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이 아까워서 억지로 계속 사용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이 수도꼭지의 목이 왼쪽(뜨거운 물)으로 돌린 후 정면으로 돌아오지를 않는다. 뻑뻑한 것이 끄떡도 않는다.
고무패킹이 제 자리를 벗어났든지 아니면 찢어졌든지... 다.
수도꼭지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대충 그렇게 짐작이 되었고 아파트 관리실로 전화를 건다.
그런데 관리실에서는 바쁘다면서 설비 집 전화번호만 가르쳐 주고 끝이다.
예전에 수도꼭지를 교체할 때 35000원을 준 것이 기억이 난다.
당연히 그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다.
알면서도 확인차 물었다. 전화기 속의 설비기사는 경쾌하게 답변하였다.
"넵 8만 원입니다."
"네?"
화들짝 놀랐다.
"예전에 35000원 주고 했는데요?"
약간 톤이 높았던 전화 속 목소리가 낮고 굵게 깔리는가 싶더니 대뜸.
"그럼 거기서 하시죠." 한다.
헐~이건 너무 냉정하다. 의외의 반응에 내가 당황을 한다. 안 해준다고 하면 어떡하지. 수도꼭지가 안 잠겨서 물이 마구 쏟아져 내릴지도 모른다... 혹시 내가 기분 나쁜 투로 말했을지도 몰라. 충분히 기분 나쁠 수 있어라며 나름 머리를 빡빡 굴렸다. 내가 이번에는 목소리를 낮춘다.
"아니 오해는 마시고요. 예전에는 그 가격으로 해서 물어본 것뿐이에요"
그제야 전화 속의 목소리가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을 한다.
"제일 싼 게 8만 원이고 그 이상은 12만 원까지도 있어요."
그러니까 수도꼭지는 5만 원인데 방문서비스 비용 3만 원까지 합해서 가격이 책정된 것이었다.
아 비싸다. 저녁이 늦어서야 해 줄 수 있다고 해서 일단은 약속을 한 후 전화를 끊었다.
혹여나 싶어 철물점에 전화를 해보니 수도꼭지가 이만 원에서 오만 원선이다.
안 되겠다.
관리실로 전화를 다시 건다.
" 철물점에 전화를 해보니 수도꼭지가 2만 원 하던데. 제가 사 올 테니 좀 교체해주심 안될까요?"
그러자 이번에는 관리실 직원이 징징대는 목소리로 변한다.
"안 그래도 직원이 한 명 줄어서 일거리가 많은데 그런 사소한 것까지 다 못해줍니다. 다른 철물점에 전화를 해보시고 하세요."
아 그렇구나. 직원이 줄었구나. 그것을 여태 모르고
요즘 관리실에서 일을 너무 안 해. 라며 아파트 아줌마들끼리 한탄했었는데 말이다.
운영위원회가 바뀌면서 위원장도 바뀌고 또 직원 수도 줄였던가 보았다.
그래도 다시 한번 더 사정조로 이야기를 해 본다.
"이번 한 번만 어떻게 안될까요?"
"우리 밖에서 일하고 이제서야 들어왔는데요. 예전에는 서비스로 그냥 해드린 거지 우리가 그거 다 못 해 드립니다. 지금 화단의 수목들도 관리해야 하고 아파트 지붕이라든지 손 볼곳이 너무 많아요."
관리실 직원은 이제 한탄조다.
"네 알겠습니다." 하고 끊었다.
할 수 없이 설비기사에게서 8만 원을 주고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다른 때 같으면 더 알아볼 것도 없이 그냥 했을 텐데.
"그러면 딴 데 가서 하시죠" 라던 설비기사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자꾸 생각나서 이왕이면 다른 곳에서 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람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판다던 말이 딱 맞는 말이지 뭔가.
해가 다 져서야 수리기사가 왔다.
저번에 화장실 배수구를 교체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얼굴이 아픈 사람처럼 퉁퉁 부은 상태로(살이 쪄서 그런 것이지도 모르지만 ) 나타났다. 기사는 화장실로 가더니 수도꼭지를 꾹 눌러본다.
그런데 이거 완전 사람 바보로 만든다.
기사가 수고 꼭지를 위아래로 돌리는데 물도 잘 나오고 술술 돌아간다.
"아무 이상이 없이 물 잘 나오는데요?"
기사가 이리저리 돌리고 물을 트는데 이 수도꼭지가 돌았나 싶을 만큼 정상이다.
"분명히 돌아가지 않았어요. 이상하네."
내가 다시 돌려보니까 정말 잘 된다.
"하하 아픈 사람도 의사 곁에 가면 낫는다니까요."
그러면서 사람 좋게 웃고 간다. 그냥 계속 쓰라면서. 오전에 전화 목소리를 듣고 기분 나빠서 상상했던 무례한 사람 같지 않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목소리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아니면 그때 그도 심정이 상해서 순간 심통을 부린 것일 수도 있겠고.
어쨌든 좋게 마무리가 되었다.
사람의 눈빛과 표정 그리고 제스처 같은 것들의 다 통합된 상황에서 대화를 하는 것과 이 모든 것이 제거된 목소리만 가지고는 사람의 마음을 다 알기 어렵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