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들

by 미셸 오
초등학교 3학년.

민수는 첫 수업 때부터 정말 애를 먹인 친구다.

수업 시간에 말을 많이 빨리 하기도 하지만 늘 수업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한다.

그럴 때 제지하면 눈을 내리깔고

"에베베~~" 하면서 선생님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아이였다.

이와 반대로 진수는 눈이 무척 크고 착하게 생긴 친군데 민수와 같이 잘 놀다가도 민수와의 다툼에서 늘 씩씩 거리면서 운다.

그래도 말로는 절대 지지 않고 민수에게 할 말은 다하기에 나중에는 둘이 몸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처음 일주일 간 민수가 말썽꾸러기인 줄 안 나는 민수에게는 엄하게 대하였다.

처음부터 만만하게 보이면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음을 이전의 경험으로 이미 알기 때문이다.


하루는

수업 중에 자기 문제를 먼저 다 푼 후 옆자리 진수와 말다툼을 하더니 결국 또 싸움이 났고 이를 말리던

여학생 진이가

"민수야 시끄럽게 하지 마"

라고 한마디 하였다. 이럴 때 가만있을 리가 없는 민수다.

" 너는 필리핀 사람~"

그 말을 들은 진이가 말문이 막혔던지 아무 말도 못 한다.

나는 민수의 입에서 스스럼없이 튀어나온 말에 당황하여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다문화 가정의 친구를 그런 식으로 놀리는 것을 본 게 처음이다.


진수도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고 송이도 엄마가 태국 사람이고 현이도 엄마가 필리핀 사람이다.

게다가 이 학원의 영어를 가르치는 여 선생님 두 분도 필리핀에서 왔다.

난 민수를 똑바로 보면서 말해주었다.

"예진이는 한국 사람이지 필리핀 사람이 아냐."

그때 뜻밖에도 진수가 옆에 있다가

"나는 한국 사람이야."

라고 힘주어 말을 하였다.


"우리는 단군의 자손 이다~"라고 우리가 배웠던 것을 설마 이 아이들도 배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자라나는 이 아이들이 한국인. 필리핀 인. 베트남 인. 이렇게 분류가 되면 나중에 어떻게 될까?

걱정이 앞선다.

다음 날,

전날에 민수를 타이르기보다는 몰아붙인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기에 오늘은 부드럽게 감싸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출근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갑자가 아이가 아주 다소곳해진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민수가 오늘은 왜 이렇게 말을 잘 듣지?"

"우리 엄마가 말 잘 들으면 용돈 많이 준다고 했어요"

"아.. 그렇구나."


그 후에 더 알고 보니

나에게 꾸지람을 듣던 그 날에 민수가 아이가 타고 있던 자전거의 앞부분을 발로 걷어차서 아이가 넘어졌고 자전거는 박살이 나 버렸다. 그래서 그날 민수가 원장 선생님에게 엄청나게 혼이 났었다는 것이고.

혼을 내는 선생님에게 바락바락 대드는 바람에 더 혼쭐이 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수 엄마와 통화가 되고 그랬던 모양이었다.

원장 선생님도 민수를 혼낸 것이 마음에 걸려 다음 날 그 아이를 특별히 대해주고 또 따뜻하게 대했다 한다.


"혼자 있을 때는 정말 착하기만 한 아인데 아이들과 어울리기만 하면 말썽을 일으키거든요."

원장 선생님의 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민수에게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수업 시간에

수학 문제를 조용히 잘 풀기에 머리를 쓰다듬으면 칭찬해 주었다.

"이렇게 말 잘 듣는 아인 줄 선생님이 미처 몰랐네~"

민수는 쑥스러워한다.

그렇게 이틀을 딴 아이처럼 얌전하던 민수가 오늘 수업 시간에는 컬러 찰흙을 갖고 와서 신나게 무엇인가를 만든다.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뱀을 만들어 보겠어요~"하더니 재빠르게 손을 놀리자마자 기다란 주황색 뱀을 만들어 내 어깨에 턱 걸쳐놓는다.

헉~난 뱀을 제일 싫어하는데~ 울상이 된 나를 보고 신이 났는지 아이들이 손뼉을 치며 좋아하고,

신이 난 민수는 지렁이. 애벌레. 용. 나중에는 정자까지 만든다.

잘 만들기는 하는데 만드는 것들이 다 좀 그렇다.

"민수야 다른 거 좀 만들어 봐."

나는 민수의 책상 앞에 거대한 올챙이 모양의 것을 상을 찡그리고 본다.

"힝힝~싫은데요~거대한 정자 예용"

그러면서 선생님이 싫어하는 것만 만들어서 내 눈 앞에 갖다 대고 흔든다.

역시 민수는 개구쟁이다.

그러나 그만하라고 몇 번 주의를 주니 확실히 예전과는 다르게 딱 그만두고 바르게 행동한다.

아이에게 심술이 사라졌다.

민수의 속마음을 알게 되어 참 좋다. 그러니 내 눈빛에서 하트가 슝슝 나갈 것이다.

민수는 그것을 알겠지.


수업 후 우르르 내려가는 아이들을 보면 또 한 명의 아이와 친근한 정을 나누게 되었음이 기쁘다.

그저께 민수에게 필리핀 아이라고 놀림을 받았던 예진이는 정겹게 또

"민수야 우리 놀이터에서 놀자."

그러면서 아이 손을 이끈다. 오늘은 민수도 진수도 민영이도 예진이도 다 어울려 친하게 내려간다.

그렇다.

수업시작 전만해도

"민수가 제 쵸코송이를 맘대로 먹어버렸어요."

라고 큰 눈물방울을 흘리던 진수.


"민수야 친구 것을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고 먹어야지~"

나는 교실로 올라온 민수에게 부드럽게 타일렀다.


그랬더니 요 녀석을 보겠나,

옆자리에 앉은 진수를 보더니

"과자를 마음대로 먹어서 미안~"

그런다.

"응~괜찮아~"

참. 속도없는 아이들. 진수의 즉각적인 대답. 좀 전에 민수가 밉다고 울던 진수는 어디로?


그런 아이들이 예쁘다. 희망을 가져도 되겠다.

아이들이 뛰쳐나간 뒤 오후의 햇살이 참 눈부시게 밝다.



*아이들의 이름은 전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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