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by 미셸 오
1학년 수업.

미리 강의실에서 아이들 연필과 지우개를 준비하고 기다린다.

아이들 거의 대부분이 연필과 지우개를 가지고 오지 않거나 연필이 있어도 있어도 심이 다 부러져 있다.

지우개는 한 번 지우면 곧 잃어버리거나 바닥에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겉이 새카만 지우개 조각들이 수업 후면 책상 아래에 널린다.


내가 수업 전에 미리 와서 하는 일은 연필을 다 깎아 놓는 일이다.

첫 수업을 시작하였을 때는

"연필 없어요~" "선생님 지우개는요?"

등등 쉴 새 없이 아이들은 내게 연필과 지우개를 요구하였다. 마치 내게 맡겨놓기나 한 것처럼.

그래서

수업 중에 아이들이 연필이나 지우개를 찾느라고 시간을 허비하거나 수업 분위기를 망가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 출근하면 가장 먼저 연필을 깎는 것이 일이 되었다.

크고 작은 연필들이 예쁘게 정리되어 아이들을 기다린다.


그러나

수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아이들은 공부하는 것이 싫다고 매번 말한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도 너희만 할 때 공부하기 싫었어. 공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딨어? 해야 하는 것이니까 하는 거야."


그렇게 말해도 들은 척 만 척하는 아이들을 그날 아이의 분위기에 따라 공부할 분량을 조절해 준다.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한 장 더 내주고.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는 한 장을 줄여준다.

기특하게도 그렇게 다들 문제를 푼다.


한 번은 국어 수업을 마친 후 1학년 남자아이가 수학 문제집을 앞에 두고 울고 있었다.
"엉엉~하기 싫어요~"

문제를 보니 많이 읽어야 되는 장문의 글이고. 답안도 많이 써야 되는 주관식 문제다.

옆에서 열심히 풀던 똘똘한 남자아이는

"수학 문제가 왜 국어문제예요?"

하면서 내게 똥그란 눈을 떠서 본다.

나는 소리 내어 웃었다. 아이들은 숫자로 된 것만 수학인 줄 아는 것이다.


마침 수학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상태여서 내가 잠시 봐주던 터였다. 그림을 보고 답을 쓰는 것인데,

'나무 위에 원숭이가 네 마리 그려져 있고 아래로 뛰어내린 원숭이가 세 마리다.' 그림에 나타난 원숭이를 보고 그것을 설명으로 적어보는 것이었다.

답은 ' 원숭이가 나무에 7마리 있었는데 세 마리가 내려왔어요. 그래서 나무 위에는 네 마리만 남았어요.'

이렇게 적어야 한다.

수식으로 간단히 적다가 문장으로 답을 쓰려니 너무 적을 것이 많으니까 한 아이는 국어문제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한 아이는 답을 적을려니 시간이 오래 걸리겠기에 싫어하는 것이다.

1학년 아이들에게 그런 장문은 고역임을 알기에

"아이고~~ 글자를 많이 적어야 해서 힘들었구나~~"

그랬더니 더 꺼이꺼이 소리를 내며 운다. 커다란 눈물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우리가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다들 같이 기역니은을 공부하였는데

요즘 1학년 아이들은 아예 장문의 글을 읽고 문제를 풀어낸다.

이 아이들에게 군것질 거리도 없다면 얼마나 힘이 들까 하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답안을 선생님의 팔에 의지해 억지로 다 쓴 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뛰어 나갔다.



곧이어 2학년 아이들도 손에 비스킷. 껌. 사탕. 떡볶이 등등을 손에 가득 들고 들어섰다.

문제집 두 장 풀 동안 많은 잡담이 오간다.

무심한 척 남자아이가 비스킷 한 봉지를 내게 툭 던지듯이 책상 앞에 두고 간다.

"선생님 인기 많네요~"

수학 선생님이 흘깃 보면서 미소를 짓는다.

기분 좋다. 아이들의 이런 따스한 순수함이.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조금씩 배워가는 이 곳에 내가 있어 좋다.




어제는

마지막 6학년 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많이 꾸짖었다.

왁자하게 들어서는 여자 아이들 넷이 우르르 몰려 카드놀이를 하는가 싶더니 입에서 험한 욕설이 오간다.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습관으로 하는 그들의 대화였다.

"너희들 욕 하지 마"

"쌤~그냥 하는 대화예요"

"그래도 하지 마"

이 말이 떨이지기가 무섭게 서로 몸을 부딪히며 장난을 치다가 한 명이 바닥으로 내동댕이.

나는 급기야 화를 내고 말았다.

좀 전에

"안녕~"

인사를 했는데도 저들끼리 먹을 것을 나눠 먹으며 내게는 얼굴도 돌리지 않았던 것도. 큰 소리도 욕을 해대고 서로 몸을 과격하게 부딪히고. 수업을 하자고 하는데도 카드놀이에 빠져 있었던 것 등등.


' 너희들 내가 얼마나 무서운 선생님인 줄 모르지?' 하는 마음이었다.

나는 차갑고도 무서운 선생님의 얼굴과 목소리를 하고 아이들에게 뭐라 한다. 그런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나도 나의 모습을 본다. 화를 내지 않고도 아이들을 이끌 수는 없는 걸까? 고민하면서.


역시 화를 내니까 급속도로 긴장되고 조용해진다.

아이들이 목소리가 크니까 내가 더 크게 소리를 질러야 이기는 것이 학원 교실이다.

그래서 목이 콱 쉰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될까 봐 좀 꺼려진다. 마이크를 달고 수업하였으면 좋겠다.

목에 가래가 걸린 것처럼 탁 막히고 어떨 때는 목소리가 나오다가 도로 목구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6학년 수업이 오늘은 좀 쉬울까 싶었다.

그러나 아침부터 비가 오니 실내는 더 축축하고 시끄럽기만 하다.

다들 라면을 먹고 오느라 수업 시간에 십여분이나 늦게 나타났다.

그리고 계속 잡담이다. 수업 시작부터 분위기를 잡지 않으면 이렇게 시간이 허무하게 지나간다.

"낼부터는 수업 시간을 좀 지켜. 이렇게 되면 수업이 안되잖아."

이렇게 말하고 수업을 대충 마무리했다. 수업을 대충하면 참 찝찝하다. 한 여학생은 내 등 뒤에 대고 맘껏 소리를 높인다.

"안녕히 가세요 오~"


비가 그친 도로를 걸어내려오면서 노란 우산을 지팡이처럼 짚는다.

사탕을 입에 물었다.


아이들을 보면 이십 년 전의 아이들이나 지금 아이들이나 똑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어렸을 때도 그랬다.

부자인 아이가 있고 가난한 아이가 있었고 착한 아이. 못된 아이가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어디서 비슷한 틀에 맞춰 그만큼의 색깔의 아이들이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벌써

벚꽃이 지고 없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