는 노년의 엄마를 대하며

내가 이제 어른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장을 보고 음식을 장만하고 시간을 들이고 힘을 들여도 식탁 위에 놓이는 반찬은 딱 한 가지.

그 반찬을 맛있다고 먹어주면 다행인데 맛이 없다고 하거나 정말 내가 먹어도 맛없는 요리가 되면

그런 낭패가 없다.

자판기에 글을 두드리면서도 비누로 씻은 손에서 알 듯 말 듯 이국의 고기 냄새가 난다.

익숙하지 않은 것은 늘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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