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로 접어들었나 보다.
실내에서도. 맨발로 걸을 때면 바닥에 닿는 발바닥에 물기가 느껴진다.
물 위를 걷는다면 아마 이런 느낌이 아닐까.
보이지 않는 물기가 설탕물을 바닥에 흘려놓은 것처럼 발바닥에 달라붙는다.
그냥 막 더운 것도 피부가 따갑지만 이렇게 습기가 많은 날은 몸도 마음도 젖은 빨래처럼 처진다.
바람 부는 언덕에 빨랫줄을 걸고 바싹 말리면 좋겠다.
아파트 지하에서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가 습기 찬 대기를 뚫고 온다.
얼마 전에
우리 아파트에 상주하던 검은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 우리 아파트 지하실에서.
그러나 감히 그 어두운 곳으로 내려가 보지를 못한다.
아기 고양이들과 어미 고양이가 놀라면 어쩌나 싶어서이다.
어제 산책길을 나서다가 마주친 이제 어미가 된 그놈은 많이 홀쭉해진 모습이었다.
딸은 "콧잔등이 움푹하니 살이 빠졌네~"라며 냥이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살살 쓸어 주었다.
임신을 하기 전 혼자 다닐 때는 그래도 종종 화단에 누워 낮잠을 자고 그루밍을 하던 고양이는 이제 새끼들을 먹이느라 그랬던지 마주치기가 힘들다.
임신했을 때는 정차된 차 아래에 가서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고 모른척 했었는데. 그땐 많이 힘들었던가 보다.
평소에 길고양이들의 음식을 챙겨 먹이는 4층 아주머니는 이제 출산한 고양이를 위해서였는지는 몰라도
족발이 가득 든 봉지를 아파트 1층 현관 입구에 갖다 놓았다.
"웬 족발을 저렇게 많이 갖다 놓았노."
아파트 사람들 몇몇은 싫은 내색을 한다.
이 중년의 여인은 아파트 앞 길에 나서면 어딘가에 있던 길고양이들이 졸졸 따라갈 만큼 고양이들에게 인기다.
물론 나는 아니다.
내가 길고양이들을 마주칠 때 "야옹야옹" 하며 던지는 그들의 말 흉내에 고양이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소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나의 그런 말투에 반응을 해 주는 고양이들이 있다.
산책길에 마주쳤던 꼬리가 검었던 고양이다. (아래 사진)
저 멀리 나무 아래에 고양이가 보여서 늘 하던 대로 우리는
"야옹야옹" 그래 보았던 것이다. 물론 대다수의 고양이들은 겁먹은 눈을 하고 슬금슬금 도망을 한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그 하얗고 멋진 고양이가 우리를 정면으로 보며 다가온 것이다. 양 눈에는 검은 선글라스까지 낀 체.
놀라서 우뚝 선. 아니지 감동으로 가득해 있는. 인간들의 발 옆으로 와서는 한번 휘 돌더니 우리 앞에 엉덩이를 드러내고 쪼그려 앉는다.
자세히 보니 엉덩이 부분에도 검은색이 부분적으로 있다.
"이 고양이 좀 봐. 우리에게 등을 보이고 앉았어"
뒤늦게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진 아줌마의 말에.
"아마도 사람이 기르던 고양인가 봐. 낯선 사람에게 경계심이 없잖아. 저렇게 엉덩이를 보이며 앉는 것은 우리를 믿는 거래."
딸은 어디서 읽은 내용이라면서 이야기해준다.
저 멀리 이 하얀 고양이와 있던 갈색의 고양이는 우리를 먼발치서 바라만 볼뿐 가까이 오지 않는데도 이 고양이는 오래도록 우리 곁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혹 데려가 달라는 의미일까?
그러나 우리는 지금 고양이를 키울 형편이 못된다. 한참을 고양이 곁에서 서성 되던 우리가 자리를 뜨려 하자 고양이는 우리 곁을 떠났다. 그 갈색 고양이 곁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산책로를 거닐면서 며칠 전에 만났던 떠돌이 개를 떠올렸다.
학원으로 올라가는 길을 걷노라니 저 위에서 아이들이 쫑그리고 앉아 있는 것이 보이고 그 아이들 사이로 흰 물체가 아른거렸다.
가까이 가서 보니 한 번에 봐도 거리를 떠도는 더러움이 많이 탄 개였다.
아이들은 정거장에 있던 개를 데리고 왔다면서 작은 빗으로 개의 털을 빗기는 중이었다.
씻기지 않아 더러웠지만 아주 예쁘고 귀여운 개다. 그리고 털이 그다지 많이 자라지 않을 걸로 봐서 거리를 떠돈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것 같았다.
"선생님 배가 고픈가 봐요. 소시지를 사 올게요~"
하면서 1학년 남자아이가 부리나케 달려가 따끈한 소시지를 사 왔다.
수업 시간이 다 되어서도 일어설 줄 모르는 아이들을 재촉해서 교실로 들어가는데 그 개를 한 아이가 안고 들어온다. 차마 놔두고 가자고 말을 못 하였다.
아이들을 꺼려하지도 않고 순순히 몸을 맡기는 개를 보니 안쓰러움이 밀려든다. 결국 강의실에 개가 들어왔고 아이들은 개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개는 처음에는 입을 안 대던 소시지를 받아먹는다. 그러나 잠시 후 내가 문을 열어주자 개는 나가버렸다.
주인을 찾아 떠나는 개처럼 보였다.
그 개는 지금 습기차고 더럽혀진 몸을 하고 어느 거리를 누비고 있을까.
(아래 사진)
누가 키우다가 거리에 버리고 간 건 아니겠지.
저렇게 예쁜 개를.